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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함께 떠나는 중국여행 ⑪

‘신화-진시황릉의 비밀’ ‘영웅(英雄)’

혼을 빼는 현란한 영상, 그 뒤에 감춰진 위험한 속내

  • 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현대문학 gomexico@sogang.ac.kr

‘신화-진시황릉의 비밀’ ‘영웅(英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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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류스타 김희선과 청룽이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된 ‘신화-진시황릉의 비밀’과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은 각각 진시황릉과 진시황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중국이 세계 강국으로 부활하고 있는 이때, 두 영화가 그리고 있는 진시황의 모습은 다소 혼란스럽다. 백성의 희생을 강요하며 급격하고 엄격하게 천하통일을 강행한 진시황에게 너그러운 두 영화는 무엇을 말하려는가. 진나라에 이어 동아시아 제일의 문화를 꽃피운 당나라의 도읍지이기도 했던 시안에서 제국의 마땅한 모습을 찾아보려 한다.
‘신화-진시황릉의 비밀’ ‘영웅(英雄)’

중국 시안의 병마용. 수천명의 병사 얼굴이 모두 다르다.

‘시안(西安)’이라 하면 낯설고, ‘장안(長安)’이라 부르면 친근하다. 아마 동아시아 사람이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장안은 한 시대, 한 왕조의 특정 도시 이름 차원을 넘는다. 찬란했던 동아시아의 문화제국 당나라의 수도였던 장안은 동아시아인의 기억 속에 하나의 문화적인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장안이 시안이라는 새 이름을 얻은 것은 명나라 때다. 서북 지방을 안정시킨다는 뜻으로 그렇게 불렀다. 시안의 과거, 즉 장안의 역사는 찬란했다. 하지만 시안의 현재는 찬란한 장안의 역사가 퇴색해가는 과정이다.

시안은 중국에서 제일가는 역사 도시다. 역대 13개 왕조가 시안을 도읍으로 삼았다. 아테네, 로마, 카이로와 더불어 세계 4대 고도(古都)로 꼽힌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만년의 역사를 보려면 시안으로 가라. 1000년의 역사를 보려면 베이징으로 가라. 100년의 역사를 보려면 상하이로 가라. 10년의 역사를 보려면 선전(深玔)으로 가라.”

1만년의 역사를 간직한 시안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안은 매우 초라하다. 특히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대를 맞아 나날이 성장하는 동해 연안의 도시들과 비교하면, 시안은 몰락한 귀족, 빛바랜 골동품 같다.

오늘날 중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중에 자핑와(賈平凹)가 있다. 시안의 문화적 상징으로 대접받는 작가다. 자핑와는 1993년에 시안을 무대로 한 장편소설을 발표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시안 문인과 고위 관료의 타락상을 선정적으로 다룬 이 소설의 제목은 ‘폐도(廢都)’. 우리나라에도 같은 제목으로 번역, 출판됐다. 소설에서 폐허의 도시는 물론 시안이다. 자핑와는 “지구 차원에서 보면 중국이 폐허의 도시이고, 중국 차원에서 보자면 시안이 폐허”라고 말한다. 화려하던 장안은 사라지고 폐도 같은 시안만 남았다.

1998년 미국 대통령 클린턴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클린턴은 베이징이나 상하이가 아니라 시안에 가장 먼저 들렀고, 시안 종루(鐘樓)에 올라 들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한 민족을 이해하려면 이 민족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클린턴의 행보와 말에 시안 사람들은 감격했다. 폐허의 도시, 몰락한 귀족의 집에 비유되면서 자존심이 형편없이 상해 있던 시안 사람들의 마음을 클린턴이 달래준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시안의 초상이다.

싱자오쓰와 한국의 인연

13개 왕조가 시안(혹은 시안 인근)에 도읍을 차렸지만, 시안은 역시 진나라와 당나라의 도시다. 최초의 통일제국 진, 그리고 가장 번성했던 문화제국 당, 중국 역사를 대표하는 두 제국의 도시가 시안이다. 그래서 병마용과 진시황 무덤으로 가는 길이 진나라의 흔적을 따라가는 길이라면, 양귀비가 목욕했다는 화칭츠(華淸池), 현장(玄훻)이 인도에서 가져온 불경을 모시기 위해 지은 다옌타(大雁塔)와 샤오옌타(小雁塔)로 가는 길은 당나라의 흔적을 따라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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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현대문학 gomexico@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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