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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 원류 탐험기 ⑧

독립혁명의 발원지, 보스턴·렉싱턴·콩코드

230년 후, ‘생명, 자유, 행복을 추구할 권리’의 현주소는?

  • 신문수 서울대 교수·미국문학 mshin@snu.ac.kr

독립혁명의 발원지, 보스턴·렉싱턴·콩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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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보스턴 독립기념일 축제의 구호는 ‘자유가 울리게 하라’이다. 영국은 식민지 미국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걷으려 했고, 미국의 민초(民草)들은 몸을 던져 수탈에 저항했다. 결국 쟁취한 자유. 그러나 230년이 지난 오늘, 미국의 ‘자유정신’은 살아 있는가.
독립혁명의 발원지, 보스턴·렉싱턴·콩코드

1776년 7월4일, 미국 대륙회의의 독립선언.

2006년 7월4일 저녁, 보스턴 찰스 강변의 해치셸(Hatch Shell) 야외음악당. 젊은 지휘자 키스 로크하트(Keith Lockhart)가 지휘하는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가 독립기념일 축하 음악제를 열고 있다. 해치셸이 있는 보스턴 쪽 강변은 물론이고 건너편 케임브리지 강변도, 그리고 두 곳을 잇는 롱펠로 인도교도 입추의 여지없이 사람들이 들어차 있다. 해마다 보스턴의 독립기념일 축제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인파는 50만 이상이고, 그중 3분의 1이 외지인이라고 안내 팸플릿에 적혀 있다.

독립혁명의 발원지이기에 보스턴의 독립기념일 행사는 각별한 의미를 갖고, 그런 만큼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어온 것 또한 당연한 일이리라.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오후 8시30분, 미국 국가(國歌)를 연주하면서 축제는 시작됐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목소리로 국가를 합창한다. 국가가 끝날 무렵 편대를 이룬 전투기의 축하비행이 이어진다. 들려오는 날렵한 굉음에 사람들은 환호성으로 화답한다. 하늘에는 비행선이 떠 있는 가운데 헬리콥터 두 대가 계속 순찰비행을 한다.

찰스 강에도 여러 척의 경찰 경비정이 오가며 순찰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삼엄한 경계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은 환호하고, 춤추고, 노래한다. ‘9·11’ 이후 이런 물리적 긴장은 미국인들에게 일상적 삶의 일부가 된 듯하다. 보스턴 팝스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캉디드 서곡’을 연주한다. 번스타인의 경쾌한 멜로디에 이어 ‘아메리카’ ‘이 땅은 그대의 땅’ ‘양키 두들’ 등 애국적인 노래의 합창이 뒤따른다. 환호성 속에서 록카펠러의 노래가, 뒤이어 차이코프스키 ‘1812년 서곡’의 선율이 찰스 강에 메아리친다.

사람들은 한덩어리로 어울려 손뼉을 치며 춤을 춘다. 옆자리의 중년 부부는 크런치 바를 권한다. 앞에 앉은 폴이라는 젊은이는 멀리 메릴랜드에서 일부러 구경을 왔는데, 아침 9시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고 자랑한다. 뒤에는 중국계 미국인 가족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다. 부부는 연신 중국말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그 옆에서 영어로 재잘댄다. 촛불을 켜놓고 있는 사람, 얼굴에 성조기 문양을 한 사람, 자유의 여신상 머리띠 장식을 두른 사람도 있다.

미국이여, 자유가 울리게 하라!

피부색도 각양각색이고, 언어도 영어만이 아니라 중국어, 스페인어, 심심찮게 한국말도 들린다. 그러나 이런 차이도 이 순간만은 한마당 축제의 흥겨운 분위기에 파묻혀 의식되지 않는다. 미하일 바흐친에 따르면, 축제는 전통적으로 유토피아적 욕망과 이데올로기적 의식 주형이 뒤섞인 상징적 실천이다. 정치가 대중적 스펙터클의 장으로부터 분리되기 시작하는 18세기 말 이후 축제의 이런 사회적 기능은 더욱 중시됐다.

축제는 현실에 대한 불만과 갈등의 목소리를 발산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현상적 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사회적 안전판 기능을 수행했다. 그것은 곧 사람들을 한마음으로 묶는 원천이기도 하다.

‘광활한 하늘과, 황금물결이 넘실대는 들판과, 자색의 장엄한 산들로 아름다운 아메리카’에 대한 찬가 속에서 사람들은 이라크전쟁을 둘러싼 이념적 갈등도, 날로 심화되는 빈부의 격차도, 태풍 카트리나가 드러낸 엄존하는 인종차별의 현실도 잠시 접어두고 일시적이나마 하나가 되는 환희를 맛보는 것이다.

축제는 10시30분에 시작된 불꽃놀이에서 절정을 이뤘다. 하트 모양, 민들레 모양, 성조기의 별이 됐다가 흩어지는 모양 등 형형색색의 다양한 불꽃이 230년 전 독립전쟁의 불을 댕긴 이곳 보스턴의 하늘을 수놓았다. 사람들이 넋을 잃고 쳐다보는 불꽃놀이도 실은 자본의 첨예한 경연장이다. 무려 1만9000파운드어치의 폭죽이 스페인, 중국, 대만,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전세계의 폭죽회사로부터 수입돼 서로 성능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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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수 서울대 교수·미국문학 msh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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