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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폐쇄-불능화-폐기 ‘쪼개기 전술’ 맞선 韓·美 ‘逆 쪼개기 전술’

先종전선언-後평화협정, 엇갈리는 속내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北 폐쇄-불능화-폐기 ‘쪼개기 전술’ 맞선 韓·美 ‘逆 쪼개기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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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지럽다. 2007년 봄, 한반도 주변의 급속한 해빙 무드는 지켜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청사진일까. 섣부른 낙관과 미심쩍은 비관이 교차한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이미 가시권에 들어온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은 뚜렷이 구분된다. 이러한 구분을 가능케 하는 키워드가 최근 청와대와 정부 당국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의 분리’ 방안이다. 이제껏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가능한 것으로 생각했던 ‘전쟁의 종결’을 따로 떼어내 상징적인 수준에서나마 먼저 진행하자는 것이다.
北 폐쇄-불능화-폐기 ‘쪼개기 전술’ 맞선  韓·美  ‘逆 쪼개기 전술’

조명이 환하게 켜진 강원도 중동부 전선의 휴전선 철책 안에서 육군 승리부대 장병이 전방을 경계하고 있다.

잘알려져 있듯 국제법적으로 6·25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停戰)협정은 전쟁을 잠시 멈춰놓았을 뿐이다. 50여 년간 지속된 이러한 전쟁상태를 공식적으로 종결하려면 정전협정 당사자들 사이에 이를 대체할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한다는 것이 그간의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그러나 주요 당사자들끼리 “전쟁이 끝났다”는 선언을 발표하는 일을 먼저 진행하고 평화협정 체결은 다음 단계의 과제로 남겨두는 길을 택하면,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체적인 형태를 협의하기 위해 부딪쳐야 하는 여러 가지 난해한 쟁점 처리를 뒤로 미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조성렬 안보연구실장은 이를 두고 “종전(終戰) 선언으로 조기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최대화하고, 이후 평화협정 논의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장애물은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사실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1990년대 후반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했던 남·북·미·중의 이른바 ‘4자회담’ 당시에도 ‘상징적인 선언으로 전쟁상태를 끝내고, 대안적 평화체제 논의는 시간을 갖고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발상이 최근의 한반도 상황에 맞게 구체적으로 적용되어 등장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 방안은 늦가을 무렵 청와대 안보실에 처음 정식으로 제출된다.

이후 몇 차례 논의를 통해 다듬어진 구상이 청와대에서 “꽤 힘이 실렸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먼 길을 가야 하는 평화체제 논의 대신 일단 전쟁을 끝내는 상징적인 선언으로 조기에 ‘성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 방안만이 향후 상황을 진행시키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정부 안에서 이에 대해 일종의 컨센서스가 있음을 부인하는 당국자는 없다.

비슷한 시기, 워싱턴에서도 이에 힘을 실어주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었다. 지난해 5월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필립 젤리코 전 국무부 자문관의 ‘발상의 전환’이 그것이다(292쪽 젤리코 전 자문관 관련기사 참조). 조지 부시 대통령은 11월18일 베트남 하노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폐기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6·25전쟁 종전 문서에 함께 서명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히고 나섰다. 외부적으로는 미 국무부 차원에서 준비된 일종의 ‘플랜’이 있음을 암시한 발언 자체의 무게가 화제가 됐지만, 한국측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을 분리해 생각하는 듯한 뉘앙스 역시 주요 관심 포인트였다.

이후 진행된 1월 북미 간의 베를린 회동, 2월 6자회담의 진행상황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한 정보당국 고위관계자는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의 분리를 포함한 다양한 아이디어에 대해 우리 정부가 (미국측에) 적잖은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련 실무자는 “북한이 핵 폐기를 초기 조치인 폐쇄와 다음 단계 조치인 불능화, 궁극적 핵 폐기 등으로 세분해 하나하나를 카드로 사용하는 ‘살라미 전술’을 택했듯, 미국과 한국도 상징적인 수준의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나누어 각각을 카드로 사용하는 ‘역(逆) 살라미 전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초기 조치의 완료를 종전 선언 논의의 시작과, 다음 단계 조치의 시작을 종전 선언 서명과, 궁극적 핵 폐기를 평화협정 체결과 각각 연계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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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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