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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정책 변화의 숨은 디자이너, 필립 젤리코 전 국무부 자문관

“당근? 원하면 던져준다, 대신 함께 먹는다”

  •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thkim@cau.ac.kr

美 대북정책 변화의 숨은 디자이너, 필립 젤리코 전 국무부 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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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3합의를 전후해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현란한 대북정책 변화를 놓고 궁금증이 증폭된다. 과연 미국은 생각을 바꾼 것일까. 바꿨다면 ‘새로운 생각’의 뿌리는 무엇이고 지향점은 어디인가. 2006년 5월 그 존재가 알려진 필립 젤리코 당시 국무부 자문관의 보고서는 이에 대한 답을 던져주는 흥미로운 단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정책 흐름 ‘창시자’로 지목되는 젤리코 전 자문관은 어떤 과정을 거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영향을 끼쳤으며, 이는 어떻게 정책으로 현실화했을까.
美 대북정책 변화의 숨은 디자이너, 필립  젤리코 전 국무부 자문관
3월5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를 수석대표로 하는 북미회담이 열렸다. 2월13일 6자회담 합의에 따른 5개 실무회담의 하나에 불과했지만, 북-미 관계가 북핵 문제의 핵심이며 6자회담의 수석대표들이 직접 참가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회담이 끝난 후 힐 차관보는 “매우 유익하고 포괄적이며 실제적”인 회담이었다고 평했다. 먼 길을 짧은 시간에 가야 하지만 일단은 제 궤도를 타고 있어 적어도 2·13합의 이후 60일 내의 초기 수확에 대해서는 낙관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변화의 흐름이다. 20년 가까이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던 북핵 문제의 끝이 보이는 것일까. 한반도의 비핵화, 북미·북일 수교, 평화협정 체결 등 쏟아져 나오는 논의들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의 국제정치 질서 전체를 바꾸는 거대한 그림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부시 대통령의 말대로 2·13합의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 힐 차관보의 평가는 이번 북미회담이 그 둘째 걸음으로 일단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는 것이다. 이 발걸음은 과연 궁극적인 종착점에 도착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이 변화는 과연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가.

2006년 5월17일 ‘뉴욕타임스’

2002년 10월 이른바 ‘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된 이래 많은 일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고 온 것이 미국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간 미국은 북핵 시설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해체(CVID)’를 요구하며, “악행에는 보상이 없다” “대화는 하되 협상은 없다”고 외치는 강경노선을 펼쳐왔다. 그런 미국이 돌연 태도를 바꿔 협상의 물꼬를 텄고, 북한은 이에 호응했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변화에 2004년 대선과 2006년 중간선거 등을 거치면서 전개된 미국 국내 정치적 역학관계의 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깔려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再選) 이후 그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 라이스가 국무장관이 되면서 국무부의 위상은 강화됐고, 중간선거 이후 강경파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존 볼튼 유엔대사가 사임함으로써 그 역할 비중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국무부의 역할이 커졌다는 말로는 모든 설명이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정책의 ‘방향’을 설명하려면 상황을 주도하는 국무부 인사들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그 핵심, 정확히 말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란한 상황변화의 로드맵을 만들어낸 중추에는 필립 젤리코 전 국무장관 자문관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2005년 9·19합의 이후 6자회담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던 2006년 5월17일, ‘뉴욕타임스’는 미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아마도 대통령의 재가를 받을 것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젤리코 자문관이 초안을 잡은 보고서에 기초를 둔 이 정책에는 북한이 10여 년간 주장해온 평화협정이 포함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부시 행정부 내에서 격론을 일으켰다는 이 보고서의 내용이 보도된 지 수일 후, 라이스 장관은 TV 대담프로에 나와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언급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다음인 지난해 11월, 하노이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도 ‘6·25전쟁의 종전과 평화협정’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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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thkim@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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