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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북한 HEU 의혹은 美 네오콘의 정보조작?

근거는 ‘러시아 강관 수입’, 그러나 CIA의 ‘선 넘은’ 과장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2002년 북한 HEU 의혹은 美 네오콘의 정보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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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북한 HEU 의혹은 美 네오콘의 정보조작?

2002년 당시 북한 HEU 문제 대응의 핵심에 있던 세 사람 중 존 맥로린 CIA 부국장(왼쪽)과 로버트 조지프 백악관 NSC 비확산담당 보좌관(오른쪽).

“‘시도하고 있다’는 것과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다’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미국이 안보문제에 대응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현존하는 명백한 위험(present · clear danger)’이라는 말과 관련이 있다. 세상의 모든 위험에 다 대응할 수는 없으므로, 어떤 위험이 ‘현존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지면 무력 사용이든 외교적 담판이든 등 강력한 대응을 개시한다는 개념이다. 이라크전 당시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가 현존하는 명백한 위협이라는 명분으로 개전(開戰)했다.

북한이 HEU를 연구하고 있다거나 시도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현존하는 명백한 위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원심분리기 수십개로 무기급 우라늄을 만들려면 수십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최소한 생산시설이 언제까지 완공되고 그 생산능력은 얼마나 될 것인지가 대체적으로라도 나와야 ‘명백해진다’. 2002년 미국은 어떤 정보를 입수했고, 그 정보에 따라 북한의 HEU가 이전과는 달리 ‘현존하는 명백한 위험’이라고 판단했다.”

2002년 당시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였던 존 볼튼 전 유엔대사가 지난 4월5일 AEI에서 한 연설에서도 같은 맥락의 발언이 확인된다.

“2002년 초만 해도 정보당국 내에는 북한 HEU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그러나 그 해 봄부터 여름 사이 어떤 정보가 입수되면서 논란은 단번에 끝났다. 많은 정보당국 관계자들이 그 정보가 얼마나 특별한(unusual) 것인지 설명해주었다. 정보는 결정적이었고, 북한이 ‘산업규모(industrial-scope)’의 우라늄 농축을 시도하기 위한 자재와 기술구입에 나섰다는 결론에 어떠한 이견도 없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당시 미 국무부 한국과장 등 강경파로 보기 어려운 관계자들 또한 2002년 당시의 정황에 동의한다. 이와 관련해 살펴볼 것이 2002년 6월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CIA의 국가정보평가(NIE). 1급비밀로 분류된 이 문서는 전문이 공개된 적은 없지만,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국장은 저서 ‘공격시나리오’에서 “보고서에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설비를 건설하기 위한 재료를 구입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분량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더욱 구체적으로 변한다. 2002년 봄부터 여름 사이 미국이 입수했다는 정보는 무엇이고, 그 정보는 과연 ‘현존하는 명백한 위험’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나.

2005년 6월 ‘아사히신문’은 복수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북한의 고강도 알루미늄 강관 수입 사실을 포착한 데서 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2002년 6월 입수된 이 정보는 ‘북한이 러시아 업자로부터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2600대를 만들 수 있는 고강도 알루미늄관 150t을 입수한 사실을 파악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강관은 유럽의 우라늄 농축기업 우렌코사가 개발한 원심분리기의 외부용기(outer casting)에 사용되는 강관과 동일한 소재였다.

볼튼 전 대사가 말하는 ‘결정적인 증거’는 바로 이 강관 수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가 접촉한 복수의 당시 미국 정부 관계자는 그러한 사실을 인정했다. 최근에도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등은 러시아로부터의 강관 수입을 HEU와 관련해 북한이 해명해야 할 핵심 포인트로 언급하고 있다.

이 정보가 특별했던 이유는 그 분량에 있다. 원심분리기 2600대 분량이라는 숫자는 샘플 20개나 설계도 입수와는 의미가 다르다. 후자는 HEU가 연구단계에 있음을 의미하지만, 전자는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건설’이 목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

결국 이 정보는 2002년 6월 CIA 국가정보판단(NIE) 보고서에서 ‘설비 건설을 위한 재료 구입 시작’으로 기술됐고, 미국측은 이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켈리 차관보를 평양에 보낸다. 이 자리에서 북한측의 시인성 발언이 나왔고(상자기사 참조), 이후 상황은 제네바 합의의 붕괴와 영변 폐연료봉 인출, 플루토늄 핵 폭탄 개발로 이어진다.

‘1년에 2기 생산 가능’이라는 2002년 11월 CIA 보고서의 계산 역시 이 정보로부터 추출됐다는 게 정설이다. 핵공학 박사인 강정민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파키스탄이 설계한 원심분리기 1기의 농축능력은 1년에 5~6 SWU(Separative Work Unit)이고, 북한이 갖고 있는 천연우라늄을 농축해 무기급 HEU 1kg을 생산하려면 약 200kgSWU가 필요하다. 내폭형 핵무기 1기에 필요한 HEU 양은 25~30kg이므로 5000~6000SWU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시 말해 P2 원심분리기 1000~1200기를 1년간 가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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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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