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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외환딜러 최세웅이 분석한 ‘BDA 문제’의 실체

“北 조치 늦어진 건 ‘박자병 비자금’ 조사 탓… 미국이 질 수밖에 없는 줄다리기였다”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탈북 외환딜러 최세웅이 분석한 ‘BDA 문제’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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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결될 듯 될 듯하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마침내 마지막 고비를 넘었다. 시작부터 따지면 1년9개월, 해결 논의 4개월 만에 비로소 실마리가 풀린 것. 예상과는 딴판으로 이렇게 지연된 까닭은 무엇일까. 북한에서 엘리트 금융가 코스를 밟으며 승승장구하다 1995년 탈북한 최세웅 BGC캐피털마켓 서울법인 대표로부터 북한이 BDA 문제와 관련해 보여준 ‘알 수 없는 행동’의 배경과 속사정, 그간의 혼선이 남긴 교훈을 들어봤다.
탈북 외환딜러 최세웅이 분석한 ‘BDA 문제’의 실체
‘계좌는 52개인데, 신청서는 한 장?’

6자회담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3월21일,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른 마카오 BDA의 북한 계좌와 관련해 쏟아져 나온 언론보도의 헤드라인이었다. 3월19일 북-미 양측의 합의에 따라 BDA 자금의 동결이 풀렸지만, 송금을 신청해야 할 북한이 52개 계좌주 전체의 서명 대신 달랑 한 장의 신청서를 들고 왔다는 소식이었다. 해결을 눈앞에 둔 것 같았던 BDA 문제가 다시 엉키기 시작해 이후로도 한참을 더 끌게 된 상징적인 계기였다(상자기사 참조).

계좌주 본인의 서명도 없이 예금을 찾겠다고 나선 북한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두고 언론과 전문가들, 정부 당국자들조차 “북한 당국이 금융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당국의 명령이라면 모든 절차가 무시될 수 있는 북한에서처럼 은행들이 미국이나 중국 정부의 말 한마디에 꼼짝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한 정부 고위당국자는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번 일이 북한이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BDA 문제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엔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았다. 2005년 이후 동결조치만 풀리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매달렸던 북한은, 정작 올해 1월 베를린 회동과 2·13합의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자 오히려 버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를 두고 무수한 억측과 논의가 쏟아졌지만, 정작 북한의 국제금융체제가 ‘사각지대’로 불릴 만큼 제대로 알려진 게 없는 분야이다보니 뾰족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막연히 ‘폐쇄국가 북한이 국제금융에 밝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이라는 추측뿐이었다.

1995년 탈북한 최세웅(47)씨는그런 의미에서 BDA 문제에 얽힌 뒷배경이나 북한의 국제금융에 대해 풀이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인물이다. 북한 노동당 재정경리부장(한국의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희벽씨의 차남으로, 1979년 평양외국어학원, 1984년 김일성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이후 북한 노동당의 대외결제를 담당하는 조선대성은행에 입행해 외환담당 과장과 국제부 차장을 거쳤다. 이후 수년간 런던 현지법인에서 대표로 일하며 금과 외환선물을 거래하다(대성은행은 BDA 문제의 당사자 은행 가운데 하나다) 조선통일발전은행 부총재보를 끝으로 서울에 온 그는, 이후 금융결제원 자금중개실과 나라종합금융 국제부 과장으로 일했으며 지난해까지 ‘에스엔뱅크’라는 벤처기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현재는 전세계 외환도매시장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통합음성전자 중개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 BGC캐피털마켓 서울법인의 대표로 일하는 최 대표는, 그간 북한이나 BDA 문제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발언이나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란다. 서울 토박이보다 훨씬 더 자본주의적인 이 왕년의 ‘붉은 자본가’를 어렵사리 설득해 만난 자리. 먼저 BDA 문제와 관련해 가장 궁금한 점부터 물었다.

▼ BDA 문제에 접근하는 북한의 태도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북한이 그 정도로 국제금융에 대해 무지한가.

“계좌주가 아닌 사람이 자금을 인출하거나 송금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하다. 북한이라고 해서 그 당연한 상식을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이다(웃음). 북한 역시 자본주의 국가들과 교역하고 외환을 거래하고 있는데 그런 기본적인 상식을 왜 모르겠나. 여기에는 분명 내부적인 원인이 있다. (52개 계좌주 가운데 몇몇이 사망했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그 권리 승계자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이유는 없다. 북한 경제의 특성상 해외에 있는 북한 계좌는 국가기관 혹은 그 대표자의 것일 수밖에 없다. 만일 BDA에 국가기관이 파악하지 못한 계좌가 있었다면 이는 누군가가 횡령한 돈을 맡겨놓은 비자금 계좌라는 뜻이 된다. 3월21일의 해프닝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벌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한다.”

BDA 계좌 가운데 애초에 북한 당국이 파악하지 못한 계좌가 있었다는 사실은 정보 당국자들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52개 계좌 가운데 39개는 대성은행과 마카오에 있는 조광무역 등 국가기관의 공식계좌였지만, 나머지 13개는 평양 당국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계좌였다는 것. 국가정보원은 2005년 BDA 문제가 불거진 직후부터 이 같은 내역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게 이 무렵 청와대 안보라인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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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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