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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일 심장수술 사후조치 南에 당부?

국정원, 김정남과 독일 의료진 동행 입국 확인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北, 김정일 심장수술 사후조치 南에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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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나. 과연 심장수술을 받긴 받은 것인가. 쏟아지는 외신보도에 놀란 국가정보원은 고위관계자 간담회를 열어 “증거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고, 언론은 “사실상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건강 이상 징후가 없다”고 잘라 말한 것은 청와대도 마찬가지. 과연 정부 당국은 정말로 심장수술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5월 중순 이후 정부 내부에서 은밀하게 벌어진 일련의 사실확인 작업을 추적했다.
김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한 첩보가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에 처음 전달된 것은 5월21일 무렵이다. 독일의 의료진이 5월 중순 평양을 방문해 ‘최고위층’의 심장 관련 수술을 하고 돌아온 것 같다는 국정원발(發) 보고였다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이때의 보고는 ‘심근경색 발작과 같이 치명적인 위험은 아니었으며, 협심증 소견이 있어 근원치료 차원에서 시술된 것으로 보인다’는 요지였다. 수술의 종류와 방식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보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시술은 성공적이었고 경과가 좋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최초 소스가 어디인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보는 정부 관련부처의 소수 당국자에게만 공유됐고, 철저한 보안 엄수 명령이 떨어졌다. 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평양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것이 이 무렵의 일이었다.

그러나 보안은 생각만큼 오래 지켜지지 못했다. 5월28일 ‘조선일보’는 정부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그동안 앓아오던 당뇨병과 심장병이 최근 악화됐다는 정보를 추적 중”이라고 보도했다. 청와대와 안보부처 당국자들은 줄줄이 “특별한 이상징후는 없다”며 기사를 부인했지만, 이미 상황은 엎질러진 물이었다. 5월초부터 한 달 가까이 공개활동을 하지 않던 김 위원장의 신상에 뭔가 이상이 생겼다는 설은 삽시간에 ‘사실’로 퍼져 나갔다.

이 무렵 국정원은 독일 주재 해외요원을 동원해 문제의 심장수술을 집도했다는 의료진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사실 확인을 위해서였다는 것. 베를린 현지에서 최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심장수술팀을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또 다른 벽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 국내법이 의료진에 부과하고 있는 ‘환자 개인정보 누설 금지’ 의무였다. 독일 법원의 영장 없이는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의료진의 완강한 태도에 따라 ‘김정일 위원장을 수술했다’는 최종 확인은 불가능했다. 환자의 가슴을 열고 실시한 전면적인 심장수술이었는지, 보다 가벼운 시술이었는지 역시 6월 초순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6월8일, 일본 주간지 ‘슈칸겐다이(週刊現代)’가 김 위원장의 심장수술 소식을 구체적으로 명기한 기사를 보도했다. 5월11일부터 19일까지라는 구체적인 일자와 6명이라는 의료팀 인원, ‘베를린심장센터’라는 구체적인 기관명을 공개한 기사였다. 베를린심장센터측은 ‘슈칸겐다이’의 질의에 “수술을 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아니며, 과학자와 노동자 등 다른 사람들이었다”고 답한 것으로 보도됐다. ‘슈칸겐다이’는 관련정보를 해당 의료진과 친분이 있는 의사로부터 처음 입수했다고 보도했지만,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5월말 청와대에 보고된 정보가 일본 언론에 유출된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분위기다.

6월초 상황으로만 보자면 심장수술을 받은 이가 김정일 위원장이라는 ‘물증’이 확보된 것은 아니었다. 국정원 고위관계자가 6월11일 언론사 정치부장단과 간담회를 열고 “특별히 건강이 악화된 증거는 없다”며 “북한 고위간부들이 (독일 의사들을) 초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술대상이 김 위원장이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5월12일 평양행 JS152

그러나 국정원 내부적으로는 또 다른 심증이 있었다. 베를린심장센터 의료팀이 국정원측과의 인터뷰에서 묘한 이야기를 남긴 것. 이들 의료진은 5월11일 독일을 출발해 5월12일 오전 11시30분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들어가는 고려민항 JS152편 여객기를 탔다. 그런데 이 여객기에는 의미심장한 인물이 동승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36)이었다.

김정남이 독일 의료진을 직접 섭외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우연히’ 동승한 것일 수도 있다고 당국자들은 말한다. 국정원측은 별도의 경로를 통해 김정남이 JS152편 탑승자 명단에 있었는지 확인하려 시도했으나 성공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아’는 베를린심장센터에 국정원측과의 인터뷰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질의서를 보냈지만, 기사 마감시간까지 답신이 없었다.

김정남의 출현 소식으로 국정원은 사실상 결론을 내린 듯하다. 그간 베이징을 중심으로 곳곳을 떠돌던 김정남의 최근 소식은 3월 북한대사관 직원을 통해 베이징 주재 프랑스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했다는 첩보였다. 외부로만 떠돌던 그가 아버지의 심장치료 날짜에 맞춰 귀국했다는 사실은 간단히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한 전직 북한관련 정보 당국자의 분석이다.

“우선 김 위원장이 애초에 심근경색 발작 등 심각한 이상을 일으켰기 때문에 갑자기 귀국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독일 의료진을 섭외하는 데 시간이 걸렸으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5월9일 오후 평양으로 들어가는 JS252편을 타지 않았던 이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결국 사전에 심각한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었고, 수술 스케줄이 사전에 확정됐기 때문에 아버지를 만나러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아버지가 심장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장남이 뵈러 가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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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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