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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21세기 중국 문화 6 - 미술

굴곡진 현대사 담은 세계 미술시장 신성 (新星)

  • 김준기 미술비평가, 경희대 겸임교수 artpd68@naver.com

굴곡진 현대사 담은 세계 미술시장 신성 (新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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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현대사  담은 세계 미술시장 신성 (新星)

중국인의 가족사진을 잿빛으로 그려내는 장샤오강. 그의 작품 ‘세 동지’는 2007년 3월 뉴욕 소더비 아시아 컨템포러리 경매에서 최고가인 19억7800만원에 낙찰됐다.

1996년에 벌어진 원명원사태는 천안문사태의 미술 버전이다. 반체제 작가들이 모여서 작업하던 원명원을 강제 해산하면서 국내외로 흩어진 작가들은 이 시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국제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작품의 경향도 각자의 개성을 찾아서 다원화됐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이들은 국제적인 미술시장의 대가로 급성장했다. 수십명에 달하는 블루칩 작가가 등장하면서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은 중국작가들’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정치적으로 사회주의를 지향하며 경제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 진입한 중국 사회의 모순은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줬다. 사회에 대한 냉소와 자조를 담을지언정 그 에너지를 비판적 메시지로 잇는 예술 본연의 가치보다는, 작품을 현금과 맞바꾸는 교환가치에 무게를 두는 현상이 생겼다.

그러나 소수 작가의 상업적 성공과 중국 현대미술의 변화는 지금까지의 과정으로 보아서는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필요악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예술적 발언으로 세상과 대면할 수 있는 폭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판이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는 그랬다’는 데 있다. 앞으로 중국의 현대미술이 시장지향의 동어반복으로 지속될 경우(이미 그렇기도 하거니와), 우리는 더 이상 중국 현대미술을 아방가르드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큰손 컬렉터들의 힘



중국 현대미술을 이렇듯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미술시장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굴러가는지를 살펴볼 차례다. 중국의 현대미술은 시장과 분리해서 얘기할 수 없다. 2000년대 들어서 세계 미술시장은 활황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의 미술시장 또한 IMF 체제를 넘어서면서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여기에 비해서 중국미술의 급부상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하다.

경제분야의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신흥부호가 늘어나면서 미술시장으로 흘러든 자본의 힘이 중국 현대미술을 일약 세계적인 미술시장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게 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 미술시장은 2006년 한 해 동안 157개 경매회사를 통해 1조9944억원 상당의 작품이 거래됐다고 한다.

베이징올림픽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통해서 미술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적으로 성장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 현대미술시장은 13억 인구의 경제력과 화교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기반을 갖췄다는 것이 세간의 분석이다. 또한 이들의 미술작품 컬렉션 문화가 근간에 갑자기 생긴 현상이 아니라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는데, 중국인의 문화 가운데 서화골동 취미는 수천년을 이어온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인프라가 온전하게 현대미술에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중국 현대미술시장은 중국 사회가 자본주의 시스템에 조금씩 노출되기 시작하던 1970~1980년대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 국제교류가 활발해지고 해외진출이 본격화하면서 미술시장이 성장해 현재는 500~600개의 화랑이 거대도시를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03년경부터는 해외 경매시장에 중국 작가들의 작품이 등장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한 예로 2005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웨민쥔의 작품이 당시 추정가의 10배를 상회하는 가격인 55만4000달러에 판매됐다. 1990년에 비해 100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이듬해 3월 뉴욕의 소더비 전문 경매에서는 장샤오강의 ‘대가족’이 100만달러 정도에 거래되면서 스타 예술가로 등극했다. 이후 중국 현대미술 작품들은 상승과 조정을 거치면서 안정적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들어 쟝샤오강의 회화작품이 우리 돈으로 19억~21억원에 낙찰될 정도다. 현재 중국 현대미술시장 규모는 약 4조원이라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막대한 자본과 두터운 컬렉터 층을 뒀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특정 스타 작가에 의존하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무릇 문화의 힘이란 종(種)의 다양성에서 오는 법. 시장의 소비지향이 더욱 다양한 갈래의 현대미술을 수용하는 성숙한 단계에 이르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사회가 현대미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한국에서는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무리 ‘짝퉁’이 판치는 중국 사회라고는 하지만, 벼룩시장에서 장샤오강의 회회작품을 거의 똑같이 베껴 그린 작품을 발견했을 때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스타 작가에 대한 지명도나 선호도가 높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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