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호

2008년 중국 경제 어디로 가나?

고강도 긴축정책… 외국인 투자환경 ‘흐림’

  •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중국 통상산업 mhlee@kiet.re.kr

    입력2008-01-09 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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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수입·투자 대상국이다. 한국 증시에서 상하이·홍콩 증시의 영향력은 뉴욕 증시 못지않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기업, 개인 할 것 없이 중국의 경제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2월3일 중국 베이징에서 ‘2008년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열렸다. 중국 경제의 큰 틀을 제시하는 이 회의의 내용을 토대로 ‘차이나 리스크’ 대비책을 살펴본다.
    2008년 중국 경제 어디로 가나?
    중국발(發) 인플레이션 강도가 얼마나 될까.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위안화 환율의 향방은?

    최근 중국 경제가 고성장·고물가·고환율의 ‘3고(高)’에 휩쓸리면서 세계가 그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 처지에서도 중국 경제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우 중요하다. 이미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수입·투자 대상국으로서 3관왕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는 27%를 넘어섰다(홍콩 포함). 2007년에는 수입에서도 중국이 40년간 1위를 고수한 일본을 상당한 차이로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중국에 투자한 우리 업체 수는 중국 통계 기준으로 4만5000개, 우리 통계 기준으로는 2만개를 넘어서며 전체 해외투자 건수의 과반에 육박한다. 여기에 최근 ‘차이나 펀드’ 가입자가 크게 늘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상하이와 홍콩 증시의 영향력은 뉴욕 증시 못지않은 상황이다.

    중국 경제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매년 말 개최되는 ‘중앙경제공작회의’다. 2008년 중앙경제공작회의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주재로 지난 12월3일부터 6일까지 베이징에서 개최됐다. 이번 회의의 최대 화두는 긴축금융정책이었다. 유동성 억제와 물가상승 방지가 최우선 정책현안과제로 등장하면서 무역수지 흑자 축소를 위해 수출을 통제하고 수출 주도형 현지 외자기업 관리도 강화한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진 우리로서는 당연히 주목해야 할 대목들이다 .

    고성장·저물가→고성장·고물가



    중국 경제는 5년째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 덕에 2007년 중국 GDP(국민총생산) 규모는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경제성장률과 위안화 절상 폭을 각각 11.5%와 5%로 추정하면 중국의 GDP 규모는 3조1000억달러가 되며, 이는 2007년 1% 이하의 성장에 그칠 독일 경제와 비슷한 규모다. 문제는 유로화가 얼마나 많이 절상되는지에 달렸다.

    최소한 2007년 상반기까지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중국 수뇌부는 11%대의 고성장 추세를 즐겼다. 후진타오 주석이 정권을 승계한 이래 5년간 1%대의 물가지수와 10% 이상의 성장을 구가했다. 이는 중국의 전통적 관념에 의하면 A+의 성적에 해당한다. 당연히 2007년 10월 열린 중국 공산당 17차 대회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연임은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끄는 최대 성장동력은 단연 수출과 투자다. 우선 투자부터 살펴보면, 중앙정부의 강력한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2007년 10월말 기준 고정자산투자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6.9%로 2003년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중앙정부가 아무리 투자를 억제하려 해도 지방에서는 지역이기주의와 인사고과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는 성장(省長)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막무가내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개혁개방 이래 상대적으로 소외돼온 중서부 내륙지역과 동북3성 지역에 대한 투자가 균형발전을 앞세운 중앙정부의 묵인하에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전국의 투자 증가에 일조했다.

    그동안 가난 때문에 부진을 면치 못하던 소비도 빠르게 늘어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2007년 10월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소비 증가율은 16.1%로 예년의 12~13%대를 크게 상회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중산층이 두껍게 형성되면서 자동차, 가구류, 건축자재 등 고급 내구성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바야흐로 중국이 생산대국을 넘어 소비대국으로 변신하려는 것이다.

    2008년 중국 경제 어디로 가나?

    중국 GDP, 수출·투자·소비증가율 추이(2000~2007년)

    그러나 2/4분기 성장률이 11.9%를 기록하고 소비자 물가지수가 2007년 8월부터 계속 6%대로 진입하자 중국 정부는 경기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경계경보를 발동하기 시작한다. ‘사람 중심(以人爲本)’과 ‘조화로운 사회건설(和諧)’을 통치 슬로건으로 정하고 유달리 민생을 강조해온 후진타오 정부의 치적에 물가상승은 치명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과거 자오쯔양(趙紫陽) 총서기가 물러난 배경에 급격한 개혁 부작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도 포함됐기에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물가상승은 금기처럼 인식되고 있다.

    2007년의 물가 급등은 주로 식료품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 식료품 가격 상승 배경엔 구조적 요인과 일시적 요인이 다 있다. 구조적 요인은 미국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되면서 국제시장에서 원유,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특히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브라질 등에서 알코올 제작용 옥수수 수요가 크게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중국 옥수수 가격도 15%나 상승해 사료와 곡물가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또한 중국 도농(都農)간 소득격차가 확대되면서 중국 농민들은 돈벌이가 힘든 농사일을 기피하고 있으며, 유료작물의 재배면적 감소에 따른 식용유의 공급부족으로 그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8.8%나 상승했다.

    이번 물가 상승의 최대 원인인 돼지고기 가격은 11월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6.0%나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구제역이 번져 돼지 사육두수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혁개방 후 중국인의 식생활이 개선되면서 육류 소비량이 꾸준히 늘어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는 구조적인 성격도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深?)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가격 상승률이 6.7%를 기록한 것도 물가상승에 일조했다.

    그러나 우리의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중국의 물가보다는 과다한 무역수지 흑자다.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2007년 10월말 사상 최초로 2000억달러를 돌파, 2125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수출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10월말 기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6%가 증가한 9858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연간 수준을 이미 상회했으며, 수입은 19.8%가 증가한 773억달러에 달했다.

    물가안정 최우선

    무역수지 흑자의 급증은 위안화 절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7년 12월5일 기준, 위안화의 미 달러화에 대한 절상률은 전년말 대비 4.7%로 예년의 3%대 수준을 넘어 달러당 7.3위안대로 진입했다. 그러나 미 달러화의 약세로 유로화, 엔화, 원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각각 7.7%, 5.0%, 3.2%씩 절하하면서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모순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의 외국인 직접투자 우대정책 축소에도 불구하고 10월말 기준,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한 540억달러를 기록했다. 신규 허가한 기업수가 3만826개로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한 것은 중국의 건당 투자규모가 대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투자업종 역시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서비스업종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홍콩에서 유입된 투자가 187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한국과 일본도 각각 29억달러와 28억달러를 투자해 3, 4위를 차지했다.

    무역수지 흑자와 외국인 직접투자, 핫머니 유입 등에 힘입어 2007년 9월말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1조4336억달러로 부동의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2007년의 외환보유고 증가분만 4000억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무역수지 흑자와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의 합계를 크게 상회한 액수여서 환차익, 증권, 부동산 투자 등을 노린 핫머니 유입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의 중국 경제 전망에 앞서 중국 정부의 정책방향을 살펴보자. 비록 중국이 시장경제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정부 입김이 세기 때문이다.

    2008년엔 국무원 각부 장관과 지방의 성장을 포함한 중국 지도부가 새로 임명되어 5년 임기의 첫해를 시작한다. 개혁개방 30주년, 베이징올림픽 개최 등 중국 지도부에 중요한 한 해로 안정적 경제운용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2008년 경제운용에선 물가안정이 환율안정보다 더 우선적인 정책과제로 선정됐다. 우선 현재 물가상승 원인이 되는 식용유, 육류, 곡물 등 생활필수품의 공급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수급 관리, 가격과 시장체제 관리 등을 강화해 물가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조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을 보이는 농작물에 대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보상과 지원책을 통해 농민의 증산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한 과다한 무역수지 흑자로 인한 유동성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2007년에 이어 2008년에도 강력한 수출억제 정책을 채택할 예정이다. 특히 무역수지 흑자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수출 주도형 외자기업들이 그 대상이므로 제3국 수출을 위해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정책 방향이다. 중국은 외자기업의 가공무역 억제와 자원을 비롯한 저부가가치 제품의 수출 억제를 통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최대한 줄여나간다는 구상이다.

    지급준비율 및 금리 인상은 이미 2007년 수차 단행됐으며 2008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나 그 여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급준비율은 2006년 이래 12차례나 인상돼 현재 13.5%로 동아시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금리 역시 2007년 이미 5차례나 인상되어 인상 여력은 없지만, 물가상승률이 6%대를 기록하고 있는 데 비해 1년 만기 기준 예금금리는 3.87%, 대출금리가 7.29%로 역금리 현상이 우려되어 1~2차례 소폭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2008년의 긴축금융정책은 금리보다는 환율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고, 시장 기능보다는 과거 계획경제에서 자주 활용하던 통화안정증권 강제 할당, 수출제한 행정조치 등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又快又好→又好又快

    성장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기본 인식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되고 있는 조짐이 최근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성장에 대한 정부와 공산당 문건의 공식 표현이 2007년을 전후로 ‘又快又好(빠르고 좋게)’에서 ‘又好又快(좋고 빠르게)’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중국 지도부는 최근 고성장에 의한 각종 부작용이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면서 산업구조 고도화와 수출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민생경제 안정 등을 포함한 질적인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안정 차원에서 매년 1000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10%대의 성장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 지도부가 빠른 성장을 전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

    [표1] 중국의 주요 거시경제 지표 추이 및 전망치
    항목 단위 2003 2004 2005 2006 2007
    GDP 성장률 % 9.1 9.5 10.4 10.7 11.5*
    소비자 물가 % 1.2 3.9 1.8 1.5 4.4**
    고정자산투자 % 27.7 26.6 26.0 24.0 26.9**
    소비증가율 % 9.1 13.3 12.9 13.7 16.1**
    통화증가율(M2) % 19.6 14.6 17.6 16.9 18.5*
    수출 억달러4,8835,9337,6199,691 9,858**
    수입 억달러4,1285,6126,5997,916 7,734**
    무역수지 흑자 억달러254 321 1,0201,775 2,124**
    FDI 유입액 억달러535 606 603 630 540**
    외환보유고 억달러4,0326,0998,18810,66314,336*
    *는 2007년 9월말 기준, **는 10월말 기준

    (자료 : 중국 국가통계국, 인민일보)


    중국 지도부가 강조하는 ‘과학적 발전관’에서 가장 강조되는 단어는 혁신(創新)이다.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을 통해 첨단제조업과 소재산업 등 기간산업을 육성하고 핵심 기술력과 독자 브랜드 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시장과 기술의 교환전략’에서 전환해 외자기업이 아닌 국내 기업, 특히 국유기업과 시장이 이끄는 기술혁신 체제를 구축하고 지적재산권이 있는 독자 브랜드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경쟁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 귀추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성장 10%, 물가 4%대로 안정

    아울러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에너지 절약과 오염물질 배출량 감소 정책도 크게 강화될 예정이다. 정부 주도하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세제, 가격, 금융상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강제성을 띤 환경표준과 에너지 절약 표준을 마련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 오염과다 배출 산업과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것이다.

    2008년 중국 경제에 대해 중국과 세계기관, 투자은행 대부분이 고성장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세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경착륙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잠재성장률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연평균 10%대의 성장률은 2003~2006년의 연평균 성장률 10.7%, 1979~2006년의 9.7%를 감안하면 결코 높은 수치가 아니라는 게 중국 안팎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국의 KDI(한국개발연구원)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기관인 거시경제연구원이 11.2%의 높은 성장률을 제시한 데 비해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10.0%의 비교적 낮은 성장률을 제시했지만 역시 10%대의 고성장률이다.

    수요 부문별로 보면, 투자가 약간 둔화하는 대신 소비가 늘어나 전체 수요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2007년 예상치(27%)보다 다소 둔화된 2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나, 2008년 3월에 각 성의 성장들이 5년 임기로 새로 임명되면 지방정부 차원의 투자활성화 정책을 추진할 것이 예상되므로 중앙정부의 통제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는 베이징올림픽 파급 효과와 더불어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강화 정책으로 도시지역의 실질 가처분 소득 증가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007년(16%)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중국 물가는 식료품 가격 급등세가 완화되면서 4.0%대에서 안정될 전망이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과 중국사회과학원은 물가상승률을 4.5~5.0% 수준으로 전망하지만, 투자은행과 세계 기관들은 3%대 수준을 전망한다. 식품가격 상승으로 비롯된 물가상승 추세가 제조업으로 파급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은 2008년과 마찬가지로 공급과잉으로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가격은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중국 정부도 물가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할 방침이며,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08년 구정 휴가 때의 철도요금을 이미 동결했다.

    중국 및 세계 주요기관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
    발표기관(발표월) GDP 소비자 물가
    중국기관거시경제연구원(10월) 11.2
    중국인민은행(9월) 10.8 5.0
    사회과학원(12월) 11.0 4.5
    세계기관World Bank(9월) 10.8 3.8
    ADB(9월) 10.8 3.8
    IMF(10월) 10.5
    투자은행 J.P. Morgan(10월) 10.5 3.5
    Morgan Stanley(10월) 10.0 3.0
    스탠더드 차터스(10월) 10.8


    내수시장 적극 공략해야

    2008년 중국 경제 어디로 가나?

    베이징 올림픽과 소득 증가로 2008년 중국 내수시장의 전망은 밝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과 수입의 연간 증가율이 모두 20%대 초반으로 2007년보다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무역수지 흑자는 3000억달러에 근접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사회과학원은 2008년 수출을 전년 대비 20.5% 증가한 1조4608억달러, 수입은 전년 대비 22.9% 증가한 1조1704억달러로 전망하고 2904억달러의 흑자 창출을 기대한다.

    이에 따라 위안화의 절상 속도는 빨라지고 절상 폭도 확대되어 대미(對美) 달러 기준 8% 전후의 절상률을 나타낼 전망이다. 바야흐로 중국발 인플레이션이 가시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가인상분 4~5%와 위안화 절상 폭 8%를 더하면 중국 수출가격 인상분은 최소 12~13%에 달한다. 그리고 이러한 위안화 절상 추세는 과다한 외환보유고와 무역수지 흑자로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이제 더 이상 세계가 중국발 디플레이션을 향유하기는 힘들어졌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급격한 위안화 절상을 최대한 자제할 것이므로, 세계 경제에 충격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위안화 환율과 관련해 ‘능동적으로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절상한다는 3대 원칙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한편 베이징올림픽 개최와 서비스산업의 개방 폭 확대 조치는 외국인투자 확대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외자기업 우대정책 축소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수시장과 금융, 서비스산업 진출을 위해 비제조업 중심으로 외국인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수출 증가율 둔화로 중국의 수출용 원부자재를 주로 수출하는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약세인 미국 달러화는 저금리, 강세인 중국 위안화는 고금리의 모순 상황이 지속되면서 위안화를 둘러싼 환율 불안정성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질 것으로 보여 대중 교역 역시 어려움이 클 듯하다. 반면 베이징올림픽과 소득증가에 힘입어 소형 승용차와 고급 가전 등 내구성 소비재의 소비는 크게 증가할 것이 예상되므로 중국 내수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만하다.

    또한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 수출구조 고부가가치화 전략은 우리에게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줄 것이다. 중국의 산업구조와 수출구조 고도화 조치를 적극 활용해 우리의 대중 수출구조를 고부가가치화할 필요가 있다. 산업전자부품, 특수 소재, 핵심 부품과 설비 및 정밀기기 등 중국이 단기간 내에 국산화하기 어려운 부품들에 대한 수입 수요가 당분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첨단산업에 종사하는 우리 기업에는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약한 한국의 중소기업에는 불리한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신규투자 축소와 수출환경의 악화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대중국 수입은 현지에 투자한 우리 기업으로부터의 역수입 증가와 한중간 산업 내 또는 공정간 분업 활성화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폭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며 무역수지 관리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비책 마련도 필요할 것이다.

    신노동계약법

    외자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우대정책은 더욱 축소되는 한편, 통제는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이미 신기업소득세법 실시조례가 제정되어 외자기업에 부여하던 조세 우대조치 축소 일정이 확정됐다. 기업소득세율 인상과 수출우대정책 폐지도 점진적으로 시행된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4대 보험 강제시행, 노조설립 의무화와 환경보호비 등 각종 준조세 갹출도 더욱 강화될 조짐이다.

    실로 심각한 문제는 2008년 1월1일부로 시행되는 신노동계약법이다. 사실상 종신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신노동계약법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투자기업의 경영여건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특히 노동집약적 공정이 많은 섬유, 전자산업 기업들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단순 임가공 위주의 저부가가치 생산구조에서 벗어나 중국 현지의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해 제품의 현지화와 고부가가치화, 명품 브랜드 전략 등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세계의 제조공장’에서 연구개발센터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시장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이제 기업의 대중국 전략도 단순한 제조·수출기지에서 벗어나 글로벌 전략의 중심축으로서 중국 현지사업의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 시장 동향 파악 능력을 제고하는 한편 현지 주재 엔지니어를 포함한 대중국 마케팅 전문인력의 중국어 능력과 현지적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2008년 중국 경제 어디로 가나?
    이문형

    1956년 광주 출생

    한국외대 중국어과 졸업, 대만대 경제연구소 석사(경제학), 중국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박사(경제학)

    한국외대 세계경영대학원, 고려대 경영학부, 국민대 국제대학원 강사

    現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 해외 산업협력팀장, 경희사이버대 중국학과 겸임교수

    저서 : ‘한·중·일 경제협력의 발전 방향’ ‘중국의 미래를 읽는다’ 등


    대다수 세계 주요 기관과 투자은행들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하지만, 한국은 교역·투자에서 대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동향과 정책변화를 상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강화해야 한다. 2008년에도 중국 경제는 물가, 환율, 주가 등에서 불안한 요인이 많아 심한 기복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차원에서는 중국 정부의 급격한 정책이나 경기 변화, 위안화 절상 같은 ‘차이나 리스크’를 철저히 점검하는 상시 점검체제와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 역시 기업에 산업, 기술, 시장, 환율 관련 정보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중국 정부의 거시 통상정책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혹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양국 정부간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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