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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라아그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장 현지 르포

쉘부르에는 우산이 없다, 재처리공장이 있다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프랑스 라아그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장 현지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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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쉘부르에서 아주 가까운 라아그에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장이 있다. 1급 방산업체 이상으로 보안이 철저한 이 공장을 방문해 재처리의 모든 것을 알아보았다.
  • 이러한 프랑스로부터 일본은 재처리공장과 MOX연료 공장 일습을 수입했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지금 한국은 사문화한 비핵화 선언의 굴레에서 벗어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인가
프랑스 라아그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장 현지 르포

아레바 사의 라아그 재처리 공장 전경. UP-2와 UP-3으로 불리는 두 개의 재처리 공장에서 연간 1700여t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한다.

아주 긴 여행이었다. 인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꼬박 12시간을 날아 프랑스 파리의 드골 공항에 착륙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고 렌터카 사무실로 찾아가 차를 빌리는 데 두 시간이 지나갔다. 이후 다섯 시간을 달려 영국을 마주 보고 있다는 해변가의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

그리고 대학교 1학년 때 배운 아주 짧은 불어 실력으로 주위 푯말을 읽어보니 ‘쉘부르’가 아닌가. 영화 ‘쉘부르의 우산’의 배경이 된 지역이 이곳이라는 말인가? ‘신동아’ 4월호 마감을 끝내고 바로 출국했기에 방문지 정보는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 이미 사위는 어두워졌고 냉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이 매서워 더 이상 둘러보지 못하고 호텔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는 가장 좋다는, 하지만 ‘시골 냄새’ 가득한 호텔 로비에 들어선 것인데, 한켠에 판매용인지 장식용인지 구분되지 않는 작은 진열장 안에 꽂혀 있는 분홍빛 우산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진짜로 쉘부르에 온 모양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크 드미 감독이 만든 뮤지컬 영화 ‘쉘부르의 우산’(1964년작)의 헤로인(heroine) 카트린 드뇌브는 우산 집 외동딸 주느비에브 역을 맡았다. 사랑만큼 강력한 묘약은 없다. 주느비에브는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정비공인 기(니노 카스텔누오보 분)에게 빠져버렸다. 비 오는 날 두 사람은 그들만의 공간인 ‘우산 속’에서 사랑을 흡입한다.

막막한 아쉬움, 쉘부르의 우산

프랑스 라아그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장 현지 르포
프랑스는 1996년까지 국민 개병제를 유지했다. 성년이 된 건강한 프랑스 남성은 2년간 입대해야 했던 것이다. 사랑에 들뜬 자에게 날아든 징집영장은 강력한 포박과 같다. 영장은 주느비에브에겐 2년간 사랑 중지를, 기에게는 2년간 전투 수행을 명령했다. 영화는 ‘알제리전쟁’을 치르던 1957년을 배경으로 한다.

이 전쟁은 1954년 프랑스의 식민지인 북부아프리카의 알제리가 독립을 시도함으로써 일어나, 1962년 드골 대통령이 독립을 인정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1957년은 한창 전쟁이 뜨거울 때였다. 이별을 앞둔 남녀는 절박한 사랑을 나누고, 주느비에브는 기의 아이를 잉태했다.

그런데 전쟁터로 간 기에게서 오던 소식이 끊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녀의 생활이 힘들어졌다. 생활고에 직면한 어머니는 딸에게 돈 많은 보석상 카사르와 결혼할 것을 요구한다. 주느비에브가 카사르와의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전투 중 부상해 입원해 있던 기가 1년 5개월 만에 조기 전역해 돌아왔다.

주느비에브의 결혼 소식을 듣고 상심한 기, 하지만 평정심을 되찾고 자신을 도와준 주인집 딸 아들렌과 결혼한다. 필름은 빠르게 세월을 감아버린다. 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 해 크리스마스이브, 기가 일하는 주유소로 기를 닮은 아들을 태운 주느비에브의 차가 들어온다. 울컥 하는 심정과 자제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마주 선 남과 여. 불꽃이 튀지만 심화(心火)를 꺼뜨리고, 각자의 삶으로 고개를 돌린다.

주느비에브의 차가 떠나고 기가 멍하니 서 있는 주유소로, 시내로 나갔던 기의 아내와 아들이 탄 차가 들어온다…. 막막하고 해답 없는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이 영화의 플롯이다. 아~ 옛날이여! 쇳소리가 실린 듯한 쉘부르의 우산 배경음악 선율이 뇌리를 비집고 지나간다.

그러나 쉘부르에 왔다는 흥취는 느낄 수 없었다. 짐을 풀고 늦은 저녁을 먹고 나니 한국 시각으로 맞춰져 있는 손목시계 바늘이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프랑스로 가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 아침 6시였으니 24시간 만에 등을 붙이게 된 것이다. 정말 고단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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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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