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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과의 대화·마지막회

뉴질랜드 정부개혁 전도사 모리스 맥티그 전 장관

“사람은 적응의 동물…민영화 일단 해보고 말하라”

  •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kch@cfe.org

뉴질랜드 정부개혁 전도사 모리스 맥티그 전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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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공무원이었다. 그런데 아주 특이한 공무원이었다. 자신의 밥그릇을 늘리는 대신 정부 규모를 줄이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일에 앞장섰던 공무원이었다. 그 결과 뉴질랜드의 잃어버린 경제성장률과 농업 경쟁력을 되찾아왔다. 1980~90년대 다섯 개 부처 장관을 거치며 공공부문 개혁과 농업보조금 철폐 등 강도 높은 자유주의 드라이브로 뉴질랜드를 최고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만들어놓은 모리스 맥티그씨로부터 이명박 정부가 경청해야 할 충고를 들었다.
뉴질랜드 정부개혁 전도사 모리스 맥티그 전 장관

Maurice McTigue
● 1940년생
● 뉴질랜드 고용부 장관, 공기업부 장관, 철도청 장관, 노동부 장관, 이민부 장관 역임
● 現 미 조지메이슨대 특임방문교수

이명박 정부의 개혁이 주춤거리고 있다. “잃어버린 10년 동안의 좌파 정책들을 되돌리겠다”며 기세 좋게 내놓았던 공약들은 촛불의 기세에 눌려서 용두사미가 되어가는 듯하다. ‘747’이라는 거창한 꿈이 아니라 당장 겪고 있는 불황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우리의 발목을 잡아왔던 것들을 털어내는 일은 꼭 필요하다. 한국 경제의 효율성을 끌어내리는 공기업을 민영화해야 하고, 민간 기업들의 투자에 족쇄를 채우는 규제도 풀어야 한다. 수도권 규제를 풀어 외국 자본이 들어올 수 있게 대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세금을 대폭 내려 투자 심리도 고양시켜야 한다.

그러나 선거 기간의 호언장담은 어디로 갔는지 불안하다. 공기업 민영화는 선진화로 이름을 바꿔 달고 거의 안 하는 것이나 다름없이 변해가고 있다. 전기나 수도, 가스 등 정말 중요하고, 민영화가 꼭 필요한 산업들에 대해 대통령 자신이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민영화를 하겠다고 발표한 부분은 숫자도 몇 되지 않는 데다 안 해도 그만일 정도로 작은 부분들뿐이다.

이처럼 작은 반대에도 물러서는 식이라면 규제를 푸는 일 역시 얼마나 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벌써부터 수도권 규제의 폐지는 물 건너간 것 같고, 다른 규제도 논란이 큰 것은 풀릴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과연 한국이 개혁을 완수하고 제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생각이 복잡하던 차에 문득 뉴질랜드의 맥티그 장관이 생각났다.

그를 만난 건 우연이었다. 7월초 세계재산권협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 만찬장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옆 자리에서 두 금발의 신사가 농민에 관해 나누는 대화가 내 귀에 빨려 들어왔다.

“농민도 스스로 책임지게 하면 엄청난 창의력을 발휘합니다. 정부가 보조금을 주면 보조금에 적응하느라 창의력을 잃고 정부 돈 받는 일에만 몰두합니다. 농민 아니라 누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화의 장관(minister of change)’

도대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내 소개를 하고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알고 보니 그 노신사가 ‘변화의 장관(minister of change)’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뉴질랜드의 모리스 맥티그(Maurice McTigue)씨였다.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간 다섯 개 부처 장관을 거치면서 가는 곳마다 파격적인 개혁을 성공시킨 인물이다. 재정부 부장관일 때는 예산을 줄이는 일을 맡았고, 공기업부 장관일 때는 철도·전기·통신·국유림 할 것 없이 대대적인 민영화에 나섰으며, 노동부 장관일 때는 노조가 아니라 개인이 노동계약의 주체가 되는 고용계약법을 관철시켰다. 맥티그는 이명박 정부가 원래 공약으로 내세웠던 작은 정부와 민영화, 규제개혁을 교과서대로 성공시킨 사람이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맥티그씨는 영국 버킹엄 궁에서 엘리자베스2세 여왕으로부터 QSO(Queen´s Service Order)라는 작위를 받는다. 뉴질랜드 공무원으로서는 최고 영예라고 한다.

맥티그씨가 개혁정책을 가혹하리만큼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사람들의 능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누구나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유와 책임을 주면 그 능력이 살아난다. 그러나 의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각자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도 하지 말고 규제도 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그저 심판자 역할만 하면 된다는 것이 맥티그 전 장관의 철학이었고, 그 철학이 뉴질랜드의 부흥을 가능하게 했다.

이명박 정부의 개혁 노력이 주춤거리고 있는 지금, 이 사람의 말을 들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뷰도 하고 내가 원장으로 있는 자유기업원의 행사에 연사로도 모실 겸 겸사겸사 그를 서울에 초청했다. 인터뷰는 그가 며칠 동안 묵었던 조선호텔 6층의 어느 방에서 이루어졌다. 그의 ‘대표작’인 민영화로 대화의 문을 열었다.

“민영화, 해보지도 않고 반대해서야”

▼ 김정호 : 한국에서는 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심합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어땠습니까?

▼ 맥티그 : 뉴질랜드에서도 논란은 심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공공성이 떨어진다느니 가격이 오른다느니 하는 심한 논쟁이 있었지요. 그럼에도 민영화로 가격은 내리고 품질은 좋아질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감행할 수 있었습니다.

▼ 김정호 : 정말 그런가요? 뉴질랜드는 전력사업을 민영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정말 민영화 이후 가격은 낮아지고 품질은 좋아졌습니까?

▼ 맥티그 : 그렇습니다. 1987년 민영화 이후 4년이 지난 1991년에 도매 전기가격이 13%나 인하됐지요. 품질도 물론 좋아졌고요. 이익도 많이 나서 투자자들도 상당한 배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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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자유기업원장 kch@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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