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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꺼풀 벗겨본 미국(마지막회)

‘알파걸’의 미래는 ‘알파맘’? 미국 여성의 고민과 선택

  • 김수경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사회학 kimsk@stanford.edu

‘알파걸’의 미래는 ‘알파맘’? 미국 여성의 고민과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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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을 타고난 이유로 정해진 삶을 살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볼 수 없었고 들을 수 없었으며 배우거나 일하는 것도 허락받지 못했다. 긴 불평등의 터널을 지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은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가장 큰 문제는 출산과 육아의 짐이 여전히 여성의 어깨 위에 있다는 것. ‘과정의 불평등’에 지친 미국의 페미니즘은 지금, 새로운 방향을 모색 중이다.
‘알파걸’의 미래는 ‘알파맘’?  미국 여성의 고민과 선택
미국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는? 미국 수준의 월급으로, 영국식 저택에서, 중국인 요리사를 두고, 일본인 아내와 사는 남자.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남자는? 중국 수준의 월급으로, 일본식 아파트에서, 영국인 요리사를 두고, 미국인 아내와 사는 남자.

미국 여성이 ‘드세다’는 선입관은 비단 한국 사람들만 갖고 있는 게 아닌가 보다. 그도 그럴 것이, 매들린 올브라이트, 콘돌리자 라이스, 힐러리 클린턴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미국 여성은 모두 ‘여장부’다. 이들은 사실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남성으로 키워진 인물들이다.

여권 신장을 논하면서도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는 남성의 문화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국에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인 듯하다.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뉴햄프셔 예비선거를 앞두고 흘린 눈물에 대해 정치적 쇼라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녀가 거쳐왔을 힘든 시간들에 더 공감이 갔다.

사실 통계로 나타난 미국 여성의 지위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성(性) 평등지수(Gender Gap Index)에 따르면 미국은 2007년 현재 128개국 가운데 31위를 차지했다.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나라로는 에스토니아(30위)와 카자흐스탄(32위)이 있다.

물론 97위를 차지한 한국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지만 경제수준이 비슷한 서유럽 국가에 비하면 한참 낮다. 성 평등지수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도, 교육수준, 건강 및 생존율, 정치적 권한 등 4개 사항을 토대로 작성되는데, 미국의 경우 여성의 교육수준은 76위, 정치적 권한은 69위에 그쳤다.

미 의회에 진출한 여성은 전체 의원 수의 16%로 한국의 13%와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다. 국제의회연맹이 추산한 전세계 평균 18%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참고로 성 평등지수 1위에 오른 스웨덴은 의회 내 여성의 비율이 47%에 달한다.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하는 500대 기업 중 여성 CEO가 있는 경우도 2007년 현재 단 13곳에 불과하다. 그중 상위 50대 기업의 여성 CEO는 단 한 명뿐이다.

‘거세된 전사’

직장 내 여성에 대한 처우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학과 캐나다 맥길대학이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는 놀랍다. 세계 173개국 가운데 여성에게 유급 출산휴가를 제공하지 않는 나라는 고작 5개국. 아프리카의 레소토, 라이베리아, 스와질랜드, 오세아니아의 파푸아뉴기니, 그리고 미국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00여 개국이 여성 근로자의 모유수유권을 법적으로 보장해 하루 한 시간 이상을 모유수유에 할애하도록 허가하고 있지만 미국은 역시 예외다. 반면 고용기회의 측면에서는 성차별이 없다고 하니, 여성의 지위는 그 어떤 경우에도 남자와 동일한 강도로 일한다는 전제 아래서만 보장되는 듯하다.

출산과 육아처럼 여성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특수한 사정에 대해 냉정한 미국의 제도적 현실은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평등’의 불합리성을 보여준다. ‘기회의 평등’이 보장된다 해도 생물학적 차이가 ‘결과의 불평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왜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의 성공한 여성들은 한결같이 여성성이 거세된 ‘전사’의 이미지를 갖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후보였던 새라 페일린은 앞서 열거한 여성 정치인의 이미지와는 대조적이다. 미녀대회 출신으로 알래스카 지역 방송국에서 리포터로도 일했던 그녀는 열심히는 살았을지언정 전문성은 결여돼 보인다. 부통령후보 지명 이후 자질 논란에 휘말렸고 각종 인터뷰에서 드러난 무지함이 조롱의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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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사회학 kimsk@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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