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호

다국적 자본·민족주의 준동하는 국제 식량시장

식량價 08년 일시하락,09년 다시 폭등? … 끝나지 않은 식량위기의 덫

  • 이장훈│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입력2009-02-03 15: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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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초, 최고조에 달했던 식량가격이 주춤하고 있다. 암울한 세계 경제에 날아든 희소식 같지만, 식량가격 폭등을 예고하는 숨 고르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모두가 경제위기 충격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국제 식량시장을 지배하는 세력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국적 자본·민족주의 준동하는 국제 식량시장

    필리핀 마닐라의 식량관리국 창고에서 한 인부가 수입된 쌀 포대를 옮기고 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일반 물가도 덩달아 오르는 것을 뜻한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값싼 식품 시대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2007년 12월7일자)에서 애그플레이션 현상을 집중 분석한 바 있다. 당시 이 잡지는 2005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식품가격이 2007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앞으로도 식품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잡지의 예측대로 애그플레이션이 2008년 1/4분기까지 최고조에 달하면서 국제사회에선 식량위기가 도래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까지 나왔다. 실제로 멕시코에서는 옥수수 가격의 상승으로 주식인 토티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반정부 시위까지 일어났다. 아이티에서는 총리가 쫓겨났고 카메룬에선 시위로 40여 명이 사망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군대가 빵을 구워 국민에게 직접 배급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는 쌀을 사재기하다 적발될 경우 종신형에 처하겠다고 경고했다. 당시 국제 쌀가격은 1t당 10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2007년 초 1t에 3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던 쌀값이 불과 15개월 만에 3배나 폭등했다. 밀, 옥수수, 대두 등 식량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신흥시장과 바이오연료

    식품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1766~1834)의 ‘인구론’(1798)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맬서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구와 식량 사이의 불균형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인류는 필연적으로 기근과 빈곤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아직까지 맬서스가 예언한 재앙이 지구촌에서 발생한 적은 없다. 세계는 인구 증가에도 불구, 새로운 기술과 자원 개발 등을 통해 지금까지 식량을 증산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맬서스의 인구론이 맞아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셈이다.

    식량가격이 폭등한 이유를 살펴보면 무엇보다 먼저 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마켓(신흥시장) 국가들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육류 소비 급증 등 식단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유엔(UN)에 따르면 현재 66억 명인 전세계 인구는 2025년 80억명, 2050년 91억9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증가와 관련, 가장 큰 문제는 지구촌에 풍족한 삶을 사는 사람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풍요로운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볼 때 잘사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사람이 잘살수록, 소비하는 자원의 양이 커져만 가는 게 문제다. 전세계 인구 중 15%만이 높은 생활수준을 누릴 때는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했다. 하지만 15%가 50%로 늘어나면,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할지 예측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라 인구 대국 중국과 인도의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중국인의 식단에서 육류 비중은 1990년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중국의 육류 소비 수준이 대만의 그것과 비슷해지면, 앞으로 돼지고기 공급이 연 50억㎏씩 늘어나야 한다. 미국인들이 6~7개월간 소비하는 양과 비슷하다. 돼지고기 1㎏을 얻기 위해서는 9㎏의 사료작물이 들어간다. 곡물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의 쌀과 밀, 옥수수 생산량은 1998년 총 4억4140만t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였다.

    식량가격이 폭등한 또 다른 원인은 바이오 연료 개발이다. 에탄올을 비롯한 바이오 연료가 대체 에너지로 개발됨에 따라 옥수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반면, 다른 농작물 재배는 감소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식량가격 급등의 주범으로 바이오 연료를 지목했다. 에탄올 생산에 사용되는 옥수수 비중은 1997, 1998년 5.5%에서 2007, 2008년 26.8%로 대폭 증가했다.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인 브라질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 곡물이바이오 연료용으로 대거 사용되고 있다. 더욱이 유가 급등이 바이오 에탄올 생산을 부추김에 따라 농지가 연료 생산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25갤런이 들어가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의 연료탱크를 에탄올로 한 번 채우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1년 동안 먹을 곡물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바이오 에탄올 생산에 소요되는 옥수수는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가량으로 전체 옥수수 수출량을 이미 앞섰다. 현재 미국 전체에 140여 개 에탄올 생산 공장이 가동 중이며, 70여 개가 추가 건설되고 있어 에탄올 생산량과 옥수수 소비량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또 지난 2007년 말 제정된 ‘에너지독립 및 안보법’에 따라 미국은 오는 2022년까지 360억갤런의 에탄올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람이나 동물의 먹을거리로 쓰여야 할 곡물이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옥수수 대신 건포도나 말린 과일 같은 사람들의 간식을 돼지 사료로 쓰는 농가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7대 곡물 메이저社’

    식량가격 급등 현상은 이처럼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원인도 있다. 바로 다국적 곡물회사들이다. 곡물가격 폭등을 내다본 메이저 곡물회사들이 선물가격을 올려놓고, 선물가격이 현물가격을 이끄는 이른 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나타났다. 왝더독은 원래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는 의미로, 몸체가 주이고 꼬리는 부수적으로 몸체에 붙어 다니는 게 정상이지만, 반대로 꼬리가 몸체를 끌고 다니는 기현상을 가리킬 때 쓰인다. 한마디로 주객전도(主客顚倒)다. 더욱이 곡물시장은 곡물 값이 아무리 비싸도 구매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 비탄력적인 시장이다.

    세계 곡물시장은 미국계 카길·ADM·콘 아그라·콘티넨털(카길과 2001년 곡물 부문 합병)과 유럽계 루이 드레퓌스·벙기·앙드레 등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을 ‘7대 곡물 메이저’라고 한다. 또 일본의 미쓰이·미쓰비시·마루베니와 캐나다의 UGG-애그로, 이탈리아의 페루치 등도 세계적인 곡물기업으로 꼽힌다. 7대 곡물 메이저는 세계 곡물교역량의 80%를 지배하고 있으며, 유통분야 시장점유율도 총 저장 능력에서 75%, 수출 능력에서 56%, 밀 제분에서 69%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수출금지나 가격담합 등 불공정 무역을 자행할 수 있다. 이는 국제 곡물시장이 WTO(세계무역기구) 등 국제기구의 규범에 따라 유지되기보다는 이들에 의해 혼란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들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각국의 농산물 생산지나 시카고 선물거래소 등에서 다량의 곡물을 매입, 정부와 기업에 판매함으로써 막대한 이윤을 얻고 있다. 이들은 또 곡물의 생산·가공·저장·수송 등 유통 과정까지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들은 인공위성을 통해 전세계 곡물의 작황을 분석하고 거미줄보다 치밀한 정보력으로 자사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이들은 로비 등을 통해 세계 농업정책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 중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카길의 경우, 67개국 1100개 사업장에서 16만명을 고용하면서 세계 곡물시장의 40%를 지배하고 있다. 1865년 윌리엄과 새뮤얼 카길 형제가 설립한 이 회사의 경영권은 150여 년 동안 혼인으로 엮인 카길과 맥밀란 두 가문에 상속돼왔다. 이 두 가문의 지분 비율은 55%. 카길은 기업공개를 하지 않은 비상장 기업이라 이 회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카길의 지난해 매출은 1200억달러로 상장기업이라면 세계 500대 기업 중 20위권에 들 규모다. 지난해 수익은 23억4000만달러였다. 이는 전년 대비 52.4% 늘어난 액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식량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이들의 ‘식량투기’를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애그플레이션 진정 국면?

    그렇다면 올해도 식량가격이 폭등할 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유엔 식량농업기구를 비롯한 국제 농업기구들은 대체로 올해 식량가격은 하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농무부(USDA)는 지난해 세계 곡물 생산량이 2007년보다 3.7% 증가한 21억9496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량은 2007년보다 3.0% 증가한 21억7411만t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2085만t 많다. 이에 따라 2008~2009 곡물연도(2008년 9월~2009년 8월) 기말재고량은 3억6727만t으로 전년보다 6.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량 대비 재고량을 의미하는 기말재고율은 0.5%포인트 오른 16.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말재고율이 전년보다 증가하는 것은 4년 만이다. 곡물 기말재고율은 2005년(8월 기준) 20.5%를 기록한 이후 2006년 19.2%, 2007년 16.6%, 2008년 16.4%로 매년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계속된 애그플레이션은 진정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곡물별로는 그동안 곡물가격 급등의 주범으로 꼽혀온 밀의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밀 생산량은 2007년보다 10.7% 늘어난 6억7628만t으로 소비량 전망치 6억5488만t을 2000만t 이상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말재고량은 전년보다 18.1% 늘어난 1억3989만t, 기말 재고율은 2.3%포인트 증가한 21.4%에 이를 전망이다. 쌀 생산량도 2007년보다 0.6% 늘어난 4억3198만t으로 전망된다. 세계 쌀 기말재고량은 전년보다 4.0% 증가한 8036만t, 기말재고율은 0.6%포인트 오른 18.7%로 예상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도 2008년 전세계 곡물 생산량이 전년 대비 5.3% 증가한 22억t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 식량가격은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이처럼 생산량이 증가한 것은 곡물 생산에 양호한 기후조건과, 그동안 계속된 국제 식량가격 상승으로 각국 농부들이 곡물 재배면적을 확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 식량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로 인해 수요가 다시 줄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2008년 12월10일자)에서 세계경제가 2009년에는 0.9%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세계 금융위기가 단기적으로 개발도상국 경제의 전망을 크게 악화시켰고 2009년 세계 교역 규모가 2.1% 감소해 1982년 이래 처음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신용 경색으로 선진국 교역이 1.3% 감소하고 개발도상국 경제 교역 규모도 3.5%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급격한 세계 경기둔화는 상품가격 폭락을 유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2009년 평균 국제유가는 배럴당 75달러선을 기록할 것으로, 식량가격은 2008년보다 평균 23% 급락할 것으로 각각 전망했다. 실제로 각국은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옥수수 등 곡물사료로 생산되는 육류의 소비를 대폭 줄이고 있다. 또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운송비 등 식량 생산원가도 떨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 식량시장에서 투기 자본이 빠지면서 거품도 꺼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심각한 자연 재앙만 없다면 올해는 식량가격이 최소한 하락세를 유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이 같은 하락세는 일시적이며 중장기적으로 내다볼 때 국제 식량가격은 다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2009년 식량 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곡물가격 변동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먼저 식량가격 급락→재배면적 축소→식량가격 폭등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식량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농부들은 경작 의욕을 상실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세계 식량 생산량의 감소와 식량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vs 식량위기

    또 다른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농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농부들이 신용경색으로 경작에 필요한 비료와 장비 등을 구매할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 감소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남미 최대 식량 생산국인 브라질 정부는 지난해 11월 농부들의 신용경색에 따른 농경의 어려움으로 콩과 옥수수 생산 전망을 대폭 축소한 바 있다. 이러한 농부들의 신용경색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또 각국 정부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농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식량 생산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지글러 국제 쌀연구소(IRRI) 소장은 “식량위기가 언론의 주요 관심사에서 멀어짐에 따라 정책 입안자들은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덜 갖게 되며, 또 경기부양을 위한 재원 지출로 농업투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문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식량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이에 따라 식량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농업 전망 2007~2016’에서 애그플레이션이 향후 10년은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 이유는 첫째, 장기적으로 중국과 인도의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 때문이다. 특히 2050년이면 아시아 지역 인구만 50억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인구 증가는 식량 소비 증가와 식량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도시화로 경작지가 줄어드는 것이다. 신흥시장 국가들의 경우, 급속한 도시화의 진행으로 경작지가 줄어들면서 곡물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1996년부터 2007년까지 경작 가능한 농경지가 도시화로 6.8%나 감소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경작지를 1억2000만ha 이하로 줄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곡물을 충분히 생산하려면 경작지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셋째, 바이오 연료의 개발과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유가가 세계적인 경기 침체 확대로 하락했지만, 앞으로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국은 대체에너지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각국은 기존 농작물 대신 바이오 연료의 원료가 되는 옥수수와 사탕수수의 재배 면적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바이오 연료용 작물 재배가 농업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넷째,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자연재앙이 식량 생산 감소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선 사막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또 전세계적으로 잦은 홍수와 가뭄에 따른 강우량과 기온, 물 수급 등의 변화가 식량 생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앞으로 식량가격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각국은 미래의 식량 부족이나 가격 폭등에 대비,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식량자급률을 확보한다는 것은 ‘식량 민족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다. 식량 민족주의는 자국의 풍부한 식량을 무기로 삼아 식량이 부족한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식량 부족 상황이 발생하자, 주요 식량 수출국들이 수출관세를 인상했거나 수출 쿼터제를 시행했고, 심지어 수출금지 조치를 내린 것도 일종의 식량 민족주의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국가라도 자국민이 굶어죽지 않게 하려면 식량 안보가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각국은 자국의 경작지를 늘리거나 해외에 식량 기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식량자급률 확보

    중국의 경우,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발표한 ‘국가 식량안보에 관한 중장기 전략계획’(2008년 11월13일자)에 따르면 2020년까지 식량자급률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1억2000만㏊의 농지를 확보하고 식량생산 능력을 5400억㎏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일본의 경우, 낮은 식량 자급률(22.4%)을 높이기 위해 식량 생산국에 직접 뛰어들어 농지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식량을 조달하고 있다. 일본이 개발한 해외 식량기지는 1200만㏊로, 자국 경지 면적(470만㏊)의 2.6배나 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도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에서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 자크 디우프 유엔 식량농업기구 사무총장은 “선진국들은 물론 산유국과 다국적 기업이 장기적인 식량 확보를 목적으로 개도국 농지 수백만 헥타르를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국제 식량가격의 하락세는 분명하지만 식량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또 식량위기는 앞으로 미래완료 진행형이 될 것이다. 맬서스의 불길한 예언이 현실이 되는 걸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최선의 방책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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