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호

2009년 주목해야 할 세계 지도자 10인

국제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이 선정한

  • 입력2009-03-06 11: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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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인 정치컨설팅 업체인 미국의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대표 이언 브레머)은 매년 초 한 해 동안 주목해야 할 세계 지도자들을 선정해 발표한다. 1월20일 발표된 2009년 리스트는 세계적 경제위기가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각국 정치에 던지는 어려움과 도전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유라시아그룹은 올 한 해 국제정치를 움직일 주요 변수로 유럽연합 통합 문제와 중동 문제를 꼽았다.
    2009년 주목해야 할      세계 지도자 10인
    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래 가장 복잡하고 심각한 여러 문제를 안고 새 행정부를 출범시켰다.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크게 세 갈래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관련해, 대외적으로는 국제교역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새로운 세계적 규제를 도입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추진력을 제공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국민의 세금 부담을 무제한 가중시키지 않으면서 국내 금융기관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대(對)아시아 정책에서는 중국과 좀 더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양국 간의 무역분쟁에서 강경노선을 견지해야 한다는 미국 내 요구를 달래야 하는 복잡한 숙제가 있다.

    대(對)중동 정책에서는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면서도 철수로 인해 이라크의 안보가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며, 아프가니스탄이 지속적인 안정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파키스탄의 민주주의와 안보가 강화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한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관계개선을 도와야 하는 과제가 있다.



    2 왕치산 중국 부총리

    2008년 3월 중국 부총리에 취임한 왕치산은 중국 경제정책팀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무역, 금융, 대외경제관계 전문가인 그는 중국 거시경제 정책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나 리커창 부총리와 함께 중국이 2008년 한 해 동안 친(親)성장정책을 취하도록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특히 중국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하는 데 뚜렷한 활동을 해왔다.

    이념적으로는 원자바오 총리보다 더 시장친화적인 인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왕 부총리는 금융부문의 폭넓은 경험 때문에 서방 경제분석가들의 신망이 두터운 편으로, 정치적 야심도 만만치 않다. 주목할 것은 향후 그가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등극할지 여부. 2009년 중국이 경제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고 힘 있는 정치인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지난 10년간 러시아가 맞닥뜨렸던 것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도전적인 경제위기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간 누려왔던 ‘고유가의 오만’에서 추락해 금융위기의 불확실성과 심각한 경기둔화 속으로 빠르게 빠져들고 있다. 푸틴 총리는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는 중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제위기로 인한 사회불안 가능성은 가장 큰 부담이다. 만약 러시아에서 소요사태가 발생할 경우 푸틴 총리는 더욱 권위주의적인 통치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더욱이 정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하는 몇몇 대규모 국영기업은 최악의 경우 국가부도를 야기할 불안정성을 안고 있다.

    이렇듯 투자처로서 러시아의 미래는 권력 엘리트 내부의 자유주의파와 강경파 사이에 정치적인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으며, 결국 푸틴 총리의 비전과 권력, 정치적 기술이 이 같은 문제해결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4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의 리더십은 파키스탄이 정치·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나 이슬람 무장세력의 점증하는 영향력을 제어할 수 있게 될지를 결정할 핵심이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큰 권력을 누리고 있는 자르다리 대통령은 전임자 무사라프처럼 광범위한 권력을 누리고 있는 인물로 집권여당 PPP(Pakistan People‘s Party)의 당수이자 실권자다.

    우선 국내정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자르다리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 등 미국 측 요구와 자국 내 각 정당 및 군부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파키스탄 정부가 탈레반과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이들 무장세력의 영향력은 남아시아 전체로 뻗어나가 역내의 정치적 안정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큰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도자로서의 경험이 부족하고 분명한 정치적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자르다리 대통령의 한계로 보인다.

    2009년 주목해야 할      세계 지도자 10인
    5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서방과 이란의 대치국면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가진 인물이다. 하메네이는 공격적인 핵 정책을 추진한다는 데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온전한 합의를 이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우라늄 농축을 무제한 확대할 것인지는 올해 안에 결정해야 하는 숙제로 남아 있다. 이란은 2009년 안에 핵 능력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란 정부의 핵 보유에 대한 접근방식에 따라 이란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지 혹은 소외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지속적으로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지원하고 있으므로 이들을 통해 이스라엘과 대리전을 치를 가능성도 남아 있다. 국내정치적으로는 6월로 예정돼 있는 대통령선거에서 하메네이가 아마디네자드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이란의 국가 이미지를 개선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하메네이는 이란 경제가 안정될 수 있도록 경제정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6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2007년 취임한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는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낸 인물로 올해 들어 IMF의 부흥이라는 황금 같은 기회를 맞이했다. IMF는 최근 파키스탄,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아이슬란드, 헝가리, 세르비아 등 경제위기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신흥시장에 420억달러 상당의 긴급대출을 실시함으로써 IMF가 현재의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주체임을 증명한 바 있다. 또한 2008년 11월 G20 정상회담을 통해 IMF의 권한과 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도 재확인됐다.

    그러나 이러한 IMF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IMF를 개혁해야 한다는 각국의 요구가 해결돼야 한다. 그 가운데 핵심이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에 유리하게 설정돼 있는 투표권 부여방식의 문제다. 투표권 개혁작업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일본, 중국, 브라질 같은 강대국의 입장을 조율해가면서 현재 투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회원국들의 영향력을 축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러한 개혁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IMF의 정통성이나 자금력, 핵심 세계금융기관으로서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7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리쿠드당 당수

    리쿠드당의 강경파 지도자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의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인물이다. 총리로 선출될 경우 네타냐후는 재무장한 레바논 헤즈볼라와 계속되는 하마스의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해야 한다. 점점 약화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도부와의 평화회담에서 어떤 자세로 협상에 임할 것인지도 그가 결정해야 할 몫이고, 궁극적으로 이란의 핵 시설을 군사적으로 공격해야 할지 여부도 판단해야 한다. 중동의 정치적 안정은 각각의 결정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2006년 이스라엘 의회 다수당의 리더가 된 네타냐후는 이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정부가 취해온 미온적인 대응태세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로 미루어볼 때 향후 네타냐후는 더욱 공격적인 군사전략을 지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그의 결정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중동지역의 안정, 세계 에너지시장의 동향, 이슬람 테러 위협 및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입지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2009년 주목해야 할      세계 지도자 10인
    8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2009년 한 해 동안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다. 우선 그는 전국 규모의 총선을 치러야 하고, 미-이라크 안보협정에 대한 국민투표를 관리해야 하며, 이라크 내에서 계속되고 있는 종파 간 긴장, 키르쿠크와 쿠르드 지역 자치권에 대한 난제도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알 말리키 총리는 이라크 내 미국의 활동이 감소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치권력이 적절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중재해야 하는데, 1월31일 지방선거는 그 첫 번째 과정이라 할 것이다.

    더욱이 알 말리키 총리는 연말 치러질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해야 한다. 그가 2009년 이후에도 총리직을 유지할 경우 그는 미국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이란을 달래야 하고, 국내에서는 수니파나 시아파 반대세력도 다독여야 하는 복잡한 과제를 떠안게 된다. 이와 동시에 쿠르드족 정당들의 지지를 유지하고 이라크 전체 국민과 각 종족에 자신의 민족주의 성향을 어필해야 할 것이다.

    9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 유럽연합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세계 금융시스템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에서 자신의 역할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앞으로도 이 문제에 관한 그의 의제설정 능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여전한 국제금융 규제 등 금융문제에 관한 유럽연합의 논의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중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최근 미국을 향해 금융기관의 공개·보고 의무 강화 등 공격적인 규제책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규제조치가 도입되지 않는다 해도 유럽에서 비슷한 규제를 추진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규제 문제에서 미국과 유럽 사이에 비대칭 양상이 부각될 수도 있다.

    국내적으로는 야당인 사회당이 지도부 분열 등으로 와해되고 있어 강력한 정치적 입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세계안보 및 기후변화 문제에 활발히 활동할 것이며 오바마 대통령과도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고자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10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올해 9월 예정돼 있는 연방선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중도보수정치연합(CDU/CSU)은 외무장관 슈타인마이어가 이끄는 사민당과 경합하게 될 것이다. 메르켈의 정치연합이 파트너로 선호하는 자민당과 연합해 다수 의석을 확보할 경우, 세제개혁 등 강력한 경제구조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독일의 에너지 정책도 변화가 예상되어, 원자력발전소의 점진적인 폐쇄를 중단하고 기존 발전소의 운전기간을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변화는 유럽연합의 에너지 정책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더욱 광범위한 정치연합을 구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경우, 정책효율성이 제한되고 정부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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