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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재

블루오션, 베트남 돼지농장에 진출한 사람들

“시장이 커지는데 가만히 있으면 되겠습니까”

  • 이혜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블루오션, 베트남 돼지농장에 진출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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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어진 티셔츠, 가죽이 허옇게 일어난 허리띠, 분뇨 자국으로 얼룩진 바지, 구멍난 고무 장화. 돼지 키우는 사람들은 이런 차림으로 허름하게 살 것만 같다. 분뇨 치우다 밴 냄새를 물큰 풍기면서. 그런데 이렇게 고생할 줄로만 알았던 축산업자들이 베트남에 진출해 큰돈을 번다고 한다. 어찌 된 영문일까.
블루오션, 베트남 돼지농장에 진출한 사람들

다비-CJ 제네틱스 종돈장 전경.

한국 축산업계가 처음 베트남에 진출한 것은 2001년이다. 다비육종과 양돈업자들이 공동 출자해 한포크 돼지농장을 만들었다. 그 뒤 이들은 다시 CJ와 연합해 2004년, 다비-CJ 제네틱스 종돈(種豚)장을 개설했다. 그 사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대규모(5000두) 돼지농장도 두 개 더 늘었다. 사료공장도 생겼다. CJ사료는 2001년 월 1만t 규모의 사료를 생산하는 공장을 세웠는데, 이후 선진사료, 우성사료, 대상사료가 진출했다. CTC바이오, 우진 등 동물약품업체도 나섰다.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을 벗어나 신흥국가로 눈을 돌린 것이다.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육류소비량이 2001년 20kg 정도였으나 2006년에는 26kg까지 증가했다. 연간 8%대의 경제성장률과 1.5%대의 인구성장률을 감안하면 2018년에는 40kg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불황 없는 축산업

놀라운 것은 돼지고기가 베트남 전체 육류소비량의 75%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끔성(소스 바른 돼지고기를 밥에 얹은 것), 성헤어능(돼지갈비), 쌀국수(쌀국수에 고기 얹은 것)를 자주 먹어서다. 고기 값은 우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순으로 비싼데, 돼지고기를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베트남의 돼지 사육 규모도 2900만두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3배 수준으로, 중국 미국 브라질 독일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돈육(豚肉)시장이다.

그러나 베트남의 돼지농장들은 대부분 영세하다. 규모가 1만두 이상 되는 농장은 20여 개뿐이다. 사료를 먹여 키우는 농가가 반도 안 된다. 대부분은 과거의 우리처럼, 먹다 남은 음식으로 돼지를 기른다.

블루오션, 베트남 돼지농장에 진출한 사람들

돈사에서 일하고 있는 현지 직원.

현재 베트남 축산업계에는 해외 기업인 CP와 산미구엘이 독주하는 상황이다. 필리핀계 회사 산미구엘은 대규모 돼지농장을 꾸리고, 화교자본인 CP는 계열화 사업을 통해 현재는 40만두를 기르는데 앞으로는 100만두로 늘릴 예정이다.

게다가 축산업계는 불황도 없다.

“전염병이라도 돌면 돼지를 다 도태시키기도 하지만 잘만 관리하면 리스크가 적은 게 또 이 산업입니다. 재고도 안 남는데다가, 직원들이 분규를 일으키는 경우도 드뭅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래가 끊길 이유도 없고, 수요도 일정합니다. 게다가 외상없이 늘 현금 거래를 하니 경기를 안 탑니다.” (다비육종 윤희진 대표이사 · 64)

그중에서도 다비-CJ 제네틱스(이하 다비-CJ)의 행보가 눈에 띈다. 오래전에 진출한 프랑스의 하이브리드 종돈장이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에 종돈장으로는 거의 독보적인 존재가 된 까닭이다. (종돈이란 씨돼지로 새끼돼지를 낳는 어미돼지와 수퇘지를 말한다.) 얼마 전에는 베트남 수의국에서 미구엘 농장에 이어 두 번째로 ‘위생적 생산농장’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호치민시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떨어진 빈증성 벤깟군에 위치한 이 농장은 2004년 현지법인으로 인정받아 돈사(豚舍) 신축공사에 착수했다. 현재는 돼지 1만여 두를 종업원 55명이 기르고 있는데, 2008년에는 순이익이 65만달러에 달했다. 농장의 총 면적은 10만5600㎡(3만2000평)으로, 전체 출하(出荷) 돼지 중 우수한 3분의 1은 종돈으로, 나머지 3분의 2는 비육돈(식용 돼지)으로 내보낸다.

재래종 돼지가 80%

게다가 두 달여 전에는 종돈판매사무실을 개관했다. 농장 안이 아닌, 농장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사무실에서 종돈을 팔기로 한 것이다. 위생 때문이다. 종돈 구매자들이 자주 농장에 들르면 방역(防疫)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신발에 묻은 돼지 분(糞), 직원이 반입한 음식을 통해서도 병균이 옮을 수 있는 걸 감안하면 당연한 조치다. 구제역과 같은 전염병이 발병해 돼지 전체를 도태시키지 않기 위한 것이다. 다비-CJ의 경우, ‘농장에 들어가기 전 샤워를 마치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지만 매번 이렇게 하는 것도 번거로울 뿐 아니라,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방역이 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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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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