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호

미 의회조사국의 ‘글로벌 금융위기 : 외교 및 무역정책 영향’ 보고서

“글로벌 금융위기, 정치 불안정과 안보위기 낳을 수 있어”

  • 번역·김재영│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redfoot@donga.com│

    입력2009-06-05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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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했다. 수조달러가 사라지고 수천만명이 실업자로 내몰리면서 정치적 불안정과 안보 위기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위기가 개발도상국을 덮치면 사회 불안과 민주주의 위협, 심지어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서구에 대한 감정 악화 등 외교정책상의 도전도 나타나고 있다. 서구식 시장자본주의 모델에 의문이 제기되고 국가자본주의와 무역보호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극단주의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도 위기에서 파생된 새로운 도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외교 및 무역정책에 미치는 내용을 분석한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를 소개한다.‘편집자’
    미 의회조사국의 ‘글로벌 금융위기 : 외교 및 무역정책 영향’ 보고서
    3월 IMF는 올해 세계경제가 6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1.0~-0.5%)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주: 4월 IMF는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하향 조정했다). 4년 연속 감소했던 실업자수도 지난해 세계 전체로 1400만명 증가했다. 위기가 계속되면 세계 실업자 수는 올해 말까지 3800만명 이상 더 늘 수도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는 수입결제와 외채상환의 수단이다. 무역수지 적자는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이는 정부 기업 가계의 채무비용을 증가시킨다. 원자재 및 농산물 수출 감소와 가격 하락은 저개발국 빈민들의 소득을 갉아먹는다. 올해 2월 선진국과 신흥시장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일본은 49%) 감소했고, 개발도상국은 수출이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 국제무역 감소는 경제를 위축시키고 실업률을 높이며 많은 사람을 빈곤으로 몰아넣는다. 위기가 확산되면 저개발국의 취약한 금융제도, 통화, 주식시장을 덮치게 된다. 이는 미국의 외교정책, 궁극적으로 미국 안보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

    데니스 블레어 미 국가정보국장은 “테러보다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국가 불안정이 단기적으로 미국의 주된 안보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기가 지속되면 사회불안이 발생하고 몇몇 국가에서는 정권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체로 금융위기는 △정치적 리더십, 정권, 폭력과 테러, 국제관계의 변화 △경제철학의 변화와 국가자본주의 및 보호주의 등장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미국에 대한 태도 변화 △초국가적 금융 및 경제기구의 강화 △빈곤 증가 △원조, 외교, 국방 예산 감소 등을 가져온다.

    정치적 리더십, 정권, 폭력과 테러

    실업, 파산, 소득 감소 등 경제위기로 벼랑에 내몰린 사람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불만이 팽배하고 있다. 종종 그 칼끝은 지배세력으로 향하며 투표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는 등 정치적 격변이 발생할 수 있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이를 ‘격변의 축(Axis of Upheaval)’이라고 불렀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국가부도의 위기에까지 몰린 아이슬란드에서 대중시위가 이어지자 게이르 하르데 당시 총리는 1월 사임을 발표했다(※주: 4월에는 아이슬란드에서 처음으로 좌파 정부가 등장했다). 라트비아 헝가리 체코 등에서 줄줄이 정권교체가 이어졌다. 일본에서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에서도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그리스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태국 아이티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불만이 폭발했다. 불만이 증가하면 극단주의 운동이 힘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청년실업자들이 쉽게 종교적 극단주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권교체로 새로 등장한 정부는 민족주의 감정에 휘둘리기 쉽다.

    민족주의가 발호하고 경제상황이 악화하면서 국민은 정부를 마지막 피난처로 여길 수 있다. 이에 편승해 권위주의 정권은 겉으로는 위기에 대처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2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대통령 연임제한을 철폐하는 국민투표로 장기집권에 성공했다. 또 미국 메이저 식품업체 카길의 공장을 몰수해 국유화했다.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러시아는 경제위기에 따른 유가 하락과 수요 감소로 큰 타격을 입었다. 주가 폭락, 통화가치 하락, 외환보유고 감소가 이어졌다. 1998년 이래 줄곧 재정흑자를 기록해왔지만 올해는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민족주의와 국가자본주의가 부상한다. 위기를 핑계로 정치가 경제에 개입하고 경제개혁에 역행하는 반동적 조치들이 추진된다.

    불안정, 폭력과 테러의 증가

    금융위기가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으로 확산되면서 많은 국가가 외부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전략적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외부원조가 국가의 생사여탈권을 쥐기도 한다. 지난해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2월 추가 지원을 거절당한 뒤 경제위기가 심화되자 IMF가 요구한 엄격한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내분을 겪기도 했다. 4월 러시아 석유회사는 헝가리 국영 에너지기업의 지분 21%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를 기화로 러시아가 동유럽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외부와의 줄다리기를 통해 이익을 얻기도 한다. 벨로루시는 IMF와 러시아에 동시에 지원을 요청했다. 벨로루시가 동구와 서구 사이에서 ‘입찰 경쟁’을 붙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중국의 부상으로 파워의 동진(東進)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양대국 체제(G2)가 도래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중국은 풍부한 현금을 이용해 광물과 원자재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은 2월 원유 공급을 늘리는 조건으로 러시아 원유회사에 250억달러를 빌려주는 협상을 타결시켰다. 중국 국영 철강수출입업체인 중국오광(中國五鑛)은 세계 2위의 아연 생산업체인 호주의 오즈 미네랄에 대한 17억달러 규모의 인수합병 계획을 밝혔다. 금융위기에 따른 수요 감소로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기업들은 중국 제안을 고분고분 따르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의 ‘글로벌 금융위기 : 외교 및 무역정책 영향’ 보고서

    올해 1월 파리에서 경제위기와 관련해 발생한 시위.

    금융위기는 유럽 통합에도 타격을 줬다. 경제위기로 휘청거리는 중동부 유럽은 유로존 우산에 들어가기를 희망하지만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엄격한 유로존 가입조건을 충족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들이 가입조건을 완화하라고 압박하면서 유로존의 급격한 확대에 회의적인 서유럽 선진국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는 2025년의 글로벌 트렌드를 예측한 보고서에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정치적 불안정을 가져오는 주요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멕시코는 마약과의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실업 증가로 더 많은 청년이 마약 카르텔에 빠져든다. 마약 폭력의 증가는 해외투자와 관광업에 악영향을 미쳐 성장률을 떨어뜨린다. 성장률이 저하되면 마약과의 전쟁에 투입할 자금이 부족해진다. 경제악화와 마약 창궐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정치적 불안정과 빈곤은 극단주의를 배양하는 인큐베이터다. 경제상황이 악화돼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내몰리면서 극단주의 테러집단이 동조자를 충원하기가 쉬워졌다. 금융위기에 따라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약한 국가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예멘 나이지리아 수단 소말리아 이집트가 대표적이다. 해외체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추방되고 있는 것도 위험요인이다. 가난한 국가들은 이들의 모국 송금이 주요 소득원이다. 수출 및 투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개발도상국들에 송금액 감소는 큰 타격이다.

    유가 급락은 멕시코 베네수엘라, 그리고 안데스 산맥 인근 국가 등 석유 수출국에서 정치적 불안정을 불러올 수 있다. 상품가격의 동반하락은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수출국들에 치명적이다. 특히 파키스탄 예멘 이라크 등 이미 정치적 불안을 겪고 있는 국가들에서 경제위기는 테러와 무장 세력의 발호를 초래할 수 있다.

    경제철학, 국가자본주의, 보호주의에 대한 영향

    작은 정부와 무역자유화, 민영화, 탈규제 등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와 워싱턴 컨센서스의 시대가 끝났다는 주장이 거세다. 많은 국가가 적자재정, 무역보호주의, 자본흐름 제한, 국유화, 금융규제 강화 등의 방향으로 전환한 것 같다. 시장자본주의와 무역자유화라는 기본 골격은 살아남겠지만 경제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현재 구제정책의 일환으로 각국에서 기업의 국유화가 진행되고 있다. 자본주의로부터의 일탈이 아닌, 기업 회생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과거 공산주의 국가의 국유화와는 다르다. 하지만 정부 소유의 증가와 개입은 정책과 기업 활동의 상호작용에 새로운 차원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 소유가 되면 정치적 고려 때문에 기업 결정을 뒤흔들 수 있다. 국유화는 정부가 기업에 충분히 보상하지 않고 자산을 몰수할 수 있어 외국에 투자한 기업에도 위험하다. 정부의 기업소유는 기업들이 시장보다는 대중의 압력에 따라 결정하도록 해 비효율과 경제적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다.

    아이슬란드는 대형 은행 대부분을 국유화했다. 미국은 모기지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국유화했고 자본을 주입한 AIG 씨티그룹 GM 크라이슬러의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영국은 은행주식을 다량 갖고 있고, 독일은 은행을 국유화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통제경제의 역사를 갖고 있는 러시아에서는 국가자본주의로의 이행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의 58%가 국가의 계획과 분배라는 옛 소련 체제를 선호했다. ‘반(反) 부르주아’ 감정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편승한 시장개혁의 반동으로 이제 러시아 정부와 국영기업, 국부펀드 사이에는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많은 국가가 수입을 줄이고 무역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과 경제수장들은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를 배격하고 무역 자유화를 촉진하자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사이에 23개국에서 85건의 무역조치가 행해졌는데 대부분이 관세 인상, 비관세장벽 강화, 보조금 지급 등 보호무역조치였다고 밝혔다.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국제무역과 자본흐름에 영향을 준다. 정치적 고려에 영향을 받는 정부의 개입은 대개 외국인을 희생해 자국민을 보호하려고 한다. 위기 회복과정에서 각국이 세계 전체의 무역흐름을 회복시키려 하기보다는 국제무역에서 자신들의 몫만 늘리려 할 수도 있다. 경제위기하에서 정부의 대출과 지원 증가는 ‘점진적 보호주의(creeping protectionism)’ 형태로 귀결될 수도 있다. 중국은 철강·자동차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세금 환급 계획을 발표했다. 또 위안화 절상요구에도 불구하고 수출지원을 위해 환율을 관리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금융보호주의’를 우려하고 있다. 경기침체, 금융부실, 대출기준 강화, 해외보다 국내에 대출을 늘리라는 정부의 압력 등으로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이 이용할 수 있는 자본의 양이 줄어들 수 있다. 베트남 중국 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국가들은 재고 증가에 따라 자본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수입품으로부터 국내사업을 보호해달라는 유권자의 압력과 자유무역 및 세계화에 대한 회의론이 결합했다. 2월 경기부양책에 포함된 ‘바이 아메리카’ 조항이 대표적이다. ‘미 정부가 발주한 건설 공사에 미국산 철강제품만 사용한다’는 조항이 보호무역의 선례를 남길 수 있고 다른 나라들이 ‘점진적 보호주의’를 추구하는 데 핑계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비판에 미국이 한발 물러섰다.

    미국 및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영향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역할, 리더십, 신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라크전쟁 등 미국의 기존 정책에 대한 불만에다 미국의 금융실패가 위기를 초래했고 세계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는 인식이 결합됐다. 금융위기는 미국에 대해 상반된 인식을 가져왔다. 한편으로 위기를 통해 미국이 세계 금융과 무역 네트워크의 중심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대부분의 국가가 경제적으로 미국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미국은 세계경제 회복과 금융시스템 개혁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다른 한편으로 금융위기가 미국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세계 권력이동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생각도 있다. 금융위기의 해결을 모색할 국제협력체가 선진 7개국(G7)이 아니라 G20이라는 사실은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같은 국가들이 세계무대 헤드테이블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위기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의 발언권을 키웠다. 미국은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중국이 자국에 훈수를 두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경제위기로 경제부문에서 미국이 신뢰를 어느 정도 잃었고 미국이 중국에 경제개혁을 주문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갖고 있는 상황은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에게 큰 딜레마다. 미국의 빚을 중국이 떠안아주는 것은 미국이 예산적자를 해소하고 이자율을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앞으로 경기부양과 경제회복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외환보유고 1위인 중국에 계속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중국이 미국 국채 매입을 연기하거나 정리하겠다고 위협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대한 정치적 지렛대를 강화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금융위기는 또한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에 대한 논쟁을 부활시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단일통화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세계경제에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다극화된 세계를 반영해 통화 바스켓에 기초한 글로벌 기축통화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은행장은 “달러의 대안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공용통화로 격상시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기축통화로서 달러 사용이 감소하면 미국이 재정 및 무역적자를 계속 유지하기 어려워지며 미국의 구매력도 심각하게 감소할 것이다.

    한편 미국의 신뢰 추락과 위상의 약화로 기후변화 같은 국제이슈에서 다른 국가들을 설득해 합의를 도출하기가 어려워졌다. 또 경제위기로 미국의 소프트 파워 핵심인 무역과 해외투자가 줄어들면 미국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악화될 것이고 미국의 외교적 이익에도 타격을 줄 것이다.

    초국가 금융 및 경제 조직, 그리고 빈곤에 대한 영향

    한 국가의 금융위기가 순식간에 국경을 넘고 제조업 소매업 등 다른 부문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국제 금융제도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국제적인 조기경보체계 구축과 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는 제도의 정비가 중요해졌다. 또 위기가 재앙 수준으로 번지기 전에 신속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경제의 치료 및 회복을 위해서는 거시와 미시 수준에서 조정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제기구는 IMF, 금융안정화포럼(FSF), 국제결제은행(BIS), 세계은행, 그리고 G20 등이다.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IMF 대출재원을 5000억달러 더 늘리고 세계은행 등 다자개발은행의 대출규모도 확대하기로 했다. 일부 유럽국가들은 ‘신(新)브레턴우즈 체제’의 추진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제는 국제금융기구의 역할이 정보제공과 권고 수준에 그쳐야 하는가, 아니면 강제력과 집행력을 가져야 하는가다. 실제적인 권위를 준다고 해도 EU가 회원국들에 요구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규칙을 제정하면 되는지, 아니면 국제금융기구에 감독과 규제 권력을 넘겨야 하는지도 문제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사실 가장 약한 고리는 가난한 국가들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빈국은 물론 중국 인도 등 인구가 많은 중간 소득 국가들에서도 빈곤의 심화를 가져올 것이다. 세계은행은 세계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2000만명이 새로 빈곤에 빠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중국은 2월 1억3000만명으로 추산되는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저임 근로자) 가운데 2000만명이 이미 실직했다고 발표했다.

    경제위기가 가난한 국가들에 전염되는 경로는 여러 가지다. 먼저 세계 경제성장률의 하락으로 수출이 감소한다. 몇몇 상품의 수출에 의존하는 빈국들에 상품가격의 등락은 재앙 수준이다. 선진국에서 성장률 저하와 실업의 증가로 해외체류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액도 감소하고 있다. 이는 소득의 상당부분을 송금에 의존하는 중남미 국가들에 큰 타격을 줬다.

    금융위기, 북핵 문제에도 악영향

    경제활동이 위축돼 정부의 세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경기부양 프로그램과 복지지출 등으로 돈 쓸 곳은 많아지면서 예산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덜 긴급한 것으로 여겨지는 해외원조와 외교 국방에 사용할 돈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공적개발원조(ODA)에 대한 유엔무역개발회의(UNTD)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금융위기 당시 ODA가 20~40% 감소했다. 한번 줄어든 원조는 좀처럼 회복되기 힘들다.

    1980~90년대에 위기를 겪은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는 ODA가 저점으로부터 원상회복되기까지 6~9년이 소요됐다. 핀란드와 일본의 경우는 아직도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미국의 경우 경기부양책이 중요해짐에 따라 민간 외교 지원과 해외원조 증가 등 외교정책 공약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예산 제약은 외교정책 우선순위 내에서도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국가들이 공통의 국제적 안보도전에 맞서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제한한다. 북핵 문제 해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북한이 6자회담 합의사항을 준수한다면 미국은 더 많은 에너지와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받은 한국과 일본도 북한 원조를 위해 예산을 편성해야 하지만 부담스럽다.

    국방 지출도 예산압박을 받고 있다. 조달과 연구개발 비용, 군 현대화, 우방국과의 연합작전 등에 영향을 줄 것이다. 이란 베네수엘라 등 이미 미국에 반감을 갖고 있는 나라들은 더 적대적으로 나올 것이다. 내정 불안에 시달리는 국가들은 더 불안정해질 수 있으며, 미국의 국내 안보에 위협을 주는 국제 범죄행위도 증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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