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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드는 미국 내 ‘북핵 부분인정론’

“해결 전망 저물어… 보유 용인하고 비확산 주력해야”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고개 드는 미국 내 ‘북핵 부분인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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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드는 미국 내 ‘북핵 부분인정론’

8월 중순 미국 ‘핵과학협회지’에 게재된 ‘북핵 교착에 관한 창의적 사고 (Thinking creatively about North Korean stalemate)’ 칼럼.

‘핵을 보유하겠다’는 북한과 ‘모든 핵을 폐기하라’는 국제사회. 북핵 문제는 이렇듯 양자택일의 게임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북미 양자대화 국면 진입과 함께 최근 확인되는 워싱턴 주변의 흐름은 이 전제가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핵 보유와 비보유 사이의 ‘중간지대’에 해당하는 지위를 북한에 허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칼럼이 유력 전문지에 게재되고, 핵 포기 가능성에 회의적인 오바마 행정부의 분위기를

전하는 언론보도가 그렇다.

먼저 살펴볼 것은 8월10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오바마 행정부 내부의 정책변화를 다룬 장문의 기사다. “오바마의 참모 가운데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보는 이는 거의 없다”고 전하는 이 기사는 “미국의 북핵 정책이 북한의 핵 기술 수출에 대한 고전적인 봉쇄 쪽으로 초점을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내년 3월로 예정된 비핵화 정상회의와 5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마냥 늦출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강도 높은 발언기조를 이어온 백악관의 분위기가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사뭇 누그러진 것이나 9월 중순 북미 간 양자대화 논의가 불거진 것 또한 이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들 국제회의를 통해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오바마 행정부 정책목표의 시동을 걸려면 북한 핵 문제에서도 일정부분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조바심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북핵 정책이 비확산 혹은 핵기술 유출 봉쇄로 가닥을 잡을 경우, 이른바 ‘어정쩡한 핵 폐기’가 대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소량의 핵무기는 모호한 상태로 남겨두고, 대신 북한의 핵 물질이나 기술이 다른 국가로 전파되는 일이나 추가생산능력을 제거하는 수준에서 북미 간의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그 골자다.

최근 들어 미국의 핵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에 핵 보유와 비보유 사이 중간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와 관련해 심상치 않은 시그널이다. 8월 중순 ‘핵과학협회지(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에 게재된 ‘북핵 교착에 관한 창의적 사고(Thinking creatively about North Korean stalemate)’ 칼럼이 대표적이다. ‘핵과학협회지’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 핵 정책 전문가들의 허브 구실을 하는 전문지로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전문적인 논의를 주도해왔다. 문제의 글을 쓴 조지메이슨대의 휴 거스터슨 교수 역시 ‘포린폴리시’ 등 여러 영향력 있는 매체에 관련 칼럼을 기고해온 인물이다.

그러나 북미 간의 이러한 ‘어정쩡한 타협’은 한국의 이해와는 어긋날 수 있다. 거스터슨 교수가 칼럼에서 예시하는 것처럼 북한의 기존 핵무기를 용인하고 미사일 능력만을 제거하거나 추가 생산능력만을 해체할 경우, 미국은 안보 우려를 상당부분 덜어낼 수 있겠지만 한국은 고스란히 이미 완성된 북한 핵무기의 ‘유일한 인질’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과 한국 사이에 북핵 해결의 최종 목표와 관련해 이해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주재 한 주요국 대사관 관계자는 “이 같은 타협안이 수면 으로 떠오를 경우 이명박 정부가 이를 수용해 미국과 보조를 맞출 것인지가 최근 외교가 초미의 관심사”라고 전했다.

북한이 이미 완성된 핵 능력을 모호한 방식으로나마 용인받는 타협안은 과연 어떤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한국이 만일 이를 수용한다면 한반도의 장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를 가늠하기 위해 거스터슨 교수의 ‘핵과학협회지’ 칼럼을 번역, 정리해 소개한다. 워싱턴 인사이더들 사이에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킨 그의 주장을 통해, 서울과 워싱턴의 인식에 생각보다 큰 간격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잠정적인 핵 보유의 길

‘약간 혹은 조금 임신했다’는 말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임신을 했거나 안 했거나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에 따르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도 비슷하다. 최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 10여 년간 우리가 북한과 벌여온 논쟁의 근원적인 이유는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느냐 비핵국가가 되느냐 사이에 중간지대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 말은 틀렸다. 키신저의 단정은 미국의 안보분야 지식층이 교착상태를 벗어나는 창의적인 사고를 할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핵 국가가 되는 것은 임신을 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북한이 ‘어느 정도 핵을 보유한 국가’가 되도록 해줄 수많은 합의를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양은 현재 10기 이하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합의안은 북한이 가진 소량의 핵무기 시제품을 계속 보유토록 하되, 추가 생산에 필요한 플루토늄과 우라늄 생산능력을 없애도록 하는 방식이다.(물론 이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엄격한 안전조치 규제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핵 능력은 가장 작고 초보적인 비축분만 갖게 된 상태에서 동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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