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세계의 에코도시 ④

영국 브리스톨

산업·무역도시에서 최고의 지속가능 도시로 거듭나다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

영국 브리스톨

1/3
  • 2008년 영국 최고의 에코도시로 선정된 브리스톨은 환경과 비즈니스가 같이 살아나는 도시다. 인구 40만명의 무역도시, 산업도시에서 지속가능한 도시로 변신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무엇보다 창의적이고 헌신적인 시의회의 친환경 행정이 손꼽힌다. 친환경시대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에 브리스톨이 던지는 함의를 살펴보았다.
영국 브리스톨
스티브 매리엇씨는 영국 브리스톨 시의회(한국의 지방정부에 해당)의 지속가능성 파트 매니저다. 8월25일 브리스톨을 방문했을 때 그는 기자를 데리고 지속가능성 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시설을 보여주며 왜 이 도시가 영국의 최고 환경도시가 됐는지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미래세대가 누릴 환경자산을 손상시키지 않고 성장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다소 생소한 직제가 시의회에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담당 공무원인 스티브의 헌신적인 자세 또한 본받을 만했다.

그가 가장 먼저 안내한 곳은 브리스톨에 본부를 둔 영국 환경청의 새 건물이었다. 2010년 말 입주를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인 이 건물은, 바로 맞은편 중세 귀족의 성처럼 생긴 반원형의 클래식한 시의회 건물과 대조를 이룬다. 건물이 완공되면 영국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도심 건물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 건물은 빗물을 모아서 그 물을 사용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햇빛을 활용한 인텔리전트 조명, 자연통풍, 지열을 이용한 온수작동 등 여러 가지 친환경적 기능도 갖추게 되지요. 공사 재료들도 재활용 자재들이 주로 사용됩니다.”

환경청 건물에서 걸어서 10여 분 이동하자 이번에는 옥상에 태양광 집열판이 들어선 현대식 연주회장 콜스턴홀(Colston Hall)이 나타났다. 이곳도 자연조명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통유리창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고, 공기정화 역시 자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중앙통제장치에 의해 유리창 개폐가 조절되며, 인공조명 역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등을 활용한다. 외부 온도가 많이 떨어지면 내부 열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막는 단열 기능도 뛰어나다. 전체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같은 규모의 다른 건물들보다 아주 낮다. 심지어 현재의 에너지 사용 현황은 외부인도 볼 수 있도록 로비 한쪽 벽면에 설치된 모니터에 자세히 나타난다.(사진 참조)

‘아우어 바이크 허브’

연주회장에서 나와 부두 쪽으로 5분가량 걸어가자 큰길가에 튼튼한 자전거 거치대와 자동사용 등록기가 설치돼 있었다. ‘아우어 바이크 허브(Hour Bike Hub)’라고 불리는 자전거 자동대여 시스템 시설물이다. 평소 집에서 직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스티브도 가끔 이 장치를 활용한다고 했다.

점심때가 다가오자 항구 쪽으로 이어지는 큰길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분수대가 설치된 아늑한 광장의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나 재킷포테이토(치즈 등을 얹은 통감자구이) 등 가벼운 음식으로 점심을 때우는 이가 많았다. 이 광장에서 바로 이어지는 곳에 시티센터 공원인 퀸스퀘어(Queen Square)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한때 교통 혼잡이 극심한 중심가 광장 도로였던 이곳은 시의회의 계획에 따라 1990년대부터 차량통행이 금지됐다. 1736년 세워진 윌리엄2세 동상을 중심으로 사방을 향해 인도를 만들고 가운데는 잔디를 심어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바꾼 것. 이제 이곳에선 다양한 콘서트와 행사가 열려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퀸스퀘어를 벗어나 부두 쪽으로 걸어가자 넓은 골목 초입에는 대부분 차량통행을 막기 위한 철제기둥들이 설치돼 있었다. 중심가에선 차량보다는 자전거와 도보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려는 장치였다.

골목 하나를 건너 세련된 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앳브리스톨’(@Bristol)이라고 불리는 건물이었다. 그 안에 자리 잡은 사이언스 디스커버리 센터는 많은 학교가 과학과 환경과목의 현장학습용으로 활용하는 공간이다. 이곳 옥상에는 기후변화 적응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정원이 설치됐다.

앳브리스톨은 ‘BBC 자연사 유닛’ 제작부서와 공동으로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또한 생태학에 관한 온라인 백과사전 ‘아카이브’(www.arkive.com)도 운영하는데,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이 아카이브에는 전세계 야생 동식물의 사진, 동영상, 소리 등을 자료 형태로 구축해두었다. 이 아카이브가 흔히 21세기형 ‘노아의 방주’라고 불리는 이유다.

‘영국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까닭

“앳브리스톨이 들어서 있는 이 지역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심하게 당해 폐허로 변했던 곳입니다. 전후에는 산업시설들이 들어서 있었고 밤이 되면 범죄가 횡행하던 곳이었죠. 그러나 브리스톨시가 최근 이곳을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고 즐길 수 있는 ‘지속가능센터’로 바꿔 지금에 이르게 됐지요.”

앳브리스톨 인근은 바로 항구다. 바닷물이 좁은 수로를 타고 도시 중심부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브리스톨은 다른 항구도시들에 비해 도심으로 화물을 나르는 운송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 항구가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 강 같은 분위기의 이 바닷가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물류창고는 몇 년 전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바뀌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그 가운데 레스토랑 ‘보르도키(Bordeaux Quay)’는 지속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구현한 모범적인 사례다. 자연채광과 고효율 전구 사용, 단열기능 강화 등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였고, 인근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1/3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
목록 닫기

영국 브리스톨

댓글 창 닫기

2018/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