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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의회의 정보기관 통제시스템 해부

1년에 1200회 브리핑한 CIA vs 4년간 14회 보고한 국정원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한·미 의회의 정보기관 통제시스템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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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말한다. “국회에 보고하면 이튿날 조간신문에 난다.” 정보위 관계자들은 말한다. “정보를 갖고 정치에 개입하려 한다.” 끊이지 않는 유출 사건과 정보기관의 국내정치 개입 논란을 근절할 방안을 위해, 한국과 미국 의회의 정보위원회 시스템을 꼼꼼히 비교했다.
한·미 의회의 정보기관 통제시스템 해부
지난 여름부터 워싱턴 정가를 달구고 있는 이슈 가운데 하나는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중앙정보국(CIA) 비밀공작팀 운영에 관한 논란이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체니 당시 부통령이 비밀리에 알카에다 수뇌부의 암살을 노리는 공작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이후 8년여 동안 전세계를 무대로 은밀히 활동해왔다는 이 팀의 존재는, 올해 임명된 리언 파네타 CIA 국장이 6월말 의회에 보고함으로써 사실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같은 비밀 프로그램이 정보기관과 의회의 관계에 대한 미국 국내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다. 정보감시법(the Intelligence Oversight Act)에 따르면 행정부는 정보기관의 비밀공작 활동에 대해 즉각적이고 전면적으로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다만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그 보고대상을 ‘8인의 갱(Gang of Eight)’으로 불리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하원 지도부 및 양원 정보위원장과 소수당 간사로 제한하고 있다.

사안이 공개된 직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CIA가 2002년부터 자신을 비롯한 의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속여 왔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에 따라 하원 정보 소위원회는 이 비밀공작의 구체적인 내역과 의회에 대한 보고누락을 둘러싼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했고, 미 의회조사국은 정보기관의 비밀공작 보고의무에 관한 보고서를 연이어 쏟아냈다.

여기까지 상황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그럼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그간 국가정보원의 불법 도·감청이나 남북정상회담 추진공작 등 정보기관의 활동에 관한 논란이 국내 정치의 이슈로 떠오른 적은 많지만, 이에 대한 국회의 통제 여부를 주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 비밀공작에 대해서도 보고의무를 부과하는 미국의 의회-정보기관 관계는 한국의 국회-정보기관 관계와 어떻게 다르기에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일까.

껍데기와 알맹이

미국이 의회의 정보기관 통제제도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이 계기로 작용했다. 이를 즈음해 CIA의 민간인 사찰 등 불법 활동에 관한 폭로가 이어지자, 1975년 의회는 특별조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정보기관에 대한 통제장치 미흡이 구조적 결함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대통령 1인에게만 책임을 지는 정보기관의 특성 때문에 정보기관을 제어할 장치가 없다는 것. 이에 따라 미국은 1976년부터 상하원에 각각 정보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 이른바 문민정부의 출범과 함께 국회에 정보위원회가 설치됐다. 끊이지 않았던 정보기관의 국내정치 개입 논란을 불식시킬 ‘개혁입법’의 결과물로 1994년 출범한 정보위원회는, 그 구성방식이나 권한 등에서 미국의 사례를 상당부분 참조했다. 무소불위에 가까웠던 정보기관을 담당하는 상임위니만큼 정보위는 출범 초기 ‘소상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위상이 높았지만, 이후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그 인기도 점차 사그라졌다는 게 중론이다. 껍데기는 미국을 베꼈으되 알맹이는 사뭇 달랐다는 것이다.

미 의회 측의 통계에 따르면 1999년 한 해 동안 CIA는 의회에 1200건의 브리핑을 했고 2500여 건의 문서를 제출했다. 대통령에게 제공되는 자료는 원칙적으로 정보위에도 제공된다고 보면 옳다는 게 학계 전문가들의 설명. 반면 한국의 경우 비슷한 시기인 16대 국회 임기 4년 동안 현황보고 2회와 현안보고 14회를 받았다는 통계가 전부다.(2004년 ‘국회정보위원회편람’) 17대 국회 이후에 대해서는 통계자료가 없지만 한 정보위원은 “미국의 수십 분의 1 수준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

손을 대긴 했는데…

서두에서 설명한 비밀공작 보고의무 여부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한국과 미국 정보위원회의 권한 차이가 가장 확연한 부분이다. 한국의 경우 국회법이나 국정원법 어디에도 공작사항에 대한 국회 보고의무 조항은 없다. 양국 정보위가 모두 갖고 있는 의회의 정보기관 예산 및 결산 심의절차 역시 작동방식은 사뭇 다르다. 미국의 경우 정보기관이 제공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예산 세부항목별로 꼼꼼한 검토가 이뤄지지만, 한국의 경우 ‘필요한 세부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법률규정에도 불구하고 정밀한 심의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다.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박영선 의원의 말이다.

“국정원의 예산은 다른 부처와 달리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검토하지 않고 정보위 예결산소위에서 소속 위원만이 참석한 채 비공개로 심의한다. 그러나 상상을 초월하는 방대한 예산의 세부내역을 의원 한 사람이 짧은 시간 동안 따져보는 게 가능할까. 위원이 특정 항목의 세부내역을 요청하면 주도록 되어 있지만, 국정원에서 곤란하게 느끼는 부분은 제출일자를 계속 미루는 방식으로 피하곤 한다. 의미 있는 자료를 제때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다.”

여기에 한국 정보기관들의 변칙적인 예산처리 방식도 정확한 심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 가운데 하나다. 국정원의 경우 본 예산 자체가 증빙 없이 임의로 쓸 수 있는 특수활동비인데다, 이와는 별도로 세부항목이 아예 작성되지 않는 예비비를 총액 개념으로 기획재정부 관리하에 운용하고 있다. 이 예비비가 오히려 본 예산보다 많다는 것이 정설. 보안을 위해 다른 부처 예산으로 처리되는 특수활동비도 만만찮은 규모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정보위가 출범한 이래 국정원이 제출한 예산안에 손을 댄 것은 2002년도 예산 70억원을 삭감한 게 처음이었다. 국정원의 엄청난 예산 규모에 비하면 상징적인 숫자였다. 이후 불법도청 파문이 한창이던 시점에 진행된 2006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국정원 국내파트를 중심으로 정보관련 예산을 원안에서 215억원 줄인 것이 역대 최대 규모의 삭감이지만, 그러나 같은 해 국방예산이 요구안에 비해 4597억원(총액대비 2%) 삭감된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문제는 전문성이다

정보위원들은 “정보기관을 꼼꼼히 통제하기에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국정원이 정보위원들에게 제공하는 보고서는 통상 2급 비밀로 분류되지만, 이를 열람할 수 있는 것은 위원 본인뿐이다. 한 정보위원 보좌관은 “어떤 자료가 오가는지 관심 가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장 예산감사만 해도 회계전문가의 체계적인 조력을 받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익명을 요구한 한 정보위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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