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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재

현대판 세계 각지 식물이 다 모인 ‘노아의 방주’

영국 환경산업의 상징 에덴프로젝트

  • 성기영│해외통신원 sung.kiyoung@gmail.com │

현대판 세계 각지 식물이 다 모인 ‘노아의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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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과 식물이 더블어 살아 움직이는 콘서트 홀 (Living theatre of plants and people)’. 영국 남서부 콘월(Cornwall) 지방에 거대하게 펼쳐진 ‘에덴프로젝트’를 한마디로 일컫는 말이다. 초대형 식물원이자 대규모 생태학습장인 이곳을 찾는 사람은 매년 100만명에 달한다.
현대판 세계 각지 식물이 다 모인 ‘노아의 방주’
수백 년 전부터 영국의 대표적 여름 휴양지로 알려진 콘월 지방의 세인트 오스텔(St. Austell). 좁다란 지방도를 꼬불꼬불 돌아 에덴프로젝트에 들어서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축구장 서너 개 크기는 족히 넘을 듯한 거대한 비닐하우스다. 언뜻 크고 작은 벌집처럼 보이기도 하고 초대형 비누거품처럼 보이기도 하는 8개 돔이 어깨를 서로 기대고 길게 이어진 모양을 내려다보면 우선 그 규모에 압도당한다. 에덴프로젝트는 2000년 영국 정부가 기획한 밀레니엄 프로젝트 중 하나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비닐하우스 같지만 실제로 이 초대형 식물원의 지붕을 이루는 건축자재는 흔히 불소수지필름(ETFE)이라 하는 플라스틱 신소재다. 에덴프로젝트는 ‘비옴(biome·동식물군)’으로 불리는 이 초대형 식물원을 중심으로 펼쳐진 대규모 생태학습장을 일컫는다.

커다란 산골짜기 하나를 통째로 식물원으로 바꿔놓은 것 같은 이 생태공원에는 영국 환경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한꺼번에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이 환경 프로젝트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환경과 산업을 유기적으로 결합했다는 데에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환경보전이라는 메시지를 눈으로 보고 지나가는 전시시설이 아니라 정교한 교육 콘텐츠로 만들어 내놓았다는 데에 다른 나라의 환경 프로젝트가 따라잡지 못하는 독창성과 우수성이 있다.

현대판 세계 각지 식물이 다 모인 ‘노아의 방주’

거대한 비닐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에덴프로젝트 전경.

‘전세계에서 가장 큰 온실’을 자랑하는 에덴프로젝트를 방문한 관람객을 위한 안내 책자에는 전체를 돌아보는 데에 적어도 4시간 걸릴 것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영어가 서툰 외국인이 이런저런 안내문을 읽어가며 돌아보려면 한나절도 모자라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열대우림관. 야자수, 코코넛나무 등 열대우림에서만 볼 수 있는 하늘을 찌를 듯한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이 전시관은 기후 조건이 전혀 다른 섬나라에 살고 있는 영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전시관 중 하나다.

하루에 1m씩 자라는 나무

영국의 여름 날씨는 서늘하고 건조하다. 최고 기온이 대략 25℃를 넘어서면 폭염주의보가 내리고 건조한 날씨 탓에 ‘찌는 듯한’ 무더위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이런 영국에 살면서 열대우림 기후를 실제 경험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온실 내 평균 습도는 늘 90%, 평균 온도는 24℃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탓에 전시관 입구에는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처럼 두꺼운 겉옷을 보관해주는 별도의 보관실이 있고 돔 안에는 관람객들이 무더운 실내 분위기 때문에 고통을 호소할 것에 대비해 별도의 냉방실까지 갖춰져 있다.

들고 다니는 카메라 렌즈에는 늘 김이 서려 있게 마련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글을 탐험하는 기분으로 절반쯤 가다보면 ‘앞으로 몇 분 더 가야 하니 실내 습도와 온도를 견디기 어려운 사람은 여기서 발걸음을 돌리라’는 친절한 안내문까지 붙어 있다.

특히 열대우림관을 꼼꼼히 둘러보다 보면 평소 TV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나 어쩌다 볼 수 있는 진기한 동식물을 어렵지 않게 만나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보유한 수종만 1100종에 달한다. 그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씨앗을 가진 식물도 있고 하루에 1m씩 자라는 키다리 나무도 있다.

영국 중부 버밍엄에서 휴가차 이곳을 찾았다는 앤드루 클라우트(57) 부부는 왕실이나 고궁 경내처럼 조화롭게 정비된 고급 정원이 주로 인기를 누리는 영국에서 이런 정글 같은 식물원을 접할 수 있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클라우트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여러 번 여행해봤지만 이런 열대 식물원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시간이 부족해 열대우림관을 다 돌아보지도 못하고 내려오는 길에 야자수 아래 비스듬하게 놓여 있는 서핑보드가 눈에 띈다. 그냥 바닷가 분위기라도 내려는 장식품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 열대우림관에서 실제로 자란 발사(balsa)나무를 잘라 만든 서핑보드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가볍고 단단해 모형 항공기나 뗏목 제작에 주로 쓰이는 발사나무로 제작한 합판에 천연 염색을 해 만든 서핑보드다. 주로 유리섬유(fibreglass)를 이용해 만드는 일반 서핑보드와 달리 이 발사나무 보드는 100% 천연 분해되는 재질이어서 사용 후에도 지구상에 쓰레기 공해를 전혀 유발하지 않는다.

에덴프로젝트가 내세우고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는 바로 이 서핑보드의 예가 단적으로 보여주듯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한마디 모토에 함축되어 있다. 스스로 생산하고 수확해 사용한 후 폐기물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열대우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어진 바로 옆 전시관은 지중해관이다. 지중해성기후에서 자라는 식물을 소개하고 있다고 해서 단순히 스페인, 그리스 등 우리에게 익숙한 지중해 연안 유럽 국가들에서 볼 수 있는 식물들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중해관에서는 멀리 남아프리카와 캘리포니아 연안 등 ‘지중해성 기후’ 지역에서 가져온 진기한 씨앗들을 뿌려 10년 넘게 가꿔온 결과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지중해성 기후로 분류되는 지역은 땅 면적으로만 따지면 지구 표면의 2%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서 자라는 식물의 종류는 지구상 전체 식물의 20%나 된다. 그만큼 식물에 관한 한 다양성의 보고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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