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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Asia - 신동아 특약

‘쿨한 일본’의 소프트파워

국가적 노력으로 만들어낸 새 이미지, 그 양날의 칼

  • 글·아스거 뢰즐레 크리스텐센| 북유럽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번역·강찬구| 동아시아재단 간사

‘쿨한 일본’의 소프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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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나 코스프레 같은 일본의 소프트파워는 일본의 국제적 위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덴마크방송공사(Danish Broadcasting Corporation)의 온라인 편집장이자 도쿄 특파원으로 활약했던 필자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와 1990년대 이후 장기 경제 침체로 상실한 하드파워를 소프트파워를 통해 회복하기 위해 애써왔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의 젊은이들이 전쟁의 아픈 기억을 잊지 못하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눈으로 일본을 보게 됐다는 것. 그러나 이렇게 형성된 힘이 일본의 보통국가화나 재무장 등의 국제정치 이슈에서 어떻게 활용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에 가깝다. ‘한류(韓流) 열풍’을 계기로 소프트파워 강화의 기회를 맞이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영문계간지 ‘글로벌 아시아’ 2011년 봄호 기고문을 번역, 게재한다 <편집자>
망가(일본 만화),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 코스프레(일본의 젊은이들이 만화 속 등장인물의 의상을 입고 모여 펼치는 역할극)…. 한때 일본의 이러한 문화 트렌드는 많은 사람의 눈에 기괴하고 심지어 경박하기까지 한 세기말적 문화풍토로 비쳤다. 그러나 이후 이러한 일본의 대중문화는 ‘쿨한 일본’이라는 매력을 널리 알리는 데 크게 일조했고, 여기에 전세계에 걸쳐 이른바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투사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집중적인 노력이 결합되면서 국제정치의 새로운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정부가 소프트파워 전파를 위해 기울이는 의식적이고도 집중적인 노력은 국가 최우선과제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패션과 유행에 열광하는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호감이 가는 국가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해 자국 문화의 인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노가쿠(가면극), 다도(茶道), 하이쿠(俳句) 같은 고전예술부터 구로사와 아키라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나 겐조(KENZO) 같은 패션브랜드, 스시와 일식 등 현대적인 형태까지 그 구체적인 방식은 실로 다양하다. 일본의 전자제품과 컴퓨터게임 역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국가적 역량의 투입

물론 관심은 망가와 아니메, 코스프레 같은 대중문화 요소에 단연 쏠린다. 주(駐)덴마크 일본대사를 역임한 곤도 세이치 같은 정장 차림의 외교관들 역시 이러한 홍보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그간 일본 외무성 내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소프트파워 전문가로 활동해왔던 곤도 전 대사는 2년간의 덴마크 주재생활을 마치고 2010년 일본으로 돌아온 후 문화청 장관직을 맡았다. 지금 그는 일본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일본 정부의 구상을 실현하는 책임자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한 대중강연을 통해 곤도 장관은 “예술과 문화는 세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당신의 생각을 전파할 수 있는 방법인 동시에 친구를 만드는 데도 효과적이지만,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강압적인 방식이 불러일으키는 경계심이나 두려움과는 반대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6년 아소 다로 당시 일본 외무상은 한 연설에서 “어린 망가 팬들이나 아니메 팬들이 자주 찾는 중국의 상점 안에는 선반마다 상상력 넘치는 일본 아니메 캐릭터들이 가득하다. 여러분은 일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가? 그 이미지가 긍정적일수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본의 생각을 전파하기는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쿨한 일본’ 캠페인의 비공식적인 개막선언으로 받아들여진 이때의 연설은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됐다. 그간에는 고급문화를 홍보하는 데만 공적 자본을 투입해왔지만 이후로는 시끌벅적한 대중문화를 전파하는 데 예산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5년 이래 일본 정부는 전 세계 코스프레 팬들이 1년에 한 번 일본에 모여 펼치는 경연대회를 후원해왔고 2007년부터는 매년 세계 최고의 망가 아티스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도 거행해왔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의 일본학 강사이자 만화 등 일본 대중문화 전문가인 사카모토 루미 씨는 이러한 노력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일본을 이끈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부터 시작됐다고 평가한다. “고이즈미 총리와 아소 총리를 거치면서 일본 정부가 펼쳐온 의식적인 대중문화 홍보는 대단히 신중한 구상을 통해 완성된 캠페인이며, 이는 1990년대 이후 일본의 경기침체기 동안 일본의 대외영향력을 제고할 수 있게 해준 새로운 희망이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보다 나은 대외 이미지 구축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일차적으로는 문화상품의 판매와 관광객 증대를 통해 실질적인 단기이익을 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카모토 씨는 “‘문화 외교’를 논하는 일본 정부 문서를 보면 일련의 노력은 국가브랜드화를 통한 일본 이미지 개선뿐 아니라 수출을 통한 경제적 이익 창출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대, 기억, 이미지

예를 들어 대만의 상점에서 팔리는 만화 가운데 상당수는 일본에서 비롯된 스타일을 따르고 있지만 실제 디자인은 대만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피터 함센 AFP 타이베이 지국장은 “대만의 서점에는 일본 망가의 번역본뿐 아니라 대만 내에서 제작한 망가와 일본식 그림 스타일을 혼자서 터득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설명서들로 가득 차 있다. 소프트파워는 가장 효율적인 것이지만 관점에 따라서는 가장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 망가는 이미 일본 고유의 문화라기보다는 범아시아적인 예술 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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