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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의 核 인정 방정식

“北, 핵보유국 요구는 美 손익계산서 파악 못한 결과”

  • 엄상윤│세종연구소 연구위원 scare96@sejong.org

북한과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의 核 인정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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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월11일 ‘베를린 선언’을 통해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한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관련 비밀접촉 내용을 폭로하는 외교적 결례까지 범하면서 이명박 정부와는 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공개한 2011년도 ‘연례 안보위협 보고서’를 둘러싸고 이런 우려와 의구심이 재연됐다. 2011년도 보고서에는 2010년도 보고서에 명시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미국의 정책’이라는 구절이 누락된 것이다. 그러자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하는 방향으로 대북 핵정책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지리하고 답답한 싸움은 언제 끝날까?
북한과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의 核 인정 방정식

아리랑2호 위성이 2006년 10월16일 촬영한 북한 핵실험 추정 지역.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20년을 훌쩍 넘긴 북핵문제는 아직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들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당사국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당사국들은 남북회담→북미회담→6자회담이라는 3단계 회담 개최에도 합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 거부로 북핵 회담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11일 ‘베를린 선언’을 통해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한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도 북한의 냉담한 반응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관련 비밀접촉 내용을 폭로하는 외교적 결례까지 범하면서 이명박 정부와는 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6자회담의 조속 재개 여부도 불투명하지만, 6자회담이 재개되어도 회담이 순항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도대체 북핵문제를 둘러싼 지리하고 답답한 싸움은 언제 끝날 것인가? 북핵문제 해결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북핵문제는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든지 아니면 국제사회, 특히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야 막을 내리게 된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를, 북한은 국제적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반된 목표가 지리하고 답답한 싸움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6자회담의 공전(空轉)이 장기화하고 북한의 핵능력이 크게 향상됨에 따라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많다.

그렇다면 또 다른 종착역, 즉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가능성은 존재하는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논리 개발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을 포기하는 패배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 찾기는 대단히 중요하다.

북핵문제가 장기화하고 답보상태를 거듭하는 동안 북한의 핵능력은 크게 향상됐다. 북한은 2004년 1월 영변 원자로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을 공개하고 2005년 2월 핵 보유를 공개 선언했다. 2006년 10월에는 1차 핵실험을, 2009년 5월에는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2010년 11월에는 평양을 방문한 헤커(Siegfried S. Hecker) 박사를 통해 원심분리기 1000개 이상이 설치된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다.

북한은 이런 핵능력을 근거로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제사회, 특히 미국에 북한 핵 보유 인정을 집요하게 주장해왔다. 지난 3월14일 제네바에서 개최된 유엔 군축회의에서도 북한은 핵보유국 행세를 하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 이면에는 국제사회의 대북 핵 포기 압력과 제재 해제는 물론 자위수단의 안정적 확보, 6자회담과 북핵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 확보, 국제적 위신과 영향력 제고, 국내정치의 불안정 해소, 북한 주민들의 단합과 사기 진작,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정적 구축, 핵 수출을 통한 경제적 이익 증진 등 다방면에서 핵보유국의 지위와 권한을 적극 활용해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한편 한미일(韓美日)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의 거듭된 ‘북한 핵보유 인정 불가’ 공식 천명에도 미국의 북한 핵 보유 묵인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의구심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이 북한 핵 보유를 불가피한 현실로 인정하고 대북 핵정책의 목표를 ‘비핵화’에서 ‘비확산’으로 수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인도와 파키스탄의 사례를 들어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런 우려와 의구심은 2010년 4월 “북한이 1∼6개의 핵무기를 가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클린턴 국무장관의 루이빌대 연설을 계기로 크게 증폭됐다. 지난 2월에는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공개한 2011년도 ‘연례 안보위협 보고서’를 둘러싸고 이런 우려와 의구심이 재연됐다. 2011년도 보고서에는 2010년도 보고서에 명시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우리(미국)의 정책’이라는 구절이 누락된 것으로 미루어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는 방향으로 대북 핵정책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은 국제적 핵보유국 지위 획득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고 한미일 일각에서는 미국의 북한 핵 보유 묵인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美 안보보고서, ‘북한 핵 보유 인정 불가’ 누락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지위가 인정되는 방식에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범세계적 국제 레짐인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통한 공식 인정이다. NPT는 ‘1967년 1월1일 이전에 핵무기 또는 핵폭발장치를 제조하고 폭발시킨 국가’를 핵보유국으로 규정하고(제9조 3항), 핵보유국과 비핵국의 의무를 별도로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개별 국가들은 NPT 회원국 가입과 동시에 1967년 1월1일 이전에 핵실험에 성공한 미국, 소련(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 5개국은 현재 NPT의 189개 회원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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