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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닮아가는, 미국의 이념 내전

붉은 주의 나라<보수>와 푸른 주의 나라<진보>로 양분

  • 이종훈│시사평론가·정치학박사 rheehoon@naver.com

한국 닮아가는, 미국의 이념 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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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은 요즘 전쟁 중이다. 아프가니스탄 등지의 대(對)테러 전쟁 이야기가 아니다.
  • 일종의 내전이다. ‘이념전쟁’ ‘계급전쟁’ 이다. 사사건건 보수와 진보가 부딪쳐 국론은 분열되고 사회는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 그 결과 경제위기, 재정난, 사회갈등의 늪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진짜 위기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한국 닮아가는, 미국의 이념 내전

10월6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월가 시위’에 참석한 여성이 연행되고 있다.

반월가 시위대는 이렇게 말한다. 1%에 저항하는 99%를 대변한다고. 그들은 지금 상위 1%의 탐욕을 상징하는 월가를 점령하는 전투를 벌이는 중이다.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그들의 저항을 계급전쟁(Class warfare)으로 규정짓고 있다. 이 전쟁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은 시위대 편이다. 공화당 출신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오바마가 내세운 계급전쟁의 자연스러운 산물이 이번 시위”라고 단언했다. 이 때문에 정부 여당이 시위에 편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색깔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이미 오래전부터 오바마 대통령을 ‘사회주의자’ 또는 ‘마르크스주의자’로 규정했다. 그가 상원의원 시절일 때부터 그랬다. 2010년 여름 보수 성향 유권자 모임인 티파티(Tea Party) 한 곳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아돌프 히틀러’‘레닌’과 비교한 내용의 옥외광고판을 설치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대통령을 마르크스주의자로 형상화한 이미지 컷을 만나는 일은 미국 사회에서 이제 흔한 일이다.

최근 대표적 보수매체인 ‘폭스뉴스TV’의 로저 에일즈 회장은 “오바마 대통령은 프랑스인이나 독일인도 감당하기 힘든 극좌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나는 열렬한 자유시장주의자인 동시에 친미주의자”라고 해명했지만 반대 진영의 시각이 바뀔 것 같진 않다.

“오바마는 공산주의자”

미국에서 사회주의자로 공격을 받은 대통령이 물론 오바마가 처음은 아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트루먼 대통령도 공화당과 보수 세력으로부터 비슷한 공격을 받았다. 이른바 ‘수정자본주의’를 지지했던 민주당 출신들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국가의 개입을 확대해 대공황을 극복하려 했고 트루먼 대통령은 의료보험을 개혁하려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개혁안 같은 것도 비슷한 노선이다.

미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는 언제나 대립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무척 심각하다. 한쪽에서 대통령에게 공산주의자라는 낙인을 찍는 사이 다른 쪽에서 자본주의의 근간인 월가를 공격하고 있다.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성조기의 나라’ 미국이 붉은 주의 나라(보수 성향)와 푸른 주의 나라(진보 성향)로 양분되는 것 같은 양상이다.

이렇게 격화일로를 걷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질적으로 돈 문제일 것이다. 미국 사회는 심각한 빈부격차를 겪어왔고 이제는 이를 감내하기 버거워하는 것이다. 2010년 크리스마스마스 이브에 ‘CNN’은 경제정책연구센터(EPI) 보고서를 인용해 “상위 1% 가구가 전체 가구 평균의 225배에 달하는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62년 125배를 기록한 이래 꾸준히 격차가 벌어져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기간인 1995년에는 173배가 되었고 부시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04년에는 190배를 넘어선 바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1%와 99%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빈부격차’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6월19일 “미국의 빈부격차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상위 0.1%가 벌어들이는 개인소득이 전체 국민소득의 10%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영국 4%, 프랑스와 일본 2%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08년 기준으로 미국 상위 0.1%의 평균소득은 1970년에 비해 385% 증가한 반면 하위 90%의 평균소득은 1970년에 비해 오히려 1% 줄었다.

오바마 대통령 집권 동안 보수와 진보 간 논쟁은 의료보험 개혁, 국채한도 증액, 재정적자 감축, 부유층 감세(減稅) 연장, 부자 증세(增稅), 일자리 문제 등에서 사사건건 벌어졌다. 마치 굴비 엮이듯 주제에 주제를 이어가며 판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은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 후 처음 내놓은 예산안이었다.

‘새로운 책무의 시대(A New Era of Responsibility)’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2010 회계연도 예산안은 2009년 2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이념전쟁의 불을 붙였다. 역사상 최대 규모 적자 예산, 부자 증세, 의료보험 확대가 핵심내용이었다.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약속한 것은 해야 한다는 오기와 믿음이 묻어났다. 오바마 행정부는 향후 10년간의 비전을 담았다고 선전했다.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이에 경악했다. 판도라의 상자는 이렇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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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정치학박사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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