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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재정지원 중단 검토하는 미국 이스라엘과는 유적지 분쟁 가능성

팔레스타인 유네스코 가입 이후

  • 김영미│분쟁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유네스코 재정지원 중단 검토하는 미국 이스라엘과는 유적지 분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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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레스타인이 외교무대로 나왔다. 반세기 동안 나라 없는 설움을 겪어온 팔레스타인이 유엔 산하 기관인 유네스코에 가입했다. 팔레스타인을 양분했던 온건파와 강경파(하마스)도 지난해 하나로 통합됐다. 그러나 미국,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외교무대 등장을 반대한다. 엄포로 끝날지 현실화될지 두고 볼 일이지만, 미국은 법에 따라 유네스코에 대해 재정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 ‘세계 평화’를 이유로 팔레스타인을 마음대로 공격할 수 없게 된 이스라엘의 입장도 난감해졌다. 외교무대로 나온 팔레스타인과 이를 못마땅해하는 미국과 이스라엘, 이들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팔레스타인이 유엔 산하 교육문화기구인 유네스코 가입에 성공했다. 팔레스타인은 지난 10월 31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유네스코 회의에서 107개국의 찬성표를 받아 유네스코 회원국 자격을 얻었다. 이스라엘, 미국, 캐나다, 독일 등 14개국이 반대했고 한국과 영국, 일본 등 52개국은 기권했다. 그래도 107개국이나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가 압도적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반세기 동안 나라 없는 설움으로 항상 이스라엘에 당하기만 했던 팔레스타인 역사에 큰 전환점이 마련된 것이다. 그동안 자살폭탄테러나 저지르고 무장투쟁을 벌이는 테러리스트의 나라라는 오명에 시달려온 팔레스타인은 이번 유네스코 가입을 통해 국제 외교무대에서 공식적으로 ‘나라’로서 인정받게 됐다. 팔레스타인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 즉 외교적으로 국제무대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이스라엘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주는 일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다툼은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영국의 외무장관이던 아서 밸푸어(Balfour)가 영국 국적의 저명한 유대인 로드쉴드(Rothshild)에게 서한을 보내 영국이 팔레스타인에서 유대인을 위한 민족국가를 인정한다는 약속인 밸푸어선언을 하면서 분쟁의 싹이 텄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8년, 이 선언을 믿은 유럽 거주 유대인들이 가방을 한 개씩 들고 현재의 이스라엘 땅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60여 년에 걸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끝도 없는 갈등의 시작이었다.

2011년 9월24일, 팔레스타인의 임시수도 라말라 시내 중심에 있는 마나라 광장에는 시민 1만2000여 명이 모였다. 이날은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지위를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하는 날이었다. 압바스는 뉴욕에서 개막된 제66차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 승인 결의안을 제출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압바스 대통령이 제출한 결의안에는 1967년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이 점령하기 이전 상태의 국경으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팔레스타인이 유엔의 정회원국이 된다는 것은 그동안 이스라엘에 당한 설움을 딛고 국제사회에서 정식국가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가슴 벅찬 역사적 순간을 보기 위해 많은 시민이 몰려든 것이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과 광장 주변의 골목과 건물 옥상으로 몰려든 사람들은 무대 위에 설치된 대형 TV스크린을 통해 압바스의 연설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숨을 죽였다. 압바스의 유엔 연설은 감동적이었으며 연설이 끝나자 인파 곳곳에서 박수갈채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연설을 지켜보던 대학생 모하마드 아로프(21)는 흥분에서 “여기 모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열기를 느끼세요? 우리는 이제 국제사회로 가는 첫 발걸음을 내디딘 것입니다. 오늘부터 팔레스타인은 더 이상 폭탄이나 터뜨리는 문제아가 아닌 정식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과 맞서 당당히 싸울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인파 속에선 대형 팔레스타인 깃발이 흔들렸고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원한다’라는 구호도 나왔다. 사실 현실적으로만 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는 한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은 거의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첫 삽에 불과한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만으로도 열기와 환호의 도가니에 빠진 것이다.

유엔 정회원국에도 도전

팔레스타인의 결의안이 제출된 후 유엔의 절차는 이랬다. 제출된 결의안을 안보리에 넘겨 15개 이사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거부권을 행사하는 국가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예상대로 미국이 “팔레스타인의 국가 수립 문제는 협상을 통해서만 성립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의 노력이 좌절되더라도 옵서버 국가로 지위가 상승되므로 팔레스타인으로서는 밑져야 본전이었다. 옵서버 국가가 되면 세계보건기구, 유네스코,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같은 유엔 기구에 정식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고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 정착촌, 자국의 난민 문제 등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기할 수 있으며 유사시 유엔평화유지군 파견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은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 등 서방의 반대로 독립국 지위 획득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자 영리하게 유네스코에 먼저 가입하는 쪽으로 우회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안보리와 달리 거부권 규정이 없는 유네스코를 발판 삼아 유엔 총회에서 최종적으로 국가 자격을 인정받겠다는 외교적 전략이었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이 국제사회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유네스코에 가입된 것이다. 예상대로 이스라엘과 미국이 반대했지만 이미 대세는 팔레스타인 편이었다. 당당히 유네스코 회원국으로 발돋움한 팔레스타인은 상당한 외교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팔레스타인의 유네스코 가입이 확정될 경우 유네스코 재정의 22%나 되는 700만달러의 재정 지원을 보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데이비드 킬리언 유네스코 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표결은 미국의 유네스코 지원을 어렵게 할 것”이라며 팔레스타인의 유네스코 가입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이스라엘도 외무부를 통해 “팔레스타인의 유네스코 가입은 중동평화협상 재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역부족이었다.

팔레스타인이 유네스코에 가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로 인한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다. 미국은 예고한 바와 같이 팔레스타인의 유네스코 회원국 가입 통과가 확정된 직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유네스코에 대해 재정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가 된다는 데 대해 유네스코 지원금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쓰는 미국이 언뜻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 조치는 엄연히 1990년 미 의회에서 통과된 법률에 의한 것이다. 이 법은 팔레스타인에 국가 지위를 부여하는 유엔 기구에 대해 미국 정부가 재정지원을 금지토록 하고 있다. 이 법이 제정된 이유나 미국이 이렇게 결사적으로 팔레스타인의 국가 탄생을 막는 이유는 바로 이스라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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