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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신세 한국의 해법은?

‘세계 최악의 원수지간’ 미국과 이란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샌드위치 신세 한국의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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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제1 가상적국으로 이란이 꼽혔다. 이어 중국, 북한, 이라크 순이었다. 이란의 핵개발 및 미국의 대(對)이란 봉쇄조치로 한국도 원유 수입 등에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왜 철천지 원수지간이 됐을까?
  • 미국·이란의 관계가 우리의 일도 되는 만큼 이 문제를 다각적으로 살펴봤다.
샌드위치 신세 한국의 해법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훈련 중인 이란 해군 잠수함.

대(對)이란 제재에 동참하시죠?2012년 1월 17일 우리 정부는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았다. 로버트 아인혼 미국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과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금융담당 차관보다. 이들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관한 협상을 기피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란 문제에서 진전이 있으면 북한 문제 진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어 “한미 양국이 이란 문제와 관련해 협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력해나간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에 동참하겠다는 뜻이다. 양측은 감축 범위와 시기를 2월 말부터 논의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가 원하는 것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감축하는 대신 이란에 대한 수출품을 대이란 제재로부터 예외로 인정받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

우리 정부가 고민하는 사이 미국 쪽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하나 날아들었다. 국방수권법 개정을 주도한 공화당의 마크 커크, 민주당의 로버트 메넨데즈 두 상원의원이 대이란 제재에서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 규모를 연간 구매액 기준 18%로 해야 한다는 서한을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가 예외 인정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회가 선수를 친 셈이다. 이를 따를 의무는 없다. 그러나 우리 정부로선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나 할까. 지난 1월 23일 유럽연합이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 중 20%를 수입해왔는데 오는 7월 1일부터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당연히 미국은 반색했고 이란은 발끈했다.

한국으로선 이란산 원유 수입을 못하는 것이나 이란으로 수출을 못하는 것이나 경제에 큰 타격이 된다. 한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란은 오히려 선제적으로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에 대한 원유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별 소용이 없다고 본 때문일까. 최근에는 발언 수위를 낮추고 있다. 스탐 카세미 이란 석유장관은 “이란의 원유 공급 감축은 일부 유럽 국가에만 해당된다”며 수출 규제 대상이 미국에 협조적인 영국, 독일, 프랑스 정도일 것임을 시사했다. 이란이 이처럼 뒤로 물러선 데에는 원유 수출 감소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클 수 있다는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수권법은 이란 제재의 법적 근거에 해당한다. 2011년 12월 15일 미국 하원에 이어 상원을 통과한 이 법은 이란의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어떤 경제 주체도 미국의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은 국내 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명의 계좌로 이란과 원유 거래를 하고 있다. 따라서 국방수권법은 대다수 국가의 이란산 원유 수입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의 안보상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특정 국가에 120일간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예외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 항의 적용을 받으려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 유예기간은 계속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방수권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을 때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는 강력 반대했었다.

감히 미국의 최첨단 병기를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가 대이란 추가 제재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이란이 미국의 무인정찰기 드론(RQ-170)을 나포한 사건일 것이다. 드론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쉬쉬할 정도인 미국의 최첨단 병기다. 미국은 그것이 부서지지 않은 상태로 나포된 것에 놀랐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반환을 촉구했다.

이란 정부는 영공 침범에 대한 사과가 먼저라면서 드론 모형을 백악관에 반환하겠다고 조롱했다. 미국 내 여론은 악화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더 이상 이란 제재에 반대할 수 없게 됐다.

2006년 2월 갤럽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의 31%는 이란을 미국의 최대 적국이라고 응답했다. 15%는 북한을 꼽았다. 이라크는 3위였다. 부시 전 대통령이 언급한 악의 축(axis of evil) 세 나라 중에서도 이란이 1위인 것이다. 미국 국민이 이란을 얼마나 싫어하고 위협으로 느끼는지 알 수 있다. 미국 국민은 당연히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되는 것을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2011년 11월 미국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연구소 조사에서 응답자의 50%는 대이란 제재가 실패할 경우 군사공격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드론 사건은 이런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사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역사는 꽤 길다. 마찬가지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역사 또한 길다. 이번에도 이란이 핵개발 의혹을 받아 국방수권법이 나온 것이다.

이란은 결연한 모습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했다. 모하마드 레자 라히미 이란 부통령은 2011년 12월 27일 “이란 석유 수출이 금지되면 한 방울의 원유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40%가량이 지나는 곳이다. 세계 경제를 마비시키겠다는 위협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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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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