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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실이 바르지 못한 여자는 죽어야 마땅하다”

명예 살인은 왜 근절되지 않는가

  • 김영미│분쟁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행실이 바르지 못한 여자는 죽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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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예 살인 당한 나디아의 시집 ‘어두운 꽃’에 담긴 한 구절이다.
  • “나는 우울과 슬픔에 잠긴 채 새장에 갇혀 있다. 내 날개는 접혀 날 수 없다.
  • 나는 고통 속에 울부짖는 아프가니스탄 여인이다.”
  • 여성이 죽어야 가족의 명예가 지켜진다는 게 말이 되는가.
  • 그런데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 나시르 하뮨 아프가니스탄 고등법원 판사는 “명예 살인은 전통적인 관습이라 법원이 중형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2010년 9월 영국 BBC가 공개한 한 동영상에 담긴 끔찍한 장면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영상은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 주 물라쿨리 마을에서 한 남녀를 투석으로 처형하는 모습이었다. 25세 젊은 남성 카얌과 19세 여성 시디카가 목숨을 잃었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시디카에게는 집안에서 정혼한 남성이 있었다. 시디카의 가족은 정혼자를 놔두고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려는 시디카를 이해하지 못했다. 집안의 반대에도 둘은 사랑을 멈출 수 없었고 마침내 아프가니스탄 동부 쿠나르 주로 도망쳤다. 여기까지는 애틋한 러브 스토리지만 결말은 그렇지 못했다.

시디카의 가족과 마을의 종교 지도자는 “만약 돌아오면 결혼을 허락하겠다”고 거짓말을 해 두 사람을 마을로 돌아오게 했다. 정식으로 사랑을 허락받고 부부가 되겠다는 이들의 꿈은 마을로 돌아오자마자 무너졌다.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종교 재판이었다. 연인은 공개 투석형을 선고받았다. ‘연애 행각으로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으므로 더 이상 살려둘 가치가 없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남성 200여 명에게 둘러싸여 어른 주먹 크기의 돌을 맞고 살해됐다. 돌을 던진 사람 중에는 시디카의 아버지와 오빠도 있었다. ‘핏줄이지만 명예를 더럽힌’ 시디카를 처단하는 일에 가족도 앞장선 것이다. 두 사람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이랬다.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우리는 서로를 사랑할 것이다.”

주로 10대 여성이 희생자

카얌과 시디카는 이른바 ‘명예 살인’의 희생자다. 명예 살인은 가족의 명예를 훼손한 이를 가족 구성원이 직접 죽여 실추한 명예를 회복하는 것을 말한다. 명예 살인은 중동과 서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용인받은 행동이다. 명예 살인을 저지르는 구실로는 간통과 자유연애, 복장 불량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심하게는 여성이 외간 남자를 슬쩍 쳐다봤다거나 모르는 남자가 여성에게 길을 물어봤다는 이유로 명예 살인 대상이 되기도 한다. 희생자는 주로 혼기를 앞둔 10대 여성이 많다. 간통을 했다는 이유로 명예 살인을 당하는 기혼 여성도 적지 않다. 앞서 카얌의 경우처럼 상대 남자까지 명예 살인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명예 살인의 주된 희생자는 여성이다. 명예 살인을 용인하는 배경에는 뿌리 깊은 여성차별이 있다. 중동 일부 국가에서는 여성이 집과 직장, 학교를 제외한 곳에 자유롭게 갈 수 없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엄격한 이슬람 샤리아(원리주의)가 지배하는 곳에서 여성은 아버지나 남자 형제 혹은 남편 같은 보호자를 대동하지 않고 대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나라들에서 명예 살인이 주로 일어난다.

2009년 유엔은 인권보고서에서 매년 5000명가량의 여성이 명예 살인이라는 명목으로 희생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년 후 영국 ‘인디펜던트’는 10개월에 걸친 자체 취재결과를 바탕으로 이보다 4배 많은 2만 명의 여성이 명예 살인으로 죽는다고 보도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여성도 자신의 가족 내 다른 여성에 대한 명예 살인에 동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여성도 ‘가족은 남성만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부 여성은 가족의 명예를 더럽힌 딸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의 다른 딸 결혼에 문제가 생길까봐 명예 살인을 옹호하기도 한다. 또한 최근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인터넷과 위성방송 등을 통해 중동 국가 여성이 다른 세상 여성의 옷차림이나 생활을 엿볼 기회가 많아졌다. 서구의 여성은 부모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남자친구를 사귀고 또 자의로 결혼 상대를 결정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항상 남자에 의존해야 하고 마음대로 남편감을 고를 수가 없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과 인터넷과 방송에서 보는 이상의 괴리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종교와 무관한 악습일 뿐

명예 살인은 주로 이슬람 국가에서 일어난다. 그런 까닭에 명예 살인을 이슬람교 전통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명예 살인은 이슬람교가 생기기 전부터 수천 년간 내려온 악습이다. 기원전 1790년에 발행된 바빌론의 함무라비 법전에는 “간통을 저지른 남녀는 참수시켜 죽인다”고 적혀 있다. 기원전 1075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아시리아 법도 “순결을 잃은 처녀의 아버지는 딸을 처벌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뿐만 아니라 간통한 여성을 옹호한 집안의 가족 구성원이 박해받았다는 고대 로마 기록도 있다. 이렇듯 명예 살인은 기원전부터 내려오던 나쁜 전통으로 이슬람교와는 상관이 없다. 단지 덜 문명화한 곳에서 발생하는 악습일 뿐이다. 어떤 이들은 명예 살인이 몽매하던 시절의 관습이 아니라 이슬람 정신에 밑바탕을 둔 종교 행위라고 오해하지만 이슬람 경전 코란에 명예 살인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살해해도 된다는 구절은 없다.

이슬람 가정이 아닌 기독교 가정에서도 명예 살인이 일어난다. 2006년 요르단 암만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의 작은 마을에서 17세 소녀 세이라가 아버지와 오빠에게 살해됐다. 우연히 만난 또래 청년의 차를 얻어 탄 것이 화근이었다. 아침에 세이라와 청년이 차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본 이웃 주민의 제보로 아버지가 그 같은 일을 알게 됐는데, 저녁에 들어온 세이라에게 아버지가 권총을 겨누었으며 오빠가 총을 6발 쏘았다. 그러곤 그녀의 시신을 마을 앞에 내다버렸다. 청년의 차 한번 얻어 탄 죄로 명예 살인 희생자가 된 것이다. 이 가정은 이슬람교가 아닌 기독교를 믿었다. 필자가 사건 한 달 뒤 방문했을 때 동네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인터뷰에 나섰다. 세이라의 이웃인 하세르 마무드는 “시신이 사흘간 동네 입구에 있었다. 나중에 경찰이 치웠지만 아직도 핏자국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세이라 가족이 선택한 것은 딸의 목숨이 아니라 가족의 명예였다. 외간 남자와 단둘이 차를 타고 다닌 딸을 죽이지 않는다면 세이라의 가족 구성원 모두는 동네에서 따돌림당하는 것은 물론 천대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세이라를 죽임으로써 나머지 가족 구성원은 그런 수모를 겪지 않아도 된다. 기독교도인 세이라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명예 살인=이슬람교 악습’이라고 보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힌두교 국가인 인도에서도 명예 살인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카스트’라는 인도 특유의 문화가 명예 살인을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의 신분제인 카스트는 현재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인도 사회에서는 아직도 출신 카스트를 따지는 경우가 많은데, 청춘 남녀들이 다른 카스트의 이성과 결혼을 시도하다 명예 살인으로 희생되는 것이다. 2010년 6월 뉴델리에서 전기고문 끝에 10대 남녀가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죽은 여성의 아버지는 딸이 다른 카스트에 속한 남자와 사귀는 것을 반대했고, 같은 카스트에 속한 부동산중개업자와 딸을 강제로 약혼시켰다. 하지만 불타오르는 젊은 청춘의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여성의 가족들은 결국 딸의 남자친구를 집으로 불러 인두와 전기로 고문했으며 딸과 남자친구를 모두 숨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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