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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된 中 ‘이어도 도발’ 힘받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계획된 中 ‘이어도 도발’ 힘받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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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된 中 ‘이어도 도발’ 힘받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항) 조감도.

3월 26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이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획정 협상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뜻을 같이하면서 뜨거웠던 ‘이어도 논란’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처럼 보인다.

이어도 논란은 3월 3일 류츠구이(劉賜貴) 중국 국가해양국장이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가해양국 소속 순시선과 항공기의 순찰 범위에 이어도가 포함되며, 감시선과 항공기를 동원한 정기순찰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이어도는 우리나라 최남단인 마라도 서남쪽 약 149㎞, 중국 서산다오(余山島)에서 287㎞ 떨어져 있는 수중암초다. 국제적으로는 1900년 이어도에 충돌한 영국 상선의 이름을 따라 소코트라암(Socotra Rock)으로 불린다. 이어도 해역은 우리나라로 북상하는 태풍의 길목이어서 해양기상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며, 동중국해의 황금어장이고, 연간 수십만 척의 선박이 통항하는 해상교통의 요충지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3년에 연면적 1345㎡의 해양과학기지를 완공해 운영 중이다.

흥미로운 것은 류 국장의 발언이 마침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찬반 양측이 격돌하던 시기에 전해지면서 양측 모두에게 불을 질렀다는 점이다.

해군기지 건설 찬성 측은 “이어도 해역은 우리나라 무역 물동량의 99.7%가 통항하는 ‘경제 생명줄’이며, 중국의 관할권 주장으로 분쟁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하루빨리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반면 반대 측은 “기지 건설로 중국이 이어도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라며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은 중국 등 주변국을 자극하고 잘못된 신호를 준다”고 맞받았다. 일부 언론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이어도와 연관시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요지의 기사를 쏟아냈다.

제주해군기지는 미래 대양해군 핵심전력인 제7기동전단의 모항 기능을 수행할 민군복합항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들어서는 해군기지는 지난 3월 구럼비 바위 폭파를 시발로 공사가 시작됐다. 제주도는 ‘공유수면매립공사 정지를 위한 사전예고 및 공사정지 협조요청’ 공문을 국방부에 보냈고, 현재는 공사정지 청문절차를 끝내고 제주해군기지 사업장 내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명령을 내릴지를 검토 중이다.

해군기지 찬반 양측에 기름 부은 ‘이어도 발언’

국방부는 “공사 중지를 위한 행정명령을 통보해오면 국방부는 절차에 따라 대응방향을 정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처분이 현저히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주무 장관이 시정을 명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는 지방자치법 169조가 그 근거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당위성을 밝혀온 새누리당이 4·11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해 공사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이렇게 되면 강정마을 주민들과 반대 단체의 반발도 그만큼 거세질 것이다.

만약 한중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양국 외교당국이 EEZ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더라도, 중국 측이 지금까지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는 한 이어도 문제는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 자명하다. 이어도 협상이 언론에 오르내릴수록 제주해군기지 찬반 논란 역시 정비례 그래프를 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반발이 마을 주민들의 생존권 보호와 환경보호 때문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해군기지 건설이 중국을 자극한다’는 반대 측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류 국장의 ‘이어도 발언’과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중국이 의도했든 안 했든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2006년 12월 한중 해양경계 확정 회담에서 “이어도는 수중암초이므로 양국 간 영토분쟁은 없다”는 데 뜻을 같이한 중국이, 이 시점에 관할권 운운하며 다시 이어도 문제를 꺼내 긴장 상황을 연출한 까닭이다.

지난해 해양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국 관공선이 이어도 해역에 나타난 횟수는 38회에 달한다. 항공기와 군함, 어선까지 보냈다. 이어도 해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보니 언젠가는 분쟁지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물론 한중 해군 간 실제 무력 충돌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중국 국가해양국의 움직임을 미루어 보면 양국 함정이 이어도에서 대치할 상황은 언제라도 벌어질 수 있다.

만에 하나 그런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협상 선점’을 위해서라도 이어도 해역에 한국 함정이 먼저 도착해 자리 잡고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제주해군기지 반대 측 주장처럼 기지 건설이 중국의 이어도 도발을 촉발 했을까. 중국은 왜 이 시점에서 이어도 문제를 꺼냈을까. 이를 알기 위해 국제법과 중국 해군 약사(略史)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영해(領海)라는 개념은 17세기 네덜란드인 바인케르스훅(Cornelius van Bynkershoek)에 의해 체계화된 ‘착탄거리설(cannon shot rule)’, 즉 해안에 배치된 대포의 최대 사정거리를 영해의 폭으로 정하는 것이 기준이 되었다. 18세기 들어 대포의 사정거리가 늘면서 3해리(海里, 약 5.6㎞)까지를 영해로 인정했으나, 20세기 들어 인구 증가와 어업기술의 발달, 어족자원 보호, 무역 증가 등으로 영해 폭을 확대하자는 국제여론이 대두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30년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 유엔의 전신)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국제해양법협약회의를 열어 성문화를 시도했으나 결과물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1945년 미국은 독자적으로 ‘자국 연안에 인접한 수심 183m까지의 대륙붕 자원은 자국의 관할하에 있다’는 대륙붕 개념을 들고 나왔다. 트루먼 선언(Truman Proclamations)이었다. 1946~50년에는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이 미국의 ‘대륙붕 모델’을 도입하고 영해를 200해리(약 370㎞)까지 일방적으로 확장했다. 그러나 트루먼 선언에서는 대륙붕의 정의와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던 탓에, 많은 국가는 여전히 12해리(약 22.2㎞)를 영해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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