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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획취재 - ‘미래가치가 핵심이다’ ②

다국적 생활용품·식품기업 유니레버

사회 이익 UP 환경 영향 DOWN 지속가능경영에 다 걸기

  • 런던=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다국적 생활용품·식품기업 유니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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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인류 문제 떠맡아야

다국적 생활용품·식품기업 유니레버

유니레버 PR캠페인 담당 앤 에커트(오른쪽)가 본사 건물 안의 직원매장에서 자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폴먼 CEO는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서라도 성장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가 유니레버의 행동을 통해 사회적 이익을 키우는 동시에 환경적 악영향을 줄이는 방식의 새로운 비즈니스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지난해 세계 인구는 70억 명을 넘어섰지만 지금도 6주마다 런던 인구(1300만 명)만큼 씩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며, 과학자들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던 기온 2도 상승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8억 명이 물 때문에 심각한 위협에 시달리고 있으며, 현 세계의 수요를 충족하려면 식량은 2050년까지 70% 늘어나야 한다. 어른 10명 가운데 1명은 비만에 시달리고 있지만 10억 명은 여전히 굶주리고 있다. 환경 보호단체인 WWF(세계자연보호기금)에 따르면 모든 인류가 평균적인 유럽인처럼 생활하려면 3개의 지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캐런 해밀턴 부사장은 만약 기업이 이익만을 최우선에 두는 전통적인 방식의 비즈니스를 계속한다면 비즈니스는 사회를 더 이상 발전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기후변화와 삼림벌채, 물부족 같은 사안은 정부에도 사실 큰 도전과제입니다. 그런데 정부 혼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기업은 이런 문제 앞에서 더 이상 방관자가 돼선 안돼요. 기업이 문제의 일부가 아니라 해결책의 일부가 돼야 해요. 기업이 해결책의 일부가 되려면 자선이나 이익 중 일부를 내놓는 방식의 사회공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업의 운영방식을 지속가능전략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런 인식이 보편화되기 전인 1987년 유엔 브룬틀란트 보고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지속가능성)이란 “미래 세대가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우리 세대의 필요에 맞추는 발전”이라고 정의했다. 유니레버의 지속가능성 개념도 여기서 출발한다. 해밀턴 부사장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환경적 영향을 줄이고 근로자와 넓은 차원의 생산 및 공급 과정(supply chain)에 공평한 경제적 부를 제공하면서 오늘날의 사회적 수요에 반응하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지속가능성이다”라고 덧붙였다.

유니레버는 창사 때부터 사회적 기여에 가치를 뒀던 회사다. 1890년대 유니레버의 전신인 레버 브러더스(Lever Bros)의 창업자 윌리엄 레버는 위생이 열악했던 빅토리안 시대의 영국 사회에 ‘선라이트 비누(Sunlight Soap)’를 도입해 사람들의 생활을 크게 개선했다. 네덜란드의 마가린 유니는 1920년대 영양공급이 부족했던 이 나라 사람들에게 버터의 대용으로 건강에 좋고, 싼 마가린을 팔았다. 1927년 두 회사가 합병해서 지금의 유니레버가 되었는데, 비즈니스로 돈도 벌고 사회발전에도 기여한다는 창업정신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다국적 생활용품·식품기업 유니레버

유니레버는 4월 24일 런던 본사에서 ‘지속가능한 삶 계획’의 1년 성과를 알리는 행사를 개최했다.

65명의 지속가능 챔피언

유니레버는 지속가능성 관련 부서를 두고 있다. 책임자는 키스 위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CMO), 그 밑에 부책임자가 캐런 해밀턴 지속가능성 담당 부사장이다. 지속가능성 점검팀을 이끄는 키스 위드는 4개월마다 지속가능생활 계획의 진전 상황을 유니레버 리더십 이사회(ULE)에 보고하고 있다. 각 부문에서 지속가능성 챔피언으로 뽑힌 65명의 직원은 자신의 평상시 업무와 병행해서 브랜드와 각 사업장, 창의영역 등에 지속가능성 전략이 침투하도록 안내한다. 안전환경검증센터에는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애널리스트 등을 담당하는 과학자가 있어 6000여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단계마다 환경·탄소·물 등의 발자국(footprint)을 수치화하고 있다.

12년 전 유니레버는 지속가능경영 전문가를 고용해 당시 CEO에게 자문해주는 역할을 하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사적 차원에서 지속가능성 전략이 수립돼 있다. CMO 키스 위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회사 전체로 퍼뜨려 종국에는 담당 팀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언론 인터뷰에 난 이 말을 해밀턴 부사장에게 건넸더니 좀 더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

“제 파트가 없어진다니 흥미롭군요(웃음). 일반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부차적으로 덧붙여진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습니다. 여기에 전통적 비즈니스가 있다면, 저만치에 CSR이 있습니다. 두 가지가 서로 연결되지 않는 거지요. 또 CSR은 단순히 외부의 비난으로부터 기업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 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니레버는 대기업으로선 보기 드문 혁신적인 내용을 추구하고 있어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작은 팀에서 만든 사회적 책임 정신이 최고경영자에서부터 일선 사원에 이르기까지, 또 모든 비즈니스 영역으로 옮겨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담당 팀만이 그 일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어요. 키스 위드의 말은 지속가능성이 더 이상 작은 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 전략이 회사 전체에 퍼질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유니레버는 ‘해결책의 일부’가 되기 위해 동종산업, NGO, 학계, 정부 등과 긴밀하게 공조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소비재 제조사, 공급사, 유통업체 등의 모임인 컨슈머 굿스 포럼(Consumer Goods Forum) 회원사로서 이 포럼의 지속가능성 프로그램들을 이끌고 있다. 예컨대 다른 기업들을 설득해서 2020년까지 모든 협력업체의 삼림벌채를 막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인식 전환이 혁신 바탕

“삼림벌채는 생태계와 생물종 다양성 파괴뿐 아니라 전 세계 온실가스 원인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만약 많은 기업이 힘을 합해 지속가능한 팜오일, 종이 등을 구입한다면 삼림벌채 속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유니레버는 지속가능성 전략을 위해 협력업체와의 동반자 관계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전체 원료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농산물을 100% 지속가능한 품목으로 구입하겠다는 목표를 이루려면 파트너십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니레버는 지속가능 농업 코드를 개발해 농약이나 물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정보와 장치 등을 제공하고 있다. 협력사에 이를 강제하기보다는 미끼(carrot approach)를 통해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2007년 립톤차에 대해 친환경단체인 열대우림협회(Rainforest Alliance·RA) 인증을 받았다. 2015년까지 모든 티 제품의 원재료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것으로 인증받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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