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별기고

일본 유화 제스처는 제국군대 부활을 위한 꼼수

한일 외교분쟁에 대한 일본계 귀화 지식인의 고언

  • 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정치학박사 |hosaka@sejong.ac.kr

일본 유화 제스처는 제국군대 부활을 위한 꼼수

1/3
  • 이명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독도 방문과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일왕의 사과 요구 발언으로 촉발된 한일 외교분쟁이 일본 정부의 전략적 후퇴로 일단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위안부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는 것을 두려워한 일본 정부의 일회적 제스처에 불과하다. 독도 문제를 영토분쟁화하려는 공세는 멈추지 않는다. 700년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한 일본 측은 불리하면 숙이는 척하고 빈틈이 보이면 공세를 취한다. 그들의 유화 제스처 뒤에는 자위대의 군대 지위 상승과 유엔 안보리 이사국 진출이라는 부동의 목표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8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한일 간에 외교 분쟁이 벌어졌다. 독도 방문 직후 이 대통령의 일왕 과거사 사과 요구 발언 등이 이어지면서 일본은 격분했다. 이성을 잃은 듯한 일본 정부의 격한 대응에 양국 정부와 국민의 대립은 가열됐다. 일본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강경 일변도로 한국을 압박하며 총공세에 나선 속내는 뻔해 보인다. 여야가 가까운 시일 내에 총선을 실시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집권 민주당으로선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국에 온순하게 대처하면 그렇지 않아도 낮은 지지율이 더욱 떨어진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밀어붙이기식 공세를 지켜보며 과거와 처지가 정반대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이가 필자뿐은 아닐 것이다.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독도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양국의 대응 방식은 일본 측이 망언을 하면 한국 측이 화를 내며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일본이 격분하는 모습을 그대로 내보이며 대단히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외교분쟁의 시작

필자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보복 조치를 바라보며 무례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일 통화 스와프 축소 검토, 관료급 한일회담 연기 등….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각 성청(省廳)에 할 수 있는 모든 보복조치 방안을 제출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이성을 잃은 듯한 일본의 이런 대응은 한일 외교사에서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이후 일본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며 한국을 압박한 후 노다 총리의 친서를 보내왔다. 이에 한국 정부는 일단 수용을 거부한 후 외교관을 통해 친서를 일본 측으로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일본 측은 한국 외교관을 문전박대했다. 팽팽한 대립 각을 세우던 중 한국 측이 노다 총리의 친서를 우편으로 송부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양쪽이 서로 “외교적인 결례를 범했다”고 비난하는 양상이 계속됐다.

일본은 친서 전달이 무산되자 외교문서를 통해 독도 문제를 ICJ에 공동 제소할 것과 그것이 안 되면 1965년에 정한 교환공문 방식으로 분쟁조정에 들어갈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양쪽 모두를 거부했다. 일본 정부는 결국 ICJ 단독제소를 공표하고, 소위 ‘영토국회’를 열어 한일 간의 독도 문제와 중일 간의 센카쿠열도 문제에 대해 자신의 정당성을 알리는 생방송을 전 세계로 내보냈다. 노다 총리는 일본 국회예산위원회에서 “위안부가 강제적으로 동원되었다는 증거가 없다”며 독도 문제뿐 아니라 위안부 문제에까지 억지 주장을 폈다.

위안부 문제가 변곡점

한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부당하게 ICJ에 단독 제소한다면 위안부 문제의 국제범죄재판소 회부를 검토하겠다는 메시지를 일본 측에 보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공방이 계속 강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브레이크 없는 전차처럼 달려나가던 외교분쟁은 바로 이 부분에서 변곡점을 만났다.

위안부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일본 내 언론들이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등이 “독도 문제와 달리 위안부 문제로 한국과 대립하는 것은 일본에 불리하다. 여성의 인권문제인 만큼 세계적으로 일본이 다시 지탄받게 될 우려가 있다”며 충고하고 나선 것. 이때부터 일본 정부의 태도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9월 4일 겐바 고이치로 외상은 독도 문제를 ICJ에 단독 제소하는 방안은 변함없다고 주장하면서도 “한국의 차기 정권과는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고 발언한 데 이어 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는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총리의 비공식 회담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 측이 유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실제로 8일부터 이틀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겐바 외상의 비공식 대화가 있었고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총리의 비공식 대화가 있었다. 모두 일본 측에서 먼저 다가온 결과였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이에 보조를 맞추듯, 한일 양국이 영토 문제의 대립강도를 낮춰줄 것을 요청했다.

일견 독도와 관련된 외교분쟁은 이 대목에서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이 ICJ 단독 제소를 철회하지 않은 마당에 이런 표면적인 평화무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9월 11일 일본 정부가 중앙 일간지와 지방지에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광고를 일제히 낸 것도 독도 문제와 다른 사안을 분리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한국 측 시각으로 보면 일본 측의 갑작스러운 태도변화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들의 태도 변화는 지극히 전략적인 행동이고 자국의 이익을 위한다면 언제든지 언행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한국 측은 깊이 명심해야 한다.

일본의 역사는 사무라이의 역사다. 12세기 말부터 시작돼 약 700년에 걸쳐 내려온 사무라이의 전통은 일본인에게 손자병법적 사고방식을 심어놓았다. 사무라이 시대 대부분의 무사는 손자병법을 기초 경전으로 여기며 통째로 외워버렸다. 700년 사무라이 사회의 영향은 현재 인본인의 마음속에 무의식적으로 손자병법적인 사고방식을 유산으로 남겼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을 해도 위태롭지 않다’는 손자병법의 문구를 진리로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선(善)은 이기고 악(惡)은 패한다’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항상 선이고 다른 나라는 악이다.
1/3
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정치학박사 |hosaka@sejong.ac.kr
목록 닫기

일본 유화 제스처는 제국군대 부활을 위한 꼼수

댓글 창 닫기

2018/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