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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르포 | 재건사업 박차 이라크를 가다

포탄도 두려워 않는 ‘기업가 정신’ 이라크 사막에 ‘건설 코리아’ 심는다

8조 원 大役事 한화건설 비스마야 건설현장

  • 비스마야=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포탄도 두려워 않는 ‘기업가 정신’ 이라크 사막에 ‘건설 코리아’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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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형 신도시 수출 1호… 80억 달러 규모
  • ● 2018년까지 기반시설 포함 10만 가구 주택 건설
  • ● 2500억 달러 걸린 재건사업서 유리한 고지 선점
포탄도 두려워 않는 ‘기업가 정신’ 이라크 사막에 ‘건설 코리아’ 심는다
2012년 12월 9일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여덟 살 소년 셀림이 기자의 옆구리를 콕 찌르더니 수줍게 웃으면서 “코리아?”라고 묻는다. 고개를 끄떡이자 소년이 환하게 웃는다. 출국 전 서울에서 인터뷰한 김현중 한화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의 말이 떠올랐다.

“이라크에서 한국 이미지가 아주 좋아요. 놀라웠습니다. 미국에 데어선지 중국, 러시아 같은 큰 나라를 싫어해요. 한국에 동병상련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요. 부러워하기도 하고요. 식민지를 겪었으며 6·25전쟁으로 폐허가 됐다 산업화를 통해 일어선 것을 잘 알고 있더군요.”

소년에게 “비스마야에 갈 것인데, 아느냐”고 물었다. 소년은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소년의 어머니가 “컨스트럭션(contruction·건설)”이라고 말하면서 엄지를 세웠다. 그러곤 “엔지니어로 일하느냐?”고 물었다.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비스마야는 이라크에서 ‘재건’ ‘건축’의 대명사 격이다. 60만 명이 거주하는 신도시를 7년에 걸쳐 건설한다. 누리 카밀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밀어붙이는 100만 가구 건설의 첫 사업. 비스마야에는 2018년까지 10만 가구가 들어선다. 한화건설이 설계부터 시공까지 ‘총괄 개발’한다.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은 세계 건설 역사상 단일 기업이 짓는 최대 규모 주택 공사다. 분당 신도시 규모의 주택과 인프라를 한 회사가 도맡아 건설한다고 보면 된다. 한국형 신도시 수출 1호. 바그다드 동남쪽 10㎞ 지점에 위치한 비스마야 신도시 면적은 1830만㎡(550만 평)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290만㎡)의 6배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하루 평균 2만6000명의 인력을 투입하는 대역사(大役事). 공사하는 동안 매일 6400t(레미콘 430대 분량)의 콘크리트가 사용된다.

한국형 신도시 수출 1호

포탄도 두려워 않는 ‘기업가 정신’ 이라크 사막에 ‘건설 코리아’ 심는다

2만6000여 명의 근로자가 거주할 메인캠프 공사현장.

10만 가구에 달하는 신도시를 디자인 빌드(Design Build, 설계·조달·시공 일괄수행)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은 세계 건설 역사상 첫 사례다. 도로, 상·하수관로 등 기반시설을 포함한 총 공사대금은 77억5000만 달러. 계약에 물가 상승을 반영하는 증액 조항을 넣은 터라 실수주액은 80억 달러가 넘는다. 한국 돈 8조 원이 넘는 매머드급 공사이자 한국 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 해외 수주 실적이다. 신도시에 들어설 발전소 상업빌딩 학교 등의 수주 협상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신도시에 세워지는 학교만 250개가 넘는다.

김현명 주이라크 한국대사는 “한화건설의 비스마야 프로젝트 수주 덕분에 재건사업에서 한국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는 재건사업에 2013~2017년 25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선진국 건설회사는 겁이 많아요. 이라크에 아직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헝그리 정신도 없고요. 중동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택사업은 현지 건설사가 사업권을 따낸 후 외국 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방식이라 외국 기업이 먹을 게 별로 없습니다. 이라크는 달라요. 오랜 전쟁 탓에 현지 업체가 전멸했습니다. 외국 기업이 이라크 정부와 수의계약을 맺어 수익을 낼 수 있는 ‘블루오션’입니다. 선진국 업체가 경쟁에 뛰어들면 우리가 끼어 들 틈이 없어요. 경쟁국 건설사가 겁먹고 못 들어올 때 고지를 선점한 것입니다.”

방탄조끼 입고 출근

김 부회장이 들려준 2011년 10월의 일화 한 토막. 그는 오전 8시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 관료들과 마라톤 협상을 했다. 지칠 대로 지친 몸으로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현지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스터 김, 미스터 김, 괜찮아요?”

박격포 포탄이 한화건설 캠프 앞에 떨어졌다. 다른 이들은 포격 소리에 놀라 방공호로 대피했는데 잠에 골아 떨어져 포탄 터지는 소리조차 듣지 못한 것.

“고강 상무(해외사업실장)는 날렵하게 피했더라고요. 보통은 박격포 3발을 쏘고 도망간답니다. 그날은 한 발밖에 쏘지 않았어요. 두 발을 더 쐈다면…. 돌이켜보면 위험한 순간이었는데, 그렇듯 피곤할 때까지 일하지 않았다면 수주를 못했을 겁니다. 포격 사건 이후 ‘미스터 김은 포탄도 두려워하지 않는 독종’이라는 소문이 나 협상에 간접적으로 도움이 됐습니다.”

1950년생인 김 부회장은 1981~1984년 리비아에서 일했다.

“30대 초반에 리비아를 경험해보지 못했으면 수주가 어려웠을 것 같아요. 리비아에서 주택 5000가구를 짓는 공사를 했습니다. 당시엔 5000가구도 굉장히 큰 프로젝트였어요. 그때 경험을 토대로 이라크 정부가 만족할 만한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테이블에 올려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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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마야=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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