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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식량 안보 빨간불

세끼 밥상이 모두 외국산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식량 안보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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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중국-인도 경제성장, 바이오연료 개발로 곡물가격 폭등
  • ● 한국, 쌀 빼면 곡물자급률 3.4% … 세계는 식량무기화 가속
  • ● 국정과제 차원서 실질적 식량자급 대책 마련해야불
식량 안보 빨간불
세계가 본격적인 식량위기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의 식량 안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2007년 이후 2009년을 제외하고 세계의 곡물가는 단 한번도 떨어지지 않고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식량위기를 몰고 온 장본인은 중국, 인도 등 거대 인구를 가진 신흥 경제대국의 경제성장이다. 2000년대 이후 이들 국가의 육류 소비와 곡물의 바이오연료 사용은 폭증한 반면 지구온난화에 따른 잦은 기상이변으로 공급물량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식량위기 상황은 국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11년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은 22.6%로 쌀을 제외하면 3.4%에 불과하다. 쌀을 포함하더라도 곡물의 4분의 3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 최근까지 자급률이 100%를 넘었던 쌀마저 자급률이 83%로 하락해 만약 곡물 수출국의 공급량이 줄어들 경우 석유만큼이나 우리 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수 있다. 이미 농산물을 기반으로 한 식품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서 우리 경제가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상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문제는 국제적 곡물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는 구조적인 요인이 단기간 내에 해소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최근 “곡물가격 상승이 점차 장기화되고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이러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1980~90년대까지 세계 곡물시장은 공급물량이 남아돌아 고민일 만큼 안정적인 상태를 보였다. 1970년대 이른바 ‘녹색혁명’을 통해 세계 각국이 증산을 이룩해낸 결과였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1980~90년대 평균 세계 곡물 생산량은 소비량보다 약 1100만~1500만t을 초과한 반면, 2000년대 이후(2000~2010년)에는 평균적으로 소비량이 생산량보다 많고, 곡물재고율도 1990년대보다 크게 하락했다. 2000년대 이후 세계 평균 곡물 소비량은 생산량보다 약 1140만t을 초과했고, 이에 따라 곡물재고율도 1990년대 평균 28.7%에서 21.7%로 7.0%p 하락했다.

식량, 과잉에서 부족 시대로

이처럼 불과 10~20년 사이에 식량 공급을 둘러싼 환경이 과잉에서 부족으로 돌아선 원인은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의 급작스러운 경제성장에 있다. 이들 국가에서 동물성 식품 소비의 증가는 곡물 수요를 폭발시켰다. 육류 생산을 위해선 사료 곡물이 그만큼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육류 소비량은 2006년 6210만t에서 2011년 6858만 t으로 5년 새 10.4%, 인도의 우유 소비는 최근 5년 새 26.3%가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돼온 석유가격의 상승과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도 곡물 수요를 폭증시켰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석유가격에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곡물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연료의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2006~2011년 6년 동안 전 세계 바이오 에탄올 생산량은 2000~2005년보다 무려 3배가량 많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도 식량 부족을 부추겼다. 폭우나 폭서(暴暑), 가뭄, 한파 등 기상이변 그 자체도 곡물의 생산량을 감소시켰지만 지속된 이상기후로 인한 도시화, 사막화로 곡물 생산을 위한 농지가 줄어들었다. 미국의 경우 2012년 가뭄으로 인해 옥수수 생산량이 전년 대비 5.4%, 러시아는 2010년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전년 대비 32.8% 감소했다. 전 세계적인 곡물 수확면적도 1981, 1982년 7억3559만ha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해 2010, 2011년에는 6억7956만ha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이처럼 식량 수요가 폭증하고, 곡물 생산량이 줄자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2008년에는 이로 인한 애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갔지만, 그 망령은 2009년 한 해를 건너뛴 후 곧 되살아났다. 이번에는 그 여파가 더 크고 셌다. 2008년에는 밀과 쌀의 가격이 각각 사상 최고치인 t당 439.72달러(3월 평균가격)와 1015.2달러(4월 평균가격)를 기록했고 2012년에는 옥수수와 대두의 가격이 각각 사상 최고치인 t당 332.95달러(7월 평균가격)와 622.91달러(8월 평균가격)까지 치솟았다.

곡물가격 급등, 식량의 무기화

2012년 10월 현재 평균 국제 곡물가격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밀은 t당 358.2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3.9% 상승했으며, 옥수수는 321.6달러로 17.1%, 대두는 565.5달러로 26.8%, 쌀은 584.74달러로 9.7% 상승했다.

최근 곡물가격의 상승이 더 무서운 것은 몇몇 종류만 홀로 오르는 형태가 아니라 밀, 옥수수, 대두 등 전체 곡물가격이 연쇄적으로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곡물 종류에 상관없이 가격 동조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 그만큼 국제 곡물가격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전찬익 농협경제연구소 농정연구본부 본부장은 “곡물가격 등락이 과거에는 7~8년 주기로 발생했는데 2008년 이후 1.1년으로 매우 짧아지고 있다. 세계 곡물 생산 감소로 교역량, 재고량 감소가 전망되면서 국제 곡물가격은 당분간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거대 식량 수출국들이 곡물 수출을 제한하는 자원민족주의를 확장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쉬운 말로 ‘나 먹을 것도 없는데 너를 왜 주느냐’는 얘기이고 ‘내 말을 안 들으면 남는 게 있어도 주지 않겠다’며 협박하는 셈이다. 중국은 2008년 1년간 한시적으로 밀, 쌀, 옥수수에 대해 수출쿼터를 도입하고 수출관세를 부과해 곡물 수출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쳤다. 세계 3위의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2010년 가뭄 피해가 심해지자 한시적으로 자국 내 재고 유지와 가격 안정을 위해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또한 세계 4위 옥수수, 세계 5위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도 같은 해에 곡물수출량을 250만 t으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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