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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에티오피아서 열매 맺는 ‘KOICA 드림’

집 짓고 학교 세우고 피임시술까지…

  •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에티오피아서 열매 맺는 ‘KOICA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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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엔 6·25전쟁에 참전한 용사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 가슴에 태극기를 단 퇴역군인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 아프리카 최빈국 에티오피아는 KOICA가 지원사업에 가장 공을 들이는 나라.
  • KOICA 단원 60여 명이 에티오피아 곳곳에서 새마을운동과 교육·의료사업을 펼치고 있다.
  • 전통가옥에 창문 달아주기, 새집 짓기, 재봉틀 교육에서 피임시술까지 봉사의 종류도 다양하다.
에티오피아서 열매 맺는 ‘KOICA 드림’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당시 아프리카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에 군대를 파견했다. 파병 군인은 6037명. 전체 파병국(16개국) 중 4번째로 많은 병력이었다. 그들은 최정예 황실 근위대 출신으로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춘천, 인제, 가평 등지에서 맹활약했다. 파병 군인 중 122명이 전사했고 536명이 부상했다.

그러나 6·25 참전용사들과 그들의 후손은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1974년 이 나라에 들어선 사회주의 정권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핍박했다. 살해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1991년 멜레스 민주정부가 집권할 때까지 참전용사들은 거의 숨어 살아야 했고 그 탓에 극빈층으로 전락했다. 참전용사협회에 따르면 참전용사 중 생존해 있는 사람은 340명 정도다.

국제원조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는 1990년대 초반부터 ‘은인(恩人)의 나라’ 에티오피아를 지원했다. 원조 규모는 2005년 229만 달러에서 2012년 716만 달러로 늘었다. 식수원 개발, 초등학교 건립, 가족계획사업에 이르기까지 원조 범위도 계속 확대됐다. 2011년 7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에티오피아를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 대통령은 에티오피아에 이틀을 머물며 자원봉사활동에 동참해 화제가 됐다. 두 나라 사이가 더욱 끈끈해진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해 KOICA는 총 900만 달러를 들여 참전용사 후손들에 대한 직업교육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 방문 당시 멜레스 에티오피아 총리와 약속한 사업이었다. 처음 선발된 60명은 현재 한국에서 8개월 일정의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미티쿠 베레차 훈데 에티오피아 교육부 대외협력국장은 “참전용사 후손들의 관심이 아주 높다. 지금은 주로 용접·배관, 자동차, 전기·전자 관련 교육을 받고 있는데, 앞으로 철도 및 도로 건설, 사탕수수 재배, 봉제 등으로 교육 범위가 넓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들은 훗날 에티오피아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말라세 타마 한국전쟁 참전용사협회장은 “한국이 60년 전의 일을 잊지 않고 에티오피아를 돕고 있는 데 대해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에티오피아의 돈독한 관계는 지난해 8월 멜레스 총리가 갑자기 사망했을 때 잘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이 보낸 애도문이 장례식 다음 날 에티오피아의 여러 일간지에 대서특필되면서 한동안 외교가의 화제가 됐다. 김종근 주(駐)에티오피아 대사는 “에티오피아 정부 관료들도 많이 놀랐다. 양국 관계를 제대로 보여준 사례였다”고 말했다.

KOICA의 에티오피아 봉사활동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가 찾아간 곳은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남동쪽에 있는 시골 마을 한도데와 데베소였다. 수도에서 차로 2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에티오피아 제2의 도시 나자렛을 지나서도 1시간 이상을 더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곳.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동안 창밖으로는 흙빛 세상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막, 여기저기서 피어난 먼지바람만이 건조한 벌판을 휘젓고 있었다. 이런 곳에 사람이 산다는 게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다.

한도데, 데베소 마을은 전기와 수도시설조차 없는 곳이다. KOICA 관계자는 “에티오피아에서도 오지 중 오지로 꼽히는 곳”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KOICA 단원 10여 명이 1~2년 일정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마을 주민과 함께 생활하며 새마을운동을 벌이고, 초등학교와 보건센터에서 학생과 주민들에게 교육·계몽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봉사하는 나라는 한국뿐”

기자가 이곳을 찾은 날에도 도로와 수로 정비 사업, 저수지 개발 사업이 한창이었다. 30도를 훌쩍 뛰어넘는 뙤약볕이 작열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 주민은 “이런 곳까지 찾아와 봉사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국밖에 없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포스코에서 38년간 근무하고 퇴직한 뒤 이곳에 왔다는 데베소 봉사단 심만조(58) 팀장은 “KOICA의 시니어봉사단 프로그램 덕분에 이런 곳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평생 기억에 남을 일이다. 오는 8월 귀국할 때까지 약 350가구가 거주하는 데베소 마을의 도로를 깔끔하게 정비하는 게 목표다. 지금까지 3km 정도를 정비했고 이제 막바지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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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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