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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 스노든 매닝 키리아쿠 영웅인가, 간첩인가

  • 김영미 │프리랜서 PD

내부고발자 스노든 매닝 키리아쿠 영웅인가, 간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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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존하는 권력구조가 모든 이의 자유를 신장하는 대신 권력 자체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런 과잉 행위를 억제할 정치 지도자를 기다렸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보 당국, 나아가 미국 정부의 과잉 행위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기밀 폭로의 핵심 동기다. 모든 사람의 말과 행동이 낱낱이 기록되는 세상에서 살 수 없겠다는 생각에 감시 체계의 공개를 결심했다.”
  • (에드워드 스노든 前 CIA·NSA 요원의 ‘가디언’ 인터뷰 )
  • 미국 정보 당국의 개인정보 수집 및 무차별적 도·감청을 폭로해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스노든, 위키리크스에 기밀을 넘긴 매닝, CIA의 고문 사실을 폭로한 키리아쿠는 내부고발자인가, 기밀누설자인가.
2월 28일 미국 메릴랜드 주 군사법정.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자료를 넘겨 기소된 브래들리 매닝(25) 일병이 서 있었다. 매닝은 말쑥한 군대 예복 차림이었다. 체구가 왜소한 이 젊은 군인의 죄목은 간첩죄 등 22가지. 그는 35장에 달하는 진술서를 1시간에 걸쳐 읽었다.

“이라크인이라고 해서 모두 제거해야 할 대상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매닝은 기밀을 폭로한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2010년 현역 군인 신분으로 외교 기밀문서 25만 건,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기록 39만 건을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했다.

그의 폭로로 전 세계가 들끓었다. 그가 밝힌 기록에 따르면 이라크 전쟁 사망자 의 90%가 민간인인 데다 미국 정부는 의도적 학살을 오폭 등의 사고로 은폐했다. 특히 ‘부수적 살인(Collateral murder)’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라크 민간인 폭격 영상이 충격적이었다. 미군 헬기 조종사가 컴퓨터 게임을 즐기듯 민간인을 타깃 삼아 사살한 것. 총격을 받은 이들 중엔 취재용 카메라를 든 로이터통신 기자와 어린이들이 포함돼 있었다.

매닝은 관타나모 수용소의 고문 실상과 민간인 140명이 살해된 아프가니스탄 그라나이 마을 학살 장면도 공개했다.

1월 25일 미국 버지니아 주 지방법원. 알 카에다 조직원을 물고문한 사실을 폭로해 파문을 일으킨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요원 존 키리아쿠(48)가 선고 공판을 받고 있었다. 이날 그는 언론에 기밀정보를 유출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내부고발자 vs 기밀누설자

키리아쿠는 1990~2004년 CIA에서 일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측근이던 아부 주바이다를 체포하는 작전에 참여했다. 2007년 12월 ABC와의 인터뷰에서 “CIA가 주바이다를 물고문했다”고 폭로한 후 체포됐다. 키리아쿠는 CIA 사상 정보신분보호법을 위반한 첫 번째 전·현직 직원이 됐다.

언론은 키리아쿠와 매닝을 내부고발자(whistle-blower)로 명명했다.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가권력의 불법, 비위 사실을 폭로해 공익에 기여한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기밀을 빼돌리는 스파이와는 사뭇 다른 개념이다. 폭로 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므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매닝과 키리아쿠를 기밀누설자(leaker)로 간주한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최근 미국의 내부고발자 10명을 선정했다. 첫 번째로 꼽힌 이는 닉슨 대통령 사임을 몰고 온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제보자 마크 펠트로 전 FBI(연방수사국) 부국장. 미국 정부가 베트남전 확전을 위해 ‘통킹만 사건’을 조작했다는 내용이 담긴 ‘펜타곤 페이퍼’를 ‘뉴욕타임스’에 건넨 대니얼 엘스버그, 위키리크스에 자료를 넘긴 매닝도 이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에 이어 또 한 명의 내부고발자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에드워드 스노든(29). CIA와 NSA(국가안보국)에서 일했던 그는 최근 NSA의 개인정보 통화 감찰 기록, 프리즘(PRISM) 감시 프로그램 등과 관련한 기밀문서를 폭로했다.

스노든의 행적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7월 15일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 환승구역에 머물면서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폭로대로라면 NSA는 버라이즌, AT·T 등 미국 이동통신 업체와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IT기업을 대상으로 방대한 양의 고객정보를 수집했다. NSA가 개인 사용자의 인터넷 접속기록과 e메일은 물론 파일 전송, 인터넷 메신저 대화, 소셜네트워크(SNS) 활동, 음성통화 등에도 접근했으며 특정 대상에 대해선 실시간으로 감시했다는 것이다. 스노든은 또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대사관을 포함해 워싱턴에 소재한 38개국 대사관의 전화, 팩스 등도 수시로 도·감청했다고 폭로했다.

궁지에 몰린 미국

세계 각국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미국이 궁지에 몰렸다. 미국은 스노든 송환 노력에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 정부는 스노든이 첫 폭로에 나선 홍콩으로부터 신병을 넘겨받아 형사처벌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스노든이 홍콩을 떠나 러시아로 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홍콩과 러시아가 미국을 난감하게 만든 것이다. 미국은 스노든을 내보낸 홍콩과 이를 묵인한 중국, 스노든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또한 스노든의 정치적 망명지로 거론되는 국가 20여 곳과 그가 비행기를 환승하기 위해 지나갈 수 있는 나라를 대상으로 스노든 송환과 관련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며 압박하고 있다.

백악관, 국무부의 고위 관리는 물론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다. 존 케리 국무장관과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패트릭 벤트렐 국무부 부대변인 등은 중국이 스노든의 도피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고 대놓고 불평했다. 카니 대변인은 “중국이 범죄인 인도에 관한 의무를 존중할 생각이 없다면 문제가 있다”고 일갈했다. 민주당 소속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은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스노든의 행위는 반역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내부고발자로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뮤케이지 전 법무장관은 “기밀을 누설하는 것은 테러리스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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