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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車로 흥하고 車로 망한 자동차산업 메카

20조 부채 안고 파산한 美 디트로이트

  • 오미정 | CJ E&M e뉴스 기자

車로 흥하고 車로 망한 자동차산업 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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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유리창 깨진 건물, 문 닫은 상점, 불 꺼진 사무실…
  • ● 치안 공백으로 범죄율 수위 달리는 우범도시 전락
  • ●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 車 내수 침체 직격탄
  • ● 모터쇼 개최, 영화 촬영장 유치로 재기 모색
車로 흥하고 車로 망한 자동차산업 메카

텅 빈 디트로이트 시내 건물들.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시는 7월 18일 파산 신청을 했다. 시는 180억 달러(한화 약 20조2600억 원)의 천문학적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했다. 주는 케빈 오어 변호사를 초법적인 비상관리인으로 내세우는 등 자구(自救) 노력을 기울였지만 파산을 막지 못했다.

파산 신청 20여 일이 지난 8월 7일 디트로이트를 찾았다. 파산한 도시의 첫인상은 황량함 그 자체였다. 자동차 산업으로 영화를 누리던 전성기 때 모습은 온데 간데없었다. 활력을 잃은 도시를 거니는 사람들에게서도 좀처럼 여유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산한 공항, 썰렁한 도로

8월 7일 인천발 디트로이트행 대한항공-델타항공 공동 운항기는 만석(滿席)이었다. 하지만 이들 중 최종 목적지가 디트로이트인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기내에서 만난 한 승객은 “보스턴으로 가는 길인데, 디트로이트에서 환승하는 티켓이 싸서 이 비행기를 탔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디트로이트 공항에 도착하자 많은 승객이 썰물 빠져나가듯 환승 게이트로 향했다.

미국은 테러 위험 때문에 입국 심사가 까다롭다. 비즈니스 때문에 미국에 온 사람도 입국심사대 직원의 ‘취조’를 피하려고 입국 카드에 방문 목적을 ‘관광’으로 적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전 세계 관광객의 10%를 끌어들이는 주요 관광국이라 ‘관광차 미국에 왔다’는 말은 전혀 낯설지 않다.

그러나 디트로이트는 달랐다. 일행 중 한 명이 “관광차 디트로이트에 왔다”고 하자 입국심사 직원이 의아하다는 듯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업무 때문에 디트로이트에 왔다”고 고쳐 말하자 그때부터 ‘무슨 일’로 왔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파산한 도시 디트로이트에는 해외 비즈니스맨을 끌어들일 산업도 변변치 않다. “이곳에서 찍는 영화 촬영장을 방문하려 한다”고 설명한 뒤에야 간신히 입국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디트로이트 웨인카운티 공항은 명색이 국제공항이지만, 해외에서 도착하는 승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도 한산했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거대한 타이어 조형물만이 이 도시가 한때 자동차 산업으로 호황을 누렸음을 짐작게 했다.

시 외곽에는 반듯한 주택들이 드문드문 보였지만, 시내로 들어오자 다시 황량함이 밀려왔다. 오후 7시, 중심가인 미시간 애비뉴. 거리를 오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그중 대다수가 흑인이었다. 시가 활력을 잃으면서 백인과 아시아인이 대거 빠져나간 탓이다. 현재 디트로이트 주민 중 흑인 비율은 85%에 달한다.

가게들은 이른 시간인데도 문을 닫았다. 건물은 즐비했지만 1층 상가를 제외한 위층은 대부분 비어 있는 듯했다. 불 켜진 사무실은 간간이 눈에 띌 정도. 호텔은 직원이 태부족했다. 체크인, 체크아웃 카운터는 하나만 열려 있었다. 시를 찾는 비즈니스맨이 적은 탓에 최소한의 인력으로 호텔을 운영하는 것 같았다.

시 외곽으로 나가자 파산한 도시의 현실은 여실히 드러났다. 중심가는 그나마 도시의 형태를 갖췄지만, 외곽은 주택을 제외한 건물들이 폐허처럼 변해 있었다. 한때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회사들이 입주했을 거대한 건물들이 유리창이 깨진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인구, 행정, 치안 공백

무너진 건 겉모습만이 아니었다. 디트로이트 시는 인구 감소로 세수(稅收)가 줄어든 지 오래다. 이 때문에 행정 공백의 역사도 길다. 디트로이트는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도시 1~3위를 오르내렸다. 파산 이후 더 나빠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시카고에서 온 에밀리 비렌 씨는 “지난해 디트로이트에서 총기 사고가 접수되지 않은 날이 단 이틀이라고 들었다”며 “비즈니스 때문에 왔는데 일을 마친 후 시에서 바로 빠져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와 강 하나를 사이에 둔 캐나다 도시 윈저 출신의 알렉스 엔구엔 씨는 “디트로이트가 가깝지만 거의 오지 않는다. 과거에도 위험했지만 지금은 더 위험해졌을 것 같다”고 했다.

디트로이트 인근 앤하버 주민 김정훈 씨는 “디트로이트는 오래전부터 재정 형편이 어려웠다. 인구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파산 선언은 오히려 늦었다고 생각한다. 인근에 살지만 최근 5년 동안 디트로이트에 딱 세 번 왔다. 두 번은 모터쇼를 보러 왔는데, 디트로이트에는 그것 말고는 와볼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한때는 한국 이민자도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빠져나갔다고 한다.

자동차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부상한 20세기에 전 세계는 디트로이트를 주목했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의 역사는 1903년 포드 창립자인 헨리 포드가 디트로이트에 자동차 공장을 세우면서 시작됐다. 이후 GM과 크라이슬러 등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체가 앞다퉈 이곳에 공장을 세웠다. 디트로이트는 일약 북미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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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정 | CJ E&M e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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