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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종북좌빨-수구꼴통 분열이 한국외교 걸림돌”

송민순 前 외교통상부 장관

  • 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종북좌빨-수구꼴통 분열이 한국외교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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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날로 커지고 있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2인자 장성택을 공개 처형하는 등 권력 내부의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서태평양을 둘러싼 갈등도 심화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긴장 고조는 우리 안보의 큰 위협 요인이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불확실성이 높아진 한반도 주변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들어봤다.
  • ● 北 ‘핵·경제 병진’은 先軍에서 先經으로 정책기조 바꾼 것
  • ● 대통령 재임 중 대북 성과 내려 서두르면 ‘칼끝’ 잡을 수도
  • ● 6자회담은 동북아에 심은 ‘정원수’…꾸준히 가꿔야 열매 맺어
  • ● 전략적 이익 충돌 미·중…한국이 접착제 노릇 해야
  • ●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국익에 해악…어느 정상이 깊은 얘기 하겠나
“종북좌빨-수구꼴통 분열이 한국외교 걸림돌”
“미국에만 편한 소파여서는 곤란하다. 한국과 미국이 함께 편안히 앉을 수 있는 소파를 만들자.”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2000년 2차 SOFA(주한미군 지위협정) 개정 협상 당시 외교부 북미국장으로 한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그는 ‘SOFA’와 발음이 비슷한, 긴 의자를 뜻하는 소파(sofa)를 예로 들며 설득했고, 그의 명쾌한 논리는 개정 협상에서 톡톡히 효과를 발휘했다. 형사재판절차 개선과 환경조항 신설 등 7개 분야 불평등 조항 삭제가 당시 이뤄진 조치다. 2차 SOFA 개정 이후 미군 범죄는 눈에 띄게 줄었다. 또한 환경 조항을 신설한 덕에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할 수 있었다. 이후 그에게는 ‘미스터 소파’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크레믈러놀로지

한미협상뿐 아니라 다자협상에서도 송 전 장관은 탁월한 협상력을 발휘했다. 2005년 차관보 때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로 제4차 6자회담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국 측 수석대표와 김계관 북한 외교부상을 물밑 중재해 9·19 공동성명이 채택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후 그에게는 ‘협상의 달인’이라는 또 다른 별명이 붙었다. 1999년 제네바에서 열린 남·북·미·중 4자회담에도 차석대표로 참석,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을 이끌었다.

6자회담 수석대표 때의 활약을 눈여겨 본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1월 그를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으로 중용했고, 그해 12월에는 외교통상부 장관에 임명했다. 2008년 2월 장관에서 물러난 송 전 장관은 그해 4월 민주당 비례대표로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현재는 경남대 석좌교수로 후학을 키우고 있다. 지난 12월 1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 북한의 2인자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실각 후 바로 처형됐다. 최근 북한의 상황을 어떻게 보나.

“크레믈러놀로지라는 용어가 있다. 과거 소련 시절 내부 사정을 알 수 없는 깜깜한 크렘린 궁을 빗댄 표현으로 소련 연구 학문을 뜻한다. 그때는 사진에 나타난 모습과 좌석 배치, 거명 순서, 그리고 관영 언론에 보도된 내용의 행간을 읽어가며 소련 내부 정세를 짐작했다. 지금의 북한도 과거 크렘린처럼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

장성택의 숙청과 처형 과정에 나타난 북한의 모습은 과거 어느 독재 폐쇄국가에서도 보기 힘들 만큼 노골적이고 잔혹하다. 그만큼 북한 정권의 사정이 급박하고 위태롭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북한을 바라볼 때는 멀리서 망원경으로 큰 구도를 먼저 파악한 다음에 줌인으로 현미경 들여다보듯이 관찰해야 최대한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다. 중국과 미국은 북한의 상황을 냉정하게 지켜보면서 궁리하고 있다. 우리도 대뜸 현미경부터 들이대고 조그마한 변화 하나하나에서 나오는 추측과 기대 섞인 판단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집단적 포위심리

▼ 장성택 처형으로 김정은 1인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김정은 권력이 안착되고 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장성택 제거는 김정은 아래에 있는 파벌 간의 대립이냐, 아니면 김정은 체제에 도전 개연성이 있는 세력의 등장이냐로 나눠볼 수 있다. 비유하자면 ‘김정은호(號)가 출항한 뒤 계속 출렁거리던 중 이번에 큰 파도를 만난 것인데, 과연 배 자체가 뒤집힐 만한 상황인지, 아니면 선장은 그냥 있고 항해사와 기관사 사이에 싸움이 붙은 건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북한에선 이전에도 내부 권력투쟁이 계속 있어왔다. 우리 정치권에 동교동, 상도동 같은 계파가 있었듯, 북한에서는 오 동네, 장 동네 같은 파벌이 있다. 그러나 북한과 같은 1인 독재국가에서는 현재적이든 잠재적이든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다. 장성택이 그걸 모를 리 없었을 텐데 ‘금기’를 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 수 있다.”

송 전 장관은 북한 권력 내부에 ‘집단적 포위심리’가 있다고 말했다. 죽기살기로 내부적으로 싸우지만 배 자체가 뒤집히면 다 죽는다는 심리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 그는 “장성택의 실각으로 북한 권력집단이 체제가 뒤집힐 정도로까지 가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중국이 김정은 정권은 몰라도 하나의 국가로서 북한 자체가 무너지는 것은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과 가까웠던 장성택의 실각으로 북중 관계가 잠시 어수선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북한과 중국 관계는 사람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국가 이익상 서로가 서로를 지대하게 필요로 하는 관계다. 강물이 흐르다가 잠시 잔물결이 일어난 수준이지, 물줄기 자체가 바뀔 정도는 아니다.”

북한이 밝힌 장성택 실각 사유는 반당, 종파, 부패, 타락이었다. 이들은 시진핑 국가주석 등장 후 중국이 개혁을 위해 내세운 과제들과 유사하다. 즉 최소한 장성택의 실각과 처형 명분만 보면 북한과 중국이 크게 어긋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송 전 장관은 “중국으로선 북한이 장성택을 숙청한 모양새는 거북했겠지만 그의 숙청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은 그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북한의 내부 동요 가능성 못지않게 장성택 실각 이후 대남·대외관계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도 큰 관심사다.

“북한은 대내외에 핵·경제 병진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선군(先軍)에서 선경(先經)으로 정책기조가 바뀐 것이다. 선군을 표방할 때의 간판은 ‘핵’인데, 핵·경제 병진이라는 얘기는 경제의 비중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다. 지금 북한이 처한 상황에선 경제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 핵 개발에는 막대한 돈이 필요한데, 북한이 핵을 개발할수록 외부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다. 북한이 경제에 치중하려면 결국 개혁과 개방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는 북한 정권의 선택이지, 장성택의 선택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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