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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리포트

미군 철수 후가 더 문제 ‘탈레반 세상’을 걱정하는 사람들

아프간을 떠나는 자와 남는 자 ①

  • 김영미 | 국제분쟁지역 전문 PD

미군 철수 후가 더 문제 ‘탈레반 세상’을 걱정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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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년의 전쟁, 드디어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한다.
  • 그러나 5만 대의 차량, 컨테이너 10만 대 분량의 군사장비를 옮기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아프간 정부와의 관세를 둘러싼 갈등, 철수 후 협정 문제로 미국은 골머리를 썩는다. 시작보다 더 복잡한 마무리.
  • 미국은 과연 아프간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
2014년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기로 예정돼 있는 해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본토가 공격당한 뒤 주범으로 지목된 빈라덴을 체포하기 위해 시작된 전쟁은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간다.

아프간 정부 외교부에 근무하는 한 외교관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 인근에 호수가 보이고 방이 네 칸이나 되는 아파트를 구입했다. 몇 년 후 그는 이 곳으로 아내와 4명의 자녀를 데리고 이주할 계획이다. 그가 스위스로 옮기려는 것은 미군이 떠난 뒤 아프간이 다시 탈레반 세상이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나와 가족은 탈레반이 노리는 타깃이다. 그동안 나와 가족은 탈레반으로부터 숱한 경고를 받았다. 만약 미군이 떠나면 우리 가족은 몰살당할 것이다”라며 미국이 떠난 뒤 아프간 상황을 걱정했다.

그는 탈레반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것이다. 탈레반을 몰아내고 현재의 아프간 정부를 세우는 데 일조한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아는 까닭에, 그는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근무하다 종종 가족과 함께 본국에 들어갈 때면 꼭 도살장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이 아프간에서 떠나고 나면 탈레반이 자신에게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더 이상 보장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외국에 집을 마련해 가족의 안전을 지키고 싶다. 운 좋게도 나는 한 시민단체에 일자리까지 구해놓았다. 하루라도 빨리 아프간에서 탈출하고 싶다. 조국을 버리더라도 가족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면 나는 모든 것을 할 각오다. 오래전부터 준비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돈으로 막는 게 낫다

아프간 고등법원에서 판사로 일하는 하미윤(45·가명) 씨도 얼마 전 스웨덴으로 이민 간 삼촌이 거주하는 스톡홀름 외곽에 주택을 구입했다. 아직 출가 전인 딸들과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자신 때문에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비용 마련을 위해 가족 소유의 전 재산을 팔았다고 했다. 하 씨는 “미국과 연합군이 아프간에 있을 때 법원은 탈레반 편이 아니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미국 치하에서 수많은 폭탄테러와 암살사고를 일으킨 탈레반 관련 사건에서는 중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시 판결 때문에 나는 탈레반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 씨에 따르면, 판사 등 아프간의 고위공무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부정축재를 해 유럽 곳곳에 주택을 구입하고 있다. 미군이 떠난 후 이주하기 위해서다. 하 씨는 “동료 판사들 중에 그런 사람이 많다. 재판 한 건당 미화 1만 달러에서 5만 달러를 받고 무죄를 선고하는 식이다. 법원에 오는 변호사들의 가방에는 변호할 서류보다 현찰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법조계뿐 아니라 정부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고 하 씨는 주장한다.

아프간 정부 관리들의 부정부패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3일, 독일 베를린의 비영리 부패 감시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의 ‘2013년 부패인식지수(CPI)’에 의하면 세계에서 사회 부패가 가장 심한 나라는 북한과 소말리아 및 아프가니스탄이었다. 특히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붕괴된 이후 부패가 심해졌다.

아프간의 상업방송인 톨로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는 코미디 프로그램 ‘덴저벨’은 이런 아프간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 프로의 단골 소재는 바로 관리의 부패에 관한 것이다. 부패한 관리가 뇌물을 착복하는 각종 사례를 보여주는 연기가 아프간 국민의 웃음을 자아낸다. 톨로 TV의 모세이니 대표는 “부패가 가장 인기 있고 시청률이 나오는 주제다. 시청자들은 부패한 관리를 보며 웃지만, 이것은 오히려 정부 전반에 만연해 있는 부패를 조롱하는 국민의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고 한탄했다.

아프간 정부의 부패는 상상을 초월한다. 당장 대통령인 하미드 카르자이부터 자타가 공인하는 부패 대통령이다. 그는 미국 CIA는 물론이고 영국의 정보기관에서도 정기적으로 뇌물을 상납받았으며, 그의 동생들도 각종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이권을 독차지하는 등 부패의 대명사로 불린다. 부패를 막는다는 취지로 설립된 내무부의 반부패 담당국 국장(이자툴라 와시피)은 20년 전 헤로인을 판매한 죄로 미국에서 옥살이를 한 전력의 소유자다. 반부패 국장이 이런 정도니 다른 공무원들은 말할 것도 없다. 경찰은 물론 법원, 내무부까지 곳곳이 부패에 찌들어 있다.

아프간 정부 관리들이 다른 주머니를 차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원조나 자원 개발과 관련된 투자에 개입해 착복하는 경우도 많다. 아프간 전쟁이 벌어진 지 13년째를 맞은 올해까지 천문학적인 금액의 아프간 원조금과 수많은 개발 계획에도 아프간이 계속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아프간은 2002년 이후 민간부문 원조로 총 600억 달러를 받은 바 있다. 세계은행은 “해외 원조가 이 나라의 국내총생산과 거의 맞먹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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