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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폭력·사기·살인 수배자 도피처 카지노·마약에 망가진 노숙자 수백 명

필리핀의 ‘어글리 코리안’

  • 필리핀 세부·마닐라=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폭력·사기·살인 수배자 도피처 카지노·마약에 망가진 노숙자 수백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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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인 피살자 지난해 13명, 올해 4명
  • ● 강도살인범 집에서 나온 여행용 가방 30여 개
  • ● 8년째 노숙 50대 한국인 “어머니가 보고 싶다”
  • ● 조양은 모친상에 문상 온 정치인·기자·경찰
폭력·사기·살인 수배자 도피처 카지노·마약에 망가진 노숙자 수백 명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마닐라베이공원에서 만난 한국인 노숙자 이창후(50·가명) 씨와 그가 쓴 편지.

필리핀에서 유학 중이던 한국인 여대생이 피살된 채 발견됐다. 괴한들에게 납치된 지 한 달여 만이다. 현지 경찰에 붙잡힌 납치범 중 한 명은 살해 동기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이고 젊고 예뻐 돈이 많은 줄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에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 인근의 휴양도시 앙헬레스에서 한인회 간부가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보다 몇 개월 전엔 마닐라의 대표적인 유흥가 말라테 지역의 한 공원에서 30대 한국인 가이드가 역시 총을 맞고 사망했다. 한 교민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보복살인이었다. 죽은 가이드가 돈을 달라고 쫓아오는 어린아이를 몇 대 때린 모양인데, 그 아이의 부모가 따라가 총을 쐈다고 한다.”

지난 한 해 필리핀에선 13명의 한국인이 이런 식으로 목숨을 잃었다. 올해만 벌써 4명째다. 필리핀에서 벌어지는 한인 대상 범죄는 대부분 관광객의 금품을 노린 것이거나 원한에 의한 범행이라고 현지 교민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범인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구체적인 살해 동기는 확인하기 어렵다. 세부의 한 교민은 “일반 관광객이 현지인에게 당하는 범죄 피해는 대부분 절도다. 살인은 드물다. 필리핀에서 벌어지는 한국인 피살사건 대부분은 청부살인으로 파악된다. 여기는 한국 돈으로 50만 원 정도만 주면 청부살인을 할 수 있는 곳이다. 10대 초중반의 어린아이가 오토바이로 접근해 총격을 가하고 사라지는 식이라 범인을 잡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민은 “유흥가에서 현지인과 시비를 벌이다 살해당한 관광객이 많았다. 카지노와 유흥문화가 발달한 나라여서 범죄에 노출되기가 쉽다. 돈 자랑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다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체포돼 한국으로 압송된 살인범 최세용 사건은 한국과 필리핀 현지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최씨는 2007년 안양에서 환전소 여직원을 살해하고 2억 원가량을 빼앗은 뒤 필리핀으로 도주한 바 있다.

문제는 최씨 일당이 필리핀에서도 여러 건의 납치강도와 살인사건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10여 건의 납치 강도, 살인이 확인됐다. 특히 최씨 일당은 2011년 9월 관광차 필리핀을 찾은 30대 회사원 홍모 씨를 납치 살해한 후 콘크리트 더미 속에 사체를 유기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홍씨의 시신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필리핀 경찰이 최씨 일당의 필리핀 은신처를 덮쳤을 당시 그들의 집에서는 주인을 알 수 없는 여행용 가방이 30여 개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주인의 신원을 알 수 있는 단서가 없어 여죄를 밝히지 못했다. 필리핀 한인총연합회 관계자는 “최세용 일당의 범죄는 교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한국인을 상대로 한 좀도둑이나 강도는 종종 있었지만, 여러 명을 납치하고 살해한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씨의 은신처에서 발견된 여행용 가방이 30개가 넘는다면, 최소한 그만큼의 사람들이 피해를 봤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한인총연합회 홈페이지에는 실종된 사람을 찾는 글 10여 개가 올라와 있다. 필리핀 한국대사관의 요청으로 한인연합회가 올려놓은 것이다. 지난해 1월 필리핀에 입국한 직후 실종된 김모(32· 여) 씨, 2012년 4월 사업차 필리핀을 방문했다 연락이 끊긴 이모(35·남) 씨, 2012년 9월 마닐라 소재 의류업체에 근무하다 실종된 박모(24·남) 씨, 2011년 3월 인터넷 관련 사업을 위해 필리핀에 들어간 직후 연락이 끊긴 조모(48·남) 씨 등이다. 동생을 찾는다는 한 실종자 가족은 “스스로 사라질 이유가 없다. 생사라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실종 사실을 알린 뒤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지만 별 도움이 안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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