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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인민군대는 軍이 아니다, 밀수·인신매매 장사꾼일 뿐”

국경경비대 출신 탈북자 수기

  • 구술 = 박철용 북한이탈주민 정리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압록강 인민군대는 軍이 아니다, 밀수·인신매매 장사꾼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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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돈 벌어 매달 200달러씩 고향집에 송금
  • ● 밀수하는 집서 오입질… 명절 때마다 선물 받아
  • ● 국경 넘어가 쌀 낚아채거나 여자 강간하기도
  • ● 송곳 박은 부비트랩 설치… 철책엔 개구멍 숭숭
  • ● 한국 생활 3개월… 두렵지만 최선 다할 것
“압록강 인민군대는 軍이 아니다, 밀수·인신매매 장사꾼일 뿐”

북한 양강도 혜산의 국경경비대에서 근무하는 여군.(촬영일시 미상)

나는 평안남도 평성에서 나고 자랐다. 31세다. 양강도 혜산이 두 번째 고향 격이다. 그곳에서 군인으로 살았다. 고등중학교를 졸업한 후 압록강변에서 10년 넘게 국경을 지켰다. 올해 한국에 정착했다. 경기도 안산에 산다.

오늘(5월 30일) 자동차 운전면허 주행시험을 치렀다. 필기시험은 탈북자 교육기관 하나원에서 100점을 맞고 통과했다. 도로주행은 어렵다. 북한에서 운전해본 적이 없어서다. 강사와 주행연습을 할 때 드는 비용이 시간당 4만3000원. 지금껏 17시간을 탔다. 70만 원 넘는 돈을 들였는데, 아깝지 않다. 실력이 느는 게 느껴져서다. 다음 시험 때는 합격할 것 같다.

나는 압록강을 건너 한국에 왔다. 48m. 혜산과 중국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현을 가로지르는 압록강의 최단 폭이다. 수많은 탈북자가 이곳에서 북한을 버렸다. 48m는 둑과 둑 사이 거리를 가리키는 것. 강물이 흐르는 곳에서 가장 폭이 좁은 곳은 15m 안팎이다.

“나는 공화국의 국경경비대”

내가 도강할 때 강물은 무릎 높이로 낮았다. 강이 얼어붙은 한겨울엔 건너기가 더 쉽다. 물론 운이 나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언 강물 위에서 개를 쫓다가 강을 건너는 것으로 오인돼 총을 맞은 아이도 봤다. 국경경비대가 탈북자를 발견하면 먼저 공포탄을 쏜다. 서지 않으면 공포탄 한 발을 더 쏜 다음 실탄을 장전한다. 탈북자가 총알을 맞지 않으면 강을 따라 건너 잡아와야 한다. 탈북하다 붙잡히는 일은 별로 없다. 내가 탈북할 때만 해도 경계가 허술했다.

인신매매와 밀수, 탈북이 내가 얼마 전까지 거주한 혜산의 오늘을 상징하는 낱말이다. 여자들을 중국 유흥업소에 넘기려는 남자가 득실거린다. 어린 여동생을 중국에 팔아넘기려는 오빠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군인들도 밀수, 인신매매, 마약범죄에 나선다.

한국 사람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인민군은 군대도 아니다. 국경경비대 전사는 국경을 지키는 일보다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다. 각종 밀수 물건을 배달하거나 뇌물을 받고 도강 편의를 봐주는 것은 소소한 돈벌이다. 큰돈이 되는 것은 직접 밀수에 뛰어드는 것이다. 나도 한국에 오기 전 밀수 일을 했다.

나는 공화국의 국경경비대였다. 장사꾼이 돼버린 군인들은 고향집에 돈을 부쳐주면서 군사복무를 한다. 한국 물가로 환산하면 매달 200만 원씩 고향에 보내주는 녀석들도 있었다. 한국 돈 10만 원이면 북한에서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200만 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나도 매달 200달러씩 고향집에 보냈다.

사단장, 여단장부터 사관, 전사까지 모두가 밀수 관련 일로 돈을 번다. 밀무역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기도 하고, 직접 뛰어들어 큰돈을 벌기도 한다. 계급이 높은 사람만 직접 하고 졸병은 뒷돈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반대의 경우도 꽤 있다. 국경경비대가 밀수 현장을 적발하면 대부분 아는 사람들이 주도한 것이다. 소속 부대 여단장이 주도한 밀수를 부하가 적발해 멋쩍어하는 일도 벌어진다. 중국 내 밀수거점까지 확보해놓고 활동하는 군인도 있다.

통이 작은 녀석들은 한 탕에 북한 돈 100원 정도로 작게 한다. 공산품 같은 것을 거래하는 것이다. 제대로 하는 놈들은 t에 얼마 하는 식으로 사업을 크게 벌인다. 한 번에 500달러, 1000달러를 번다. 한국에서도 1시간에 50만 원, 100만 원을 버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국경경비대 사관, 전사들은 변경무역을 하는 북한 사람, 중국 사람에게 각각 뇌물을 받는다. 명절이나 생일 같은 좋은 날엔 중국 사람들이 선물도 챙겨준다.

전연지대(前緣地帶)에서 근무하는 인민군은 돈을 벌 기회가 없다. 전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근무지는 단연 강원도다. 국경에서 근무하려면 밑 작업이 필요하다. 나도 이런저런 사업을 벌여 국경으로 갔다. 사람 관계에 서투르거나 머리가 나쁘면 국경에서도 돈 못 버는 곳으로 밀려난다. 돈 되는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10을 벌면 5~6을 뇌물로 갖다 바친다.

군복도 사비로 제작해 입어

중국산 공산품 따위나 밀수하는 것 아니냐고 순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런 것도 거래한다. 고기 넘기고, 술 넘기는 녀석도 있다. 큰돈 되는 밀수 상품은 북한 지하자원이다. 마그네사이트 아연 희토류 철광석 홍보석 금강석 니켈 같은 것 말이다. 칼슘부터 염산까지 별의별 것을 다 거래한다. 북한산 마약을 밀거래하는 녀석도 적지 않다. 적발되면 어떻게 되느냐고? 단속하는 놈도 먹고살아야 할 것 아닌가. 돈 주고 나오면 그만이다. 밀수상품 액수의 절반을 내놓는 게 관례다.

중국 국경경비대 녀석들은 잘 먹고 잘 살아선지 북한 사람들이 밀수를 하든 뭐를 하든 관심이 없다. 우리는 인민이 빨래하러 나가는 것까지 통제한다. 겨울에 공동작업 할 때는 중국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도 감시해야 한다.

중국 녀석들은 살인, 마약, 국가범죄 같은 큰 건을 통보받기 전엔 국경에 나오지 않는다. 먹고사는 것과 관련한 짓엔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 우리 애들이 국경을 넘어가 쌀 낚아채오고, 여자 강간하고 그런 게 있다. 그럴 때는 중국 녀석들도 무장(武裝)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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