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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초점

‘평민 국가’에서 ‘사무라이 국가’로

아베의 의도와 일본의 전략

  • 박영준 |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yjpark607@daum.net

‘평민 국가’에서 ‘사무라이 국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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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전후 레짐 탈각” “일본 되찾겠다”
  • ● 총리 맘대로 전쟁하는 일본
  • ● 수직이착륙기 갖춘 해병대 창설 준비
‘평민 국가’에서 ‘사무라이 국가’로
도쿠가와 시대 일본은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다. 귀족 계층인 무사(사무라이)는 바쿠후(幕府)와 각 번의 정사에 참여할 수 있었고, 칼의 소지가 허용돼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반 평민을 참할 수 있는 특권을 가졌다. 반면 농·공·상에 종사하는 일반 평민인 초닌(町人) 계층은 정사에 참가할 수 없었으며 칼의 소지도 불가능했다.

1980년대 일본 통산성 고위 관료이던 아마야 나오히로(天谷直弘)는 무사 및 초닌 계층에 빗대 당대의 국제사회가 ‘무사 국가’와 ‘초닌 국가’ 유형으로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즉 미국과 소련 같은 냉전기 강대국은 도쿠가와 시대의 사무라이처럼 군비를 증강하고, 국제사회의 중요한 결정에 직접 참가하지만, 일본은 초닌 계급처럼 전후에 제정된 평화헌법 하에서 군비 증강의 제약을 안은 채, 경제발전과 대외통상에 주력하는 ‘초닌 국가’의 길을 걷는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총리로 취임한 이래 일본 정부가 표방한 국가전략이나 추진하는 실제 정책을 보면, 일본은 더 이상 ‘초닌 국가’에 머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과연 아베 총리하의 일본은 ‘초닌 국가’를 넘어 본격적인 ‘무사 국가’의 길을 가려는 것인가, 아니면 그 이상의 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인가.

2006년에 이어 2012년 12월 다시 총리로 선출된 아베 신조는 ‘전후(戰後) 레짐의 탈각’, 혹은 ‘일본을 되찾겠다’ 등의 슬로건을 통해 자신의 정책이념을 표방했다. 그가 말하는 ‘전후 레짐’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아베 신조의 저서나 연설, 그리고 실제 그의 내각이 추진하는 정책을 보면, 그가 말하는 ‘탈각돼야 할 전후 레짐’이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에 부과된 소위 ‘도쿄재판 사관’의 역사인식과 교육, 그리고 평화헌법 체제하에서의 제약된 안보체제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초닌 국가 → 무사 국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연합국은 유럽에서의 뉘른베르크 재판과 함께 도쿄 전범재판을 열어 1931년 만주사변 이후 태평양전쟁에 걸쳐 일본이 침략 전쟁을 했으며, 이러한 일련의 전쟁 결정에 책임 있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25명을 A급 전범으로 판결하고 사형 등의 처벌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이 같은 도쿄재판에서의 판결이 부당한 것이며 이로 인해 일본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교육 현장에서 만연한다는 인식을 가진 것 같다.

예컨대 2013년 4월 23일 아베 총리는 의회 답변 과정에서 “침략의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사회에서도 정해져 있지 않다”고 발언했는데, 이 발언은 일본을 전범국가로 규정한 도쿄전범재판의 판결 기조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그는 총리 재선출 전후에 정권을 잡으면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시아 각국에 사죄를 표명한 1993년의 ‘고노 담화’를 수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발이 거세지자, 아베 내각은 결국 고노 담화 수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는 했으나, 올해 6월 20일 관방부장관을 통해 이 담화가 1990년대 초반 한국 정부와 밀접한 협의를 거쳐 공표됐다는 담화 검증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고노 담화를 흠집 내려 하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전후 일본 교육계는 충분한 수준은 아니지만 교직원 노조의 영향력이 반영되는 교육위원회 체제하에서 전전(戰前)의 국가주의 교육을 반성하면서 학생들에게 평화헌법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자유주의적 기조의 교육을 실시해왔다. 또한 1982년부터 교과서 검정 기준의 하나로 ‘근린국가 조항’을 두고 식민지배를 겪은 한국과 중국 등의 역사인식을 배려하는 교과서 기술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이 같은 교육체제와 교육내용 탓에 학생들이 일본의 자랑스러운 역사적 전통과 애국심을 함양하지 못한다고 인식한다. 제1기 총리 재임 기간 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학생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기본교육법을 제정했을 뿐 아니라 제2기 재임 기간 중에도 문부교육상인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등과 함께 교육위원회 제도를 변경하고 ‘근린제국 조항’을 폐지하려고 시도한다.

그는 ‘문예춘추’ 기고문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교육개혁 방향이 ‘자학적 편향교육’을 시정하려 한 1980년대 후반 영국 대처 총리의 교육개혁법을 모델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역사 수정 시도를 통해 아베 총리는 학생 및 청년 세대에게 일본이 역사적으로 자랑스러운 국가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일본이 일본군위안부 등의 엄연한 역사적 진실을 은폐하는 국가라는 사실을 전 세계가 각인하게 하면서 애써 쌓아온 평화국가로서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

총리 판단에 따라 파병 가능

역사 수정주의와 더불어 아베 총리는 ‘전후 안보 레짐의 탈각’도 추진한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은 점령국이던 미국의 의향이 깊게 반영된 소위 평화헌법을 제정해 국가의 정책수단으로서 전쟁이 금지되고, 육해공 군사력의 보유도 불가능하게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비록 6·25전쟁 직후 육해공 자위대를 창설했지만, 자위대의 활동을 헌법 규정에 부합하게끔 하고자 1950~60년대 일본 정부는 자위대는 오로지 일본을 방위할 목적으로 운용된다는 ‘전수방위 원칙’을 표명했고, 1956년 유엔에 가입한 이후에는 유엔 회원국에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집단적 자위권’, 즉 제3국이 공격받았을 경우 이를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제3국을 지원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는 하지만 행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줄곧 견지해왔다.

이에 더해 핵무기의 제조, 보유 및 배치를 금지한다는 ‘비핵 3원칙’이나 일본에서 생산한 무기의 대외 수출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무기수출금지 3원칙’, 일본의 군사력은 어디까지나 최소한도로 제한한다는 ‘기반적 방위력’의 개념을 표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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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yjpark60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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