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호

단독취재

“‘北 노동자 유지-확대’ 은밀 지시”

유엔 대북제재 아랑곳 않는 중국

  • 입력2017-11-2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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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북제재 효과 믿는 트럼프… “상황 오판한 것”

    • 中, 투먼 공단 신규 북한 노동자 계속 받아들이는 것 허용

    • 북한산 섬유제품, 중국산 둔갑해 한국으로 들어와

    • “중국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 위반한 것”

    북한 근로자가 일하는 중국 지린성 투먼시 투먼경제개발구 전경.[김승재 YTN 기자]

    북한 근로자가 일하는 중국 지린성 투먼시 투먼경제개발구 전경.[김승재 YTN 기자]

    11월 초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중·일 3국 순방 기간 미국 정부는 중국의 동참으로 대북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하지만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이행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와중에도 은밀하게 북한 신규 노동자 취업을 허용·확대하고 대북 무역 거래를 눈감아주는 등 정반대 행보를 펼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정부는 올해 세 차례나 단행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발맞춰 겉으로는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월 5일 이후 입국한 북한 노동자의 전원 철수를 지시하고, 중국군이 북·중 국경 세관 관리 업무를 접수해 북한과의 무역에 철저한 통제를 가했다. 단둥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의 통행증을 압류했고, 중국 최초의 북한 노동자 전용 공업단지가 있는 투먼을 방문해 조사를 벌였다. 북한을 향한 압박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신동아 11월호 참조) 


    “소문내지 말고 현재대로 해라”

    필자는 특히 투먼의 북한 공업단지에 대해 중국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관심이 컸다. 투먼 공업단지에 소속된 ‘공식’ 북한 노동자는 이 단지 안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옌볜조선족자치주 지역 전체(옌지와 투먼, 둔화, 룽징, 훈춘, 허룽 등 6개 시와 안투와 왕칭 2개 현)의 여러 공장에 파견돼 일한다. 중국 당국이 투먼 공업단지를 찾아 조사를 벌인 것은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가운데 중국 땅에 대규모로 들어와 있는 ‘공식’ 북한 노동자들의 실태를 자세히 들여다보겠다는 목적이 담긴 것이었다. 

    중국 정부는 과연 이번 조사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투먼의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는 투먼 공업단지에 대해 주목할만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베이징의 중국 상무국 관료들이 지린성 정부 관료들을 대동하고 투먼 공업단지를 10월 10, 11일, 1박2일 일정으로 방문해 조사를 벌였다는 것. 조사단은 “투먼 공업단지 소속 북한 노동자들은 모두 법에 근거해 들어온 공식 인원이고 불법적 요소가 하나도 없다. 서류가 완벽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별다른 사고도 없고, 작업도 늦게까지 안 시키고 인권 착취도 없다. 툭하면 야근을 해대는 단둥의 북한 근로자들과 비교된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는 주문 폭주에 따른 야근 작업이 수시로 있었다. 유럽계 유명 브랜드 인형을 만드는 공장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을 혹사시켜 노동자들이 일을 중단한 채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 북한 여성 노동자가 중국인 남성과 불륜 관계를 맺어오다 임신한 사실이 드러나 다른 지역 공장으로 쫓겨나는 일도 있었다. 



    투먼시는 부정적 사실은 감추고 대신 공단이 거둔 성과를 적극적으로 상부에 보고했다. 북한 근로자가 일하는 투먼 공단 조성 직전까지만 해도 한국 돈 기준으로 연간 40억 원 정도의 적자를 보던 투먼시는 공단 개장 이후 연간 90억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 것. 조사단은 “공식 서류로 지시할 수는 없지만 끝까지 현 시스템을 유지해라. 절대로 소문내지 말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아주 모범적인 사례이니 앞으로 더욱 확대 운영하라. 공단 주변 땅을 다 사들여서 공단을 더욱 넓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투먼에는 창구가 열려 있다”

    북한 근로자에 대해서도 “지금은 이렇게 규제하지만 투먼 공업단지에서는 창구가 열려 있다”며 신규 북한 인력의 수입을 허용했다. 대신 “소규모로 받아들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북한 인력이 중국에서 취업하려면 우선 평양의 중국대사관에서 취업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고, 중국에 들어온 뒤에도 중국 당국의 추후 승인 절차를 여러 단계 거쳐야 한다. 결국 투먼 공단에 신규 인력의 수입을 허용했다는 것은 베이징이 이 모든 절차를 허용했다는 얘기가 된다. 

    “10명 미만 소규모로만 인력을 받아들이”라고 지시한 것은 소규모 이동이라야 눈에 띄지 않고 조용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단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철저히 비밀을 지킬 것을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또한 북한 인력 지속 채용과 공업단지 확대 운영 같은 민감한 내용의 발언은 주로 지린성 정부 관료들이 했고, 베이징 관료들은 옆에서 조용히 듣기만 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사안을 중앙정부 인사가 직접 발언하는 것이 부담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조사단의 결정 때문에 일선 담당 공무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과거 한 번에 처리하던 일을 이제는 소규모로 나눠서 여러 번 처리해야 하니 일이 많아지고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베이징 관료들의 방문을 앞두고 투먼시는 초비상 상황이었다. 인구 5만 명의 시골 동네에 ‘중앙의 나리들’이 출동한다니 그럴 만도 했다. 특히 상무국 등 중앙정부에서 잇달아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동참하는 조치를 내놓던 시기여서 긴장도가 더욱 높았다. 

    북한 근로자가 일하는 투먼 공업단지에 전면 폐쇄 조치를 내릴 경우 뒷감당을 해야 하는 부담감, 행여 공단 운영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철저한 조사 지시라도 내린다면 어쩌나 하는 초조함도 있었다. 그런데 정반대 결론이 내려지자 가슴을 쓸어내리며 대규모 파티까지 열며 안도했다는 것이다. 

    선물 꾸러미 들고 투먼으로

    베이징의 이번 결정으로 과거엔 볼 수 없던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 인력 송출 회사 간부들이 단둥이 아니라 투먼으로 향하고 있고, 그것도 선물 보따리를 들고 방문한다는 점이다. 북한 신의주와 마주한 랴오닝성 단둥은 북·중 경제협력이 가장 활발해 불법 취업 북한인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중국 정부의 안보리 대북제재 동참으로 단둥의 큰 공장에서는 근로자 2000명이 한꺼번에 철수하는 등 모두 8000명 정도의 북한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단둥에서 쫓겨난 인력들은 “갈 데는 투먼밖에 없다”며 이젠 투먼 공업단지를 노크하고 있다. 그동안 단둥은 북한인이 가장 많이 일하고, 일하기를 원하는 중국 도시였다. 신의주와 단둥을 오가는 기차 등 교통도 편하고 단둥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북한인들이 와서 생활하기에도 좋았다. 이에 비해 투먼은 북한에서 오가기에 교통편이 불편하고, 도시 생활 여건도 단둥보다 훨씬 낙후돼 있어 북한 인력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데 대북제재 국면에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북한 인력 송출 회사 관계자들이 투먼을 찾을 때 북한산 홍삼을 비롯해 각종 선물 꾸러미를 들고 온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예전엔 중국 사업가들이 북측 인사들에게 인력 좀 달라고 선물을 줘야 했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서의 이런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지시가 평양으로부터 내려왔다. 10월 29일 북한 소식 전문 매체인 데일리NK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올해 말까지 중국에 있는 모든 노동자와 식당 종업원을 철수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9월 28일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에 따르는 공지 사항을 발표했다. 결의안 통과 시점부터 120일 이내(내년 1월 9일까지) 중국 내 북·중 합작기업과 합자기업, 외자기업은 모두 폐쇄하라는 것이었다. 데일리NK는 “중국의 북한 노동자를 전원 철수시키라는 김정은의 지시는 중국의 강경한 모습에 맞불을 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北노동자 철수 지시”… 현지선 “그런 일 없을 것”

    11월 10일에는 아사히신문이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17만 명에 대해 기본적으로 연말까지 귀국하라고 지시했다”고 서울발로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의 봉제공장과 식당 등에 12만 명, 러시아 목재 벌채 현장 등에 5만 명의 북한 노동자가 파견돼 있다”면서 “공동사업을 하는 중국 측 회사 사정을 고려해 연말까지 중국에서 일하는 노동자 8만 명을 귀국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내년 중 철수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평양으로부터 북한 노동자 철수 지시가 공식적으로 내려온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중국 현지에서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 노동자들이 김정은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일이 속출하는 것이다. 소식통은 “북한 노동자들 사이에서 김정은의 지시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인민무력부 산하의 한 인력 송출회사 대표는 중국인 사업 파트너에게 “10월 말 평양으로부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가 내려온 것은 맞다. 일단 동요하지 말고 기다려보라. 철수할 필요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대표 아래 실무진 간부는 한발 더 나아가 “인력이 철수하는 일은 없을 거다. 중국 정부가 하도 그러니까 맞대응해서 겁주는 것이다”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북한 인력 송출 회사 간부들이 북한 최고 지도자의 지시에 대해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 중국인 파트너는 다행이라고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김정은의 북한 노동자 철수 지시가 알려지자 중국 정부도 당황하고 있다. 표면적이고 공개적인 조치와는 달리 비밀리에 북한 노동자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는데 평양이 뜻밖의 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북한 근로자를 돌려보내면 북한 외화벌이가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역시 타격이 만만치 않다. 북한 근로자를 고용한 여러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뿐만 아니라 투먼시 등 지역 경제가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물밑으로 조용히 대북 거래를 허용하는 마당에 느닷없이 북한 최고 지도자의 지시가 떨어지니 중국 정부로서도 황당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제재 품목도 세관 통과”

    신규 북한 인력을 계속 받아들이고 북한 노동자 전용 단지를 확대하라는 베이징의 조용한 지시와 김정은의 북한 노동자 철수 지시 사이에서 북한과 중국의 사업가들은 혼란스러워하면서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지시가 어쩌면 계산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안보리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북한 노동자에 대한 통제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보이자 ‘너희가 우리한테 이럴 수 있어? 우리가 다 철수해버리면 너희는 좋을까?’ 이런 심정으로 중국을 건드려본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혹은 중국까지 포함돼 국제사회가 북한 해외 근로자 철수를 외치자 “우리가 해외 노동자 없이 못 살 것 같으냐? 아무 문제없다”며 과시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중국 당국이 은근슬쩍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정황은 다른 곳에서도 확인된다. 중국 당국의 세관 통제에 ‘구멍’이 뚫린 것. 이른바 ‘빽 있고, 힘 있는’ 사업가들에게는 세관 통관이 허용되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11월 3일 북한산 한국 브랜드 의류가 단둥으로 대량 들어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꽤 유명한 이 브랜드 의류는 오래전부터 평양에서 비밀리에 만들어져 단둥에 들어와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을 붙여 한국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중국의 강력한 제재 조치로 이 의류도 한동안 제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이리저리 손을 써서 단둥 세관을 통과해 들어오는 데 성공한 셈이다. 소식통은 안보리 대북제재 품목을 철저하게 통제하던 중국 당국이 선별적으로 비밀리에 세관 통관을 눈감아주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통해 우회 거래”

    10월 7일 일본 교도통신은 “러시아 기업이 운영하는 북한 화물·여객선 만경봉호가 북한과 중국의 무역 중계에 관여하고 있다”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발로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유엔의 대북제재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중국 정부가 북한 선박 입항 거부 움직임을 보이자 북측이 러시아에서 다른 나라 선박에 화물을 옮겨 실어 중국으로 수출을 계속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를 통한 우회 거래는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대북제재 이후 러시아를 통한 대북 거래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중국에서 북한의 나선(나진·선봉) 특구로 직접 갔지만, 지금은 러시아를 통해 우회하는 경로를 통하고 있다. 중국 훈춘에서 북한 선봉까지는 차로 30분, 나진까지는 50분이면 간다. 중국 당국이 훈춘 취안허세관에서 북한을 오가는 물품들에 대해 통제를 가하기 시작하자 대북 사업가들은 훈춘과 나선 특구, 양쪽 모두에서 가까운 러시아 연해주 지방의 하산을 활용하고 있다. 훈춘에서 하산까지는 차로 1시간, 하산에서 나진까지는 15분이면 갈 수 있다. 중국 당국은 하산을 통한 우회 거래에 대해서는 알면서도 눈감아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한 내부는 세계 각국 기업들의 주문을 소화하느라 여전히 분주한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종합적으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대북제재 효과의 키를 쥔 중국까지 동참하며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어느 때보다 고강도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중국은 은밀히 북한에 활로(活路)를 열어주고 있고, 이 때문에 실제로 북한이 느끼는 타격의 정도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그다지 강력하지 않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중국의 노력으로 대북제재가 상당히 효과를 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 

    11월 초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중·일 3국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9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브리핑에서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 경제 내부와 일부 북한 주민, 심지어 군부 일부에까지 압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제재는 시간이 좀 걸리고 즉각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시 주석이 보기에도 북한 정권은 분명히 제재의 영향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고, 얼마나 큰 압력을 북한에 만들어냈는지는 앞으로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 계좌 폐쇄와 북한 노동자 추방, 대북 석유 공급 중단 등과 관련해 어떤 결과를 얻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틸러슨 장관은 “두 정상이 매우 구체적으로 의견을 나눴다”면서 “시 주석은 은행계좌, 해외 노동자 문제 등 제재의 전면 이행을 위해 해온 특정한 조치들에 대해 공유했다”고 답했다. 이어 “제재로 인해 북-중 국경 지대의 많은 사업이 셧다운(shut down) 되고 있다”고 말했다. 

    “北-美 2~3개 채널 가동”

    틸러슨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간 발언을 이튿날 기자들에게 했다. 11월 10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미국과 북한이 서로 첫 대화를 할 때가 됐다고 할 날이 결국은 올 것”이라면서 “북·미 사이에 메시지가 오가는 2~3개 채널이 가동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틸러슨의 이러한 ‘북·미 대화’ 관련 발언은 순방 과정에서 트럼프가 보여준 ‘비교적 부드러운’ 대북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 기간 확인된 미국 정부의 대북 인식은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이로 인해 북한이 흔들리고 힘든 상황이니 이런 타이밍에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
     
    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과 이에 따른 제재 효과를 너무 낙관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미국 언론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시진핑 주석은 대북제재의 수위를 천천히 높이면서도 미국이 보기에 북한 정권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수준까지 가는 것은 삼갔다”면서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울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이는 그동안 중국이 보여준 익숙한 태도로, 중국에 북한 문제 해결을 기대했던 다른 미국 대통령들도 보통은 실망감을 맛봐야 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유엔 안보리의 모든 대북 결의를 전면적으로 실천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시진핑 주석도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몰아치듯 하다 결국엔 北 감싸”

    만약 필자가 취득한 정보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중국은 안보리의 9차 대북제재 결의 2375를 위반한 셈이 된다. 결의 2375는 북한산 섬유류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북한 노동자를 고용할 때 안보리 인가를 필수적으로 받도록 했으며 기존 해외 노동자는 계약이 만료되면 송환하도록 돼 있다. 투먼 공업단지에 신규 북한 노동자를 계속 받아들이고 공단을 오히려 확대하라고 지시한 점, 북한산 섬유류 제품이 중국 세관을 통과해 들어온 것은 결의 2375 위반에 해당할 것이다. 두 사례 모두 직접 증거를 잡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설령 현장을 포착한다 하더라도 중국 당국이 덮으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서류 조작 등의 방식으로 은폐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안보리 대북제재가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북한 내부나 중국에서 엄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북한 내부 조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중국에서 조사하는 것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에도 그랬듯 지금도 중국은 북한을 완전히 코너로 모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은 북·중 양국 모두에 좋지 않고 결국 경쟁 상대인 미국에 좋은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아무리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단행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늘 ‘적절한 수준’에서 조정된다. 몰아치듯 하면서도 결국 감싼다. 이런 현실을 트럼프 행정부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과거 미국 행정부가 대부분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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