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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PD의 지구촌 현장

시리아 반군 돕다 자충수 행정부·사법부는 자중지란

‘이슬람국가(IS)’ 늪에 빠진 ‘이슬람 국가’ 터키

  • 김영미 | 분쟁지역 전문 PD

시리아 반군 돕다 자충수 행정부·사법부는 자중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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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는 유럽과 중동을 잇는 나라다. 중동에서 시작된 바람이 고스란히 옮겨온다.
  • 최근 터키는 100년간의 세속주의를 버리고 이슬람 국가로 회귀했다.
  • 수니파 출신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를 주도했다.
  • 부정과 비리가 끊이지 않지만, 에르도안의 터키 장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터키는 이슬람 반군, 특히 ‘이슬람국가(IS)’의 근거지 시리아로 들어가는 통로로 이용돼왔다. IS 대원이 되고 싶어 하는 서방 젊은이들이 이스탄불 공항으로 몰렸다. 예비 IS대원을 적발하려 각국에서 파견한 정보국 요원들이 이스탄불 공항 곳곳에 진을 치고 있을 정도.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용의자의 석방을 요구하며 인질극을 벌이다 사살된 범인의 동거녀도 터키를 거쳐 시리아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슬람국가를 포함한 중동의 이슬람 반군 세력이 강해질수록 터키는 주목을 받는다. 유럽과 중동을 잇는 관문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터키는 1923년 중동 국가 중 처음으로 세속주의 통치를 헌법에 명시하며 사실상 이슬람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런 전통이 최근 깨졌다. 3선 총리를 거쳐 지난해 대통령이 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이 거의 100년의 세월을 되돌려 터키를 이슬람 율법이 통치하는 나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 에르도안은 취임 이후 여성 히잡 착용, 공공장소에서의 애정표현 금지, 주류 판매 규제 등 원리주의 이슬람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서방에서는 에르도안의 이런 정책을 ‘신(新)오스만주의’라고 부른다.

시곗바늘 거꾸로 돌린 대통령

터키는 관광국가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끼어 있어 유럽의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관광객의 영향 등으로 터키는 오랫동안 서구 사회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에르도안의 ‘신오스만주의’는 이슬람식 율법을 강화해 국민의 반발을 산다.

지난해 11월,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에서 열린 여성과 정의 관련 회의에서 “남자와 여자는 다르게 창조됐으며 여성은 남자와 똑같은 일을 떠맡을 수 없고 여자들과 남자들을 대등한 지위에 놓을 수 없다”고 말해 여성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뷸렌트 아른츠 부총리도 “여자는 공공장소에서 웃으면 안 된다.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순결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 내용이 알려진 뒤 양식 있는 터키 국민은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며 에르도안의 이슬람 율법 정책에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터키 정부는 법원의 결정 없이도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했다. 터키 정부는 조만간 이와 같은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총리나 관련 부처 장관들이 콘텐츠의 유해성을 판단해 먼저 통신청에 차단을 요청한 뒤 24시간 안에 법원의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터키 정부는 지난해 9월에도 비슷한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지만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해 시행되지 못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에르도안은 오히려 터키 최대 일간지 ‘자만’의 편집국장, 방송사 회장과 프로듀서 등을 체포했다.

동업자 간 갈등

유명 여성 앵커가 사법부의 부패를 비판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경찰에 체포되는가 하면 16세 고등학생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 때문에 대통령 모욕죄로 학교에서 체포됐다. 터키에서 활동하는 네덜란드 기자는 ‘테러 선동’ 혐의로 체포됐다. 외신기자인 그는 쿠르드족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블로그를 운영했다. 급기야 국제사회까지 나서 터키 정부의 언론 탄압을 비판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보다 언론 자유가 더 보장된 곳은 없다”며 전혀 개의치 않았다.

에르도안에 가장 강력히 저항하는 세력은 사법부다. 이미 서구 사회의 세속주의에 물든 검사와 판사들이 강력히 저항한다. 삼권분립과 신정분리 원칙에 의해 통치되길 바라는 이들은 이슬람 율법에 따른 통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법부는 에르도안의 행정부와 곳곳에서 마찰을 빚는다.

지난해 1월, 터키 남부 아다나 주의 시리아 국경 인근 도로에 화물차 7대가 줄지어 지나갔다. 화물차엔 무기가 가득 실려 있었다. 국경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나 화물차를 세웠다. 그리고 이내 실랑이가 벌어졌다. 화물차는 터키 국가정보국(MIT) 소속 차량이고 화물차를 세운 사람은 터키 검찰이었다. 미리 알고 와 있던 많은 기자가 이 상황을 취재했다. 왜 정보국과 검찰은 국경에서 대치한 걸까.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터키 검찰은 경찰과 치안군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해 터키 남부 하타이 주에서 시리아로 들어가는 무기를 실은 차량을 수색했다. 그 과정에 MIT 직원이 탄 화물차가 적발됐다. 그런데 MIT 직원은 국가기밀이라며 수색을 거부했다. 화물차를 촬영한 기자들은 그 자리에서 연행됐다. 사건이 보도되자 주 당국은 “화물차에는 MIT 직원이 타고 있었으며 정기적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논란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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