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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세계는, 한국은

동맹은 강자의 선택 ‘安美經中’은 탁상공론

요동치는 동북아 체스판

  • 장량(張良) | 중국청년정치학원 객좌교수 · 정치학박사

동맹은 강자의 선택 ‘安美經中’은 탁상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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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종주권에 도전한 楚 장왕과 시진핑의 中國夢
  • ● 淸 · 日에 양속(兩屬)된 류큐, 멸망한 오스만투르크의 교훈
  • ● 왔다갔다 하다 망한 초나라와 정나라
  • ● 비스마르크, 에마뉘엘레 2세의 용기와 지혜 배워야
  • 반성할 줄 모르는 아베 신조의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의 꿈이 실현될 길이 열렸다. 미국과 일본이 18년 만에 미·일 방위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태평양을 동서로 나눠 지배하자며, 패권 의지를 드러낸 중국에 맞섰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충돌하는 지점에 선 한국의 오늘을 ‘외교의 눈’으로 들여다볼 새 연재 ‘세계는, 한국은’을 이번 호부터 게재한다. 한국의 외교 전문가인 필자는 정치학박사로 중국청년정치학원 객좌교수도 맡고 있다. 이 글에선 ‘장량(張良)’이라는 필명을 쓰기로 했다. <편집자>
전사불망 후사지사(前事不忘 後事之師)라는 말이 있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과거를 잊어버리는 자는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한다’는 의미다. 1392년 조선 건국 이후 우리나라는 인근 최강대국, 즉 17세기 초까지는 명(明), 17세기 중엽부터 19세기 말까지는 청(淸), 19세기 말부터 1945년까지는 일본, 1945년부터 21세기 초 현재까지는 세계제국(world empire) 미국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주체(主體)를 내세우는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은 1945년 이후 소련과 중국, 1990년대 초 소련 붕괴 이후에는 중국에 기대 생존해왔다. 중국을 종주(宗主)로 보는 주자학(朱子學)이 국가 이념이 된 조선 건국 이후 우리나라는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지키려하기보다는 최강대국을 추종해 국가 안보를 유지하려 해온 것이다.

‘국가 위기’ 감지한 일본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대동강 유역의 평양, 두만강 유역의 회령까지 유린하는 상황에 처하자 국왕 선조가 명나라로 망명하려 하는 등 명나라에 기대 정권을 유지하려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17세기 초 명→청 교체기에는 명나라에 대한 의리를 앞세운 국왕 인조를 비롯한 서인 지배층의 과오로 청나라의 침공을 두 차례나 당한 끝에 수십만 명의 국민이 살해되거나 포로로 잡혀가고 국왕이 항복하는 고통과 수치를 겪었다.

이러한 와중에도 홍익한, 윤집, 오달제 등 삼학사(三學士)와 김상헌을 포함한 다수의 주자학자는 명나라 황제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과 청나라 배격을 주장했다. 그들은 청나라를 배격하는 것만이 정치 · 사회적으로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20세기 초에는 이기적이기까지 한 왕실과 노론벽파(老論僻派) 지배층의 무능과 부패로 인해 망국의 치욕을 당했다. 일제의 압제를 겪으면서 우리 스스로의 시각으로 우리 문제를 관찰하고 해결해보려는 의지와 능력은 한층 더 약화했다.

2015년 현재는, 중국의 지속적 부상(浮上)과 미국의 점진적 쇠퇴, 일본의 재무장(rearmament)이라는 세력 전환(power shift)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격변기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이전부터 완만히 진행되던 영미 간 세력 전이와는 달리 미중 간 세력 전이는 문화적 · 인종적 배경이 다른 나라 간, 그리고 바로 우리 옆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세계제국 미국의 쇠퇴 현상은 도처에서 감지된다. 미국의 세계 지배 기둥 중 하나인 경제 · 금융 부문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등이 가입하는 것으로 결론 나면서 붕괴의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미국은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리미아 반도를 탈취함은 물론 돈바스 지역 내전에 개입하는데도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앞서 2013년 12월 중국이 동중국해 상공에 한국 일본과 겹치는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는데도 중국이 위협으로 느낄 만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중국이 중국판 먼로주의(Monroe Doctrine), 즉 ‘아시아인에 의한 아시아’를 주장하면서 “태평양은 미중 두 나라를 모두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다”고 말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함께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및 태평양 분할 요구 발언은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일본 지도부로 하여금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대응을 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국가 차원의 위기를 감지한 일본은 아베의 주도 아래 재무장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일본의 정치 · 사회 엘리트는 일본을 요시다 쇼인, 다카스키 신사쿠 등 일본 민족주의자들이 주도하던 19세기 말 메이지 시대로 되돌려놓으려 한다. 일본은 중국이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와 대한해협으로 동진하는 현 상황을 러시아가 랴오둥반도의 뤼순커우만(旅順口灣)과 한반도의 원산만, 영도로 남진하던 19세기 말과 유사하다고 보고, 이에 대응하고자 미국의 후원하에 국가 안보 체제의 근간을 바꾸어나가고 있다.

Great Republic of Korea

미국은 기존 세계 질서를 바꿀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고자 2009년 2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 연설을 통해 아시아 복귀(pivot to Asia)를 선언했다. 하지만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이라크, 시리아 등 세계 도처에서 도전을 받는 터라 단독으로는 중국의 동진을 저지할 수 없음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대처하고자 셰일가스를 활용한 제조업 재건 등 경제 활성화와 함께 한국, 일본, 호주 등과 동맹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러시아 제국의 남진에 맞서 일본의 힘을 빌리려 한 19세기 말의 영미와 마찬가지로 21세기 초의 미국도 중국의 동진에 맞서 특히 세계 제3위 경제대국 일본과 동맹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에 대처해야 하는 미국 처지에서 한국은 필요하기는 하지만, 일본보다는 상당히 비중이 떨어지는 나라다. 반도국가인 한국은 중국과 대륙으로 이어져 있다. 따라서 일본과는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고, 극단적 상황에서는 미국과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나라로 미국은 보고 있다.

한국은 중견국(middle power) 수준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졌지만,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 경제 측면에서는 중국에 과다하게 의존하고 있다. 힘과 힘이 부딪치는 ‘태풍의 눈’에 자리해 있으며, 북으로는 적대하고 있는 북한, 남동으로는 일본, 서로는 중국이라는, 언제든지 적으로 바뀔 수 있는 나라와 연접(連接)해 있어 활동 공간이 극도로 제한돼 있다. 그렇기에 국가적 위기는 상시화할 것이며, AIIB 가입과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시스템의 한국 배치 문제 등에서 나타난 것처럼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사안은 계속 늘어갈 것이다.

위기의 폭이 나날이 확대되고, 강도도 강해지는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 엘리트들의 혁명에 가까운 인식 및 태도의 변화다. 조선시대 이후 늘 그래온 것과는 다르게 정치, 외교 · 국방, 재계, 언론 등 각계 엘리트가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자세를 확고히 해야 한다. 정말 필요한 것은 통일을 달성해 고구려 이후 처음으로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진 ‘대한민국(Great Republic of Korea)’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또한 내정의 혼란과 부패를 일소해야 한다.

과거에서 배우지 못하고, 최강대국에 안보를 의존한 선조들의 행태를 되풀이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국가와 민족 소멸의 운명을 맞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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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량(張良) | 중국청년정치학원 객좌교수 ·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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