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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중국-미국의 기묘한 동거

고립무원<孤立無援> 北
순망치한<脣亡齒寒> 中
복지부동<伏地不動> 美

  • 장량(張良) | 중국청년정치학원 객좌교수·정치학박사

북한-중국-미국의 기묘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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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북핵은 외투 아닌 심장…햇볕, 강풍으론 못 도려내
  • ● 미국에 북핵은 ‘고슴도치의 털’ 같은 것
  • ● ‘중국의 북한’이 ‘미국의 이스라엘’보다 중요성 커
  • ● 中, 해양세력 강해질 때마다 한반도 군사 개입
북한-중국-미국의 기묘한 동거
북한을 보는 시각은 각양각색이다. 재미교포 신은미처럼 민족주의에 빠져 북한도 살 만한 나라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뿔 달린 악마로 여기는 이도 많다.

2007년 늦가을 유엔, 세계무역기구(WTO), 국제연합인권기구(OHCHR) 등이 자리한 제네바에서 업무차 만난 스위스 출신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여성 직원은 “북한은 살기에 불편하지만 심성이 착한 이들이 사는 나라”라고 했다. 그는 “북한에서 먹은 단감이 그때까지 먹어본 과일 중 가장 맛있었다”면서 “한국에도 여러 번 가봤지만 단감을 못 먹어봤는데 한국에도 맛있는 단감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한국인과 북한인의 차이는 한국인과 스위스인의 차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했다. 북한 정권의 행태가 어떠한지, 핵무장이 한국에 어떤 위협을 주는지 설명해줬으나 그는 북한 정권이 아닌 주민만 본다면서 북한이 괜찮은 나라라는 시각을 버리려 하지 않았다.

작곡가 고(故) 윤이상의 권유로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을 만난 ‘생의 한가운데(Mitte des Lebens)’의 저자 루이제 린저도 2002년 사망할 때까지 비슷한 시각을 고수했다고 한다. 그들에게 북한은 가난하지만, 선량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 사는 동양의 신비한 나라다. 북한처럼 정권과 일반 주민을 구분해 봐야 하는 나라는 드문 것 같다.

“우리에게도 核우산을…”

객관적 시각을 가졌다면 누구나 북한을 빈곤한 ‘종교적 전제왕조국가’로 볼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백두혈통’이 공산주의와 함께 유교, 기독교 등에서 발췌 · 혼합한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정보 통제 등을 악용해 생존하는 최악의 국가 가운데 하나다.

2012년 가을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조선족자치주 출장 때 옌지(延吉)시의 숙소에서 북한조선중앙TV를 봤다. 자강도 강계시에서 열린 김일성 · 김정일 동상 제막식이 방송됐는데, 행사 사회자의 말이 한국의 근본주의 기독교 교회에서 하는 설교와 너무나 흡사한 데 놀랐다. 김일성 · 김정일을 하나님 · 예수님으로 대체하면 상당수 한국 교회 근본주의 목사의 설교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기독교를 믿는 일부 중국동포도 기독교와 주체사상의 논리 전개가 매우 비슷한 데 놀란다고 한다.

북한 정권의 최소 목표는 체제 유지, 최대 목표는 핵무기와 미사일을 이용해 외부세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북한 주도로 한반도를 통일하는 것이다. 물론 북한은 국제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자신들이 주도하는 통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1990년대 초 냉전 종식 이후 외톨이가 된 북한은 거의 유일한 지원국으로 남은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에 몰두했다. 한반도 남쪽에 동족 국가 한국을 적으로 뒀기에 대폭 개방을 하면 한국의 실정을 파악한 주민이 봉기할 수 있어 쉽게 개방할 수도 없다. 결국 3대 세습이라는 공산(共産) 전제왕정으로 이행했다.

북한의 안정을 바라는 중국의 지원이 계속되지만, 과도한 대(對)중국 의존이 정권 안정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평양은 핵무기 개발과 함께 러시아와의 관계 증진은 물론 미국, 일본, 한국과의 관계 개선도 시도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2007년 3월 뉴욕에서 “북미관계가 정상화하면 북한이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선희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은 2012년 3월 미국 시라큐스대 주최 세미나에서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씌워주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핵우산을 씌워주면 핵무기를 개발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사망한 김용순 노동당 비서는 1992년 개최된 북 · 미 고위급 회담에서 북 · 미 간 동맹을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은 사방이 적으로 에워싸인 고립무원의 나라다. 미국을 끌어들여서라도 체제를 유지하려 한 것 또한 그래서다. 지난해 10월 4일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 때 황병서(북한군 총정치국장)와 최룡해(노동당 비서)를 한국에 파견하는 등 성동격서 방식으로 중국에 메시지를 전한 적도 있다. 중국은 황병서 등의 인천 방문 후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고자 수많은 정보원과 외교관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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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량(張良) | 중국청년정치학원 객좌교수·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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