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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로 본 중국 | 광시 좡족 자치구

해상 실크로드 대박 꿈 중국 · 동남아 혼혈지대

桂 ‘태평천국’ 진원지

  • 글 · 사진 김용한 | 중국연구가 yonghankim789@gmail.com

해상 실크로드 대박 꿈 중국 · 동남아 혼혈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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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과 얽히고설켜

해상 실크로드 대박 꿈 중국 · 동남아 혼혈지대
나는 구이린에 처음 갔을 때 꽤나 당혹스러웠다. 산수로 유명한 곳이라 전원적일 줄 알았는데, 너무나도 도시스러웠기 때문이다. 가이드는 내 당혹감을 눈치챈 듯 말했다. “구이린은 중국에선 작은 곳입니다. 하지만 시 중심부만 80만, 외곽까지 합해 총 500만이 사는 곳이라 외국인들에게는 작게 느껴지지 않죠.”

광시의 성도 난닝(南寧)에 가보니 구이린이 작긴 작았다. 난닝은 성도답게 큰 건물이 널찍널찍하게 들어섰고, 사람도 더 많아 활기가 넘쳤다. 난닝에서 아침에 버스를 탄 지 7시간 반 만에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도착했다. 마치 이웃동네 가듯 버스로 국경을 넘었다. 한국에서는 느끼기 힘든 대륙의 매력이다.

광시의 약칭 ‘桂’가 말해주듯 진나라가 계림군을 설치한 이래 광시의 중심은 구이린이었다. 그러나 중화인민공화국은 광시의 중심을 베트남과 가까운 난닝에 뒀다. 난닝에서 하노이로 가는 중국 도로 위에는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 시설물이 설치돼 있어 동남아로 가는 기분을 한껏 낼 수 있다. 동남아로 뻗어가려는 중국의 야망이 느껴진다.

광시는 베트남과 800km의 국경선을 접한다. 그래서 광시와 베트남은 전쟁, 국경분쟁, 이민, 이권다툼 등 크고 작은 일들로 항상 복잡하게 얽힌다. 광시는 베트남을 관리하는 전진기지다. 사이가 나쁠 때는 전쟁터가 되고, 좋을 때는 협력의 장이 된다.



중국은 진나라 이래 왕조가 바뀔 때마다 공식 이벤트처럼 베트남과 전쟁을 벌였다. 그때마다 광시는 베트남 공략을 위한 진군로 겸 병참기지였다. 중국은 동남아 일대에서 중화 중심적 질서를 유지하고자 했고, 그 열쇠인 베트남에 직 · 간접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했다. 근대에는 중국과 프랑스가 동남아 패권을 두고 다퉜다. 일본이 조선을 대륙 공략의 전진기지로 삼으려 손을 뻗치다 조선에서 청일전쟁이 벌어진 것처럼, 프랑스 역시 중국 공략을 위해 베트남을 점령하는 와중에 베트남에서 청불전쟁이 일어났다. 중국와 맞붙은 반도국의 지정학적 운명은 놀랄 만큼 비슷하다.

그러나 프랑스의 일시적 지배는 중국의 장기적 지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은 프랑스로부터 베트남을 뺏었다가 패전 후 중국에 지배권을 넘겨줬다. 동남아 패권을 탐낸 프랑스는 중국과 조약을 맺고 베트남에 대한 지배권을 회복한다. 중국군이 철수하고 프랑스군이 재진주하는 것을 우려하는 베트남인에게 호찌민은 쏘아붙인다.

“중국군이 머무르면 무슨 일이 있을지 아십니까? 중국군은 올 때마다 1000년 동안 머물렀습니다. 반면에 프랑스인들은 잠깐만 머물 수 있습니다. 결국 그들은 떠나게 될 겁니다.”

이후 역사는 호찌민의 예상대로 흘렀다. 베트남은 프랑스군과 미군을 차례로 물리치고 독립을 쟁취했다. 베트남 독립에는 중국, 특히 광시의 공이 컸다. 호찌민을 비롯한 베트남 혁명가들은 일제의 탄압을 피해 광시의 소도시 징시(靖西)에 모였다. 프랑스 · 미국과 전쟁을 치를 때에도 중국은 대량의 물자 · 무기를 지원했다. 원활한 보급을 위해 광시에 도로 · 철도를 새로 깔기도 했다.

베이부만(北部灣) 경제권

그러나 동남아의 패자가 되고 싶던 베트남은 끝내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중화인민공화국과 1978년 중월전쟁을 치른다. 오랜 다툼 끝에 육지 국경분쟁이 해결되는가 싶더니, 오늘날에는 남중국해를 두고 분쟁을 벌인다. 멀리 있는 미국 · 프랑스보다는 역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이 베트남의 심복지환(心腹之患)이다.

물론 자국의 안위에 급급한 소국 베트남보다 대제국 중국의 시야는 더 넓다. 중국은 2007년 난닝 · 베이하이가 중심인 베이부만(北部灣) 경제권 건설에 착수했다. 광둥 중심의 주강 삼각주, 상하이 중심의 장강 삼각주, 톈진 중심의 보하이만(渤海灣) 경제권의 뒤를 잇는 중국의 제4 경제권이다. 동남아의 관문인 광시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동남아 교역과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주요 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긴 역사 동안 소외됐던 광시가 빛을 볼 날이 드디어 오는 것일까.

해상 실크로드 대박 꿈 중국 · 동남아 혼혈지대
김용한

● 1976년 서울 출생

● 연세대 물리학과, 카이스트 Techno-MBA 전공

● 前 하이닉스반도체, 국방기술품질원 연구원

신동아 201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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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김용한 | 중국연구가 yonghankim78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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