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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진출한 北 사업가들 육성 증언

“역시 김정은 동지…제재는 끝났다” “사업 서두르자”…밀수량 크게 늘어

  • | 김승재 YTN 기자 · 前 베이징특파원 sjkim@ytn.co.kr

中 진출한 北 사업가들 육성 증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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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부터 3박4일간 전격적으로 진행된 ‘김정은 방중’이 세계 언론의 톱뉴스를 장식했다. 누구보다 이 소식을 반긴 이들이 있다. 중국에 진출한 북한인들과 대북 사업가들이다. 이들에게 ‘김정은 방중’은 ‘긴 가뭄 뒤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다. 중국 정부까지 동참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커다란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북·중 정상회담으로 제재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중국 랴오닝(遼寧)성에서 대북사업을 하는 중국인 C씨는 사업 파트너인 북측 사업가들이 ‘김정은 방중’과 관련해 보여준 흥분을 고스란히 전해왔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3월 28일 북한 사업가들을 만났다. 첫 만남에서부터 북측 인사들의 표정에서 이들이 얼마나 고무돼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들은 발언마다 “역시 김정은 동지”라며 열광했다. 그는 들뜬 북측 사업가들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남북 간 개성공단 재가동 논의 활발”

“우리가 그토록 꿈꾸던 최고 지도자 김정은 동지가 드디어 중국에 오셨다. 김정은 동지가 움직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제재? 이제 다 끝났다. 김 동지가 움직이면 모든 문제 해결된다. 서둘러 오더(주문)나 준비해라. 이제 사업 크게 벌이는 일만 남았다.” 

북측 인사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한국 방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남쪽에 우리 백두혈통이 내려갔을 때 남쪽 사람들이 다들 꼼짝 못하는 거 봤나? 이것도 다 김정은 동지의 계획대로 된 것이다.” 

최근 김여정 제1부부장 일행의 전격 방남(訪南)에 이어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와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후 북·중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긴박한 움직임에 대해 이 모든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영도력 덕이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 때문일까. 북한 인사들을 접하는 일부 중국 사업가들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됐다. ‘황제’로 불리는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환대를 받는가 하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대통령과도 회담을 이끌어내는 현실을 접하면서 “가난한 나라의 어린 지도자가 대단하긴 대단하다. 세계 최고 지도자들과 잇달아 만나는 것을 보니 정말 뭔가 능력이 있긴 있나 보다” 하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지린(吉林)성 단둥(丹東)의 소식통은 ‘김정은 방중’ 이후 북한으로부터의 밀수가 크게 늘었다고 전해왔다. 4월 첫째 주 들어 중국 세관 당국의 묵인 아래 북한으로부터 밀수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것. 소식통은 또 남측과 북측 인사들 간에 개성공단 재가동과 관련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전해왔다. 이러한 논의는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남측 인사들이 “개성공단을 다시 가동할 수도 있으니 사업을 준비하자”며 북측 인사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움직여왔는데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으로 양측 간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는 소식이다.


“허룽시 봉제공장에 北 노동자 도착”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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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에서는 북측 인사들이 한국의 남북 경협 단체 관계자나 사업가들을 비밀리에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개성공단 재가동은 물론 더 나아가 개성공단을 확대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고, 이럴 경우에 대비해 생산 가능한 품목까지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4월 3일자 동아일보의 1면 보도 또한 대북제재 완화 정황을 뒷받침한다. 동아일보는 정보 당국을 인용해 “북·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대북제재가 느슨해지는 움직임이 잇달아 포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단둥 등 북·중 접경 지역의 일부 중국 기업들이 3월 들어 북한 노동자를 되돌려 보내는 절차를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오히려 중국 정부 관계자가 당분간 북한 사람들을 자극할 행동은 자제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4월 4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이와 유사한 보도를 했다. RFA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중국 내 북한 노동자 철수 움직임이 멈췄고, 중국에 새로 파견되는 북한 노동자들이 목격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RFA는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허룽(和龍)시 소식통이 “4월 2일 400여 명의 조선 여성 근로자가 허룽시에 새롭게 파견됐다. 김 위원장의 방중 효과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RFA는 또 단둥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북한 노동자로 보이는 젊은 여성 100여 명을 태운 버스 여러 대가 신의주에서 압록강 철교를 넘어 단둥세관에 들어와 노동자들을 내려놓는 광경을 3월 30일 목격했다”고 전했다. 

RFA 보도와 관련해 옌볜조선족자치주의 소식통은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허룽의 공장은 봉제공장”이라고 전했다. 허룽 지역에는 봉제공장이 단 1곳 있는데 이 공장에서 추가로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였다는 것. 기존에 북한 노동자 300여 명이 일하고 있다가 생산 주문량이 크게 늘자 이번에 새롭게 수백 명의 북한 인력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소식통은 “허룽의 봉제공장은 중국 기업인이 세운 것으로 주로 아웃도어 의류를 만들고 있다”며 “생산량의 절반은 중국 내수용으로, 나머지 절반은 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수백 명의 북한 인력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뚝딱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최소 4∼5개월 전부터 서류 준비를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당시는 중국의 대북제재가 매우 강하게 시행될 시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북한과 중국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조용하고 은밀하게 북한 노동자 활용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中 ‘제재 완화’ 부인하지만…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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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김정은 방중’ 이후 대북제재 완화 정황이 북·중 접경 지역에서 잇달아 전해지고 있지만, 정작 중국 당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이행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월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에 영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은 북·중 우호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은 의심할 여지없이 국제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4월 4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중국 정부가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 전원을 내년 말까지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한 유엔 대북제재에 동참한다는 내용이 담긴 대북제재 이행보고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대북제재 결의 2397호 이행보고서는 3월 16일 안보리에 제출돼 현지 시간 4월 3일 공개됐다고 한다. 보고서에는 중국에서 일하는 기존 북한 노동자에 대한 취업허가가 2019년 12월 22일 이후까지 연장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철강과 금속 등에 대한 대북 수출 금지를 비롯해 다양한 제재 이행 내용이 포함됐다. 즉 대외적, 공식적으로 중국 정부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계속 준수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한다. 

하지만 4월 3일 중국 외교부장(외교부 장관)의 행보만 보더라도 이러한 중국 정부의 표명은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이날 북한 이용호 외무상이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비동맹운동(NAM) 각료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돌연 이 외무상과 만나 북·중 외교장관 회담을 열었다. 왕 부장은 이 외무상과의 회동을 긴급히 잡기 위해 이날 오후에 예정돼 있던 보아오 포럼 내외신 설명회까지 일정을 오전으로 바꿨다고 한다. 보아오 포럼은 중국 정부가 고도로 중시하는 중국 주도의 국제 행사인데도 왕 부장이 그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이 외무상과 회담을 한 것. 중국 외교부는 또 북·중 외교장관 회담의 공식 석상 사진은 물론 양측이 야외에서 악수하는 사진까지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중국이 외국으로 가기 위해 베이징을 경유하는 북측 인사를 이렇게까지 응대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양측 발언도 주목된다. 왕이 부장은 “현 상황에서 북·중 전통의 우의를 유지, 발전시키는 것은 양국과 지역 정세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양국 외교 부문은 각급 교류를 강화하고 양국 최고 지도자의 베이징 회담 성과를 조속히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외무상은 “북·중 정상의 성공적 회동은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 양측 지도자의 공동 인식을 잘 실천하고 고위급 상호 방문과 각 급별 외교 소통을 강화하며 북·중 전통 우호 관계를 개선, 발전시키길 원한다. 북한은 한반도 유관 문제에 대해 중국 측과 긴밀하게 전략적 소통을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차이나 패싱’ 우려 사라져

‘김정은 방중’ 이후 북한과 중국 양측 관영 매체의 보도에서도 양국 밀월 관계를 읽을 수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월 30일 1면에 ‘조·중(북·중) 친선의 새로운 장을 펼친 역사적인 방문’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노동신문은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 전례 없이 격변하는 조선반도의 새로운 정세 아래에서 중국을 전격적으로 방문하신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가 두 당, 두 나라의 친선관계를 얼마나 귀중히 여기고 있는지를 뚜렷이 실증해주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조·중 친선은 공동의 위업을 위한 성스러운 투쟁 속에서 피로 맺어진 관계”라며 “떼려야 뗄 수 없는 친선이기에 역사의 온갖 돌풍 속에서도 굳건히 이어져왔고 사선의 언덕을 넘으면서도 그 본태를 잃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3월 29일 1면 대부분에 ‘김정은 방중’을 통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소개하면서,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신문은 북·중 정상회담으로 양국 우호관계가 입증되면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이른바 ‘차이나 패싱’ 우려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의 이러한 보도는 대북제재로 악화된 북·중 관계가 회복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4월 들어 북·중 친선을 강조하는 영화를 4년여 만에 잇달아 재방영하고 있다. 1일에는 북·중 합작영화 ‘평양에서의 약속’을 방영했다. 중국인 여성 무용수가 북한을 여행하며 북한 무용수들과 우정을 쌓는 내용으로 10여만 명이 참여하는 북한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3일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중국의 모택동, 주은래, 등소평 동지들과 진행하신 대외활동’이라는 제목의 40여 분짜리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김일성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 저우언라이(周恩來), 덩샤오핑(鄧小平) 등 과거 중국 지도자들과 가진 다양한 회담과 만찬 장면을 보여주며 선대로부터 이어 내려온 북·중 친선을 강조했다. 또한 8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83년 6월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 신분으로 처음 중국을 방문한 영상을 담은 기록영화를 재방영했다. 2014년 6월 마지막으로 방영된 이 영상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 당시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후야오방(胡耀邦) 당시 중국공산당 총서기 등과 함께 베이징역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맞이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 시중쉰이 김 위원장을 숙소까지 안내하는 모습과 두 사람이 환담하는 모습도 담겼다. 

노동신문도 4월 5일자에 김일성이 1975년 중병을 앓는 저우언라이 총리를 베이징에서 병문안한 사실을 전하는가 하면, 8일에는 저우 총리가 1958년 말 방중한 김일성에게 전축과 중국화(畵)를 선물한 사실을 보도하며 과거 북·중 친선 관계를 부각했다.


‘후견국’으로 재등장한 中

북한 김정은 정권을 둘러싼 작금의 한반도 상황을 필자는 이렇게 정리한다. 미국 대통령에 역대 최고의 ‘터프 가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자 북한과 중국은 극도로 긴장했다. 트럼프라면 북한을 직접 공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정말 그러면 어떻게 하나? 북한은 물론 중국도 불안했다. 놀란 중국은 트럼프의 대북 무력 공격을 막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북한의 실질적 숨통을 쥔 것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미국은 무력으로 북한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몰라도 중국은 조용히 북한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북한 내부는 심각한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평양과 나선특구를 중심으로 사실상 시장경제 활동을 해오던 주민들은 치명타를 입었다. 이른바 ‘돈맛’을 알아버린 북한 주민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민심을 김정은 정권도 알아챘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이 때마침 손을 내밀었고, 북한은 이를 꽉 잡았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는 물론 한국의 중재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 개최까지 합의하게 됐다. 그런데 이렇게 되자 중국이 안달이 났다. 북한이 미국과 가까워진다면 이를 가장 두려워하고 싫어할 존재는 바로 중국이다. 미국이 북한을 ‘접수’하게 된다면 이는 곧 동북아 지역에서의 패권을 미국이 장악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상황도 싫지만 북·미 양측이 한 팀이 되는 상황은 더 싫다. 다급해진 중국은 북한을 적극적으로 끌어당겼고, 북한 역시 이에 화답했다. 당시 북한에 가장 큰 고통을 주는 당사자는 중국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도, 미국도 아닌 중국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은 어떻게 행동할까. 과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제시하는 대가를 받고 핵을 포기할 것인가. 그럴 가능성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재등장한 ‘후견국 중국’ 때문이다. 숨통을 죄며 북한을 변하게 했던 중국이 이번에는 북한에 활로를 주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역사는 또다시 과거를 되풀이하는 모양새다.


신동아 2018년 5월 호

| 김승재 YTN 기자 · 前 베이징특파원 sj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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