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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비핵화 방정식

단독취재 | ‘북·중 밀착’으로 돌파구 찾았다

시진핑 만난 후 북한 내 중국공단 연쇄 추진

  • | 김승재 YTN 기자 · 前 베이징특파원 sjkim@ytn.co.kr

단독취재 | ‘북·중 밀착’으로 돌파구 찾았다

  • ●밀수? “말없이 눈감는다” “안 잡는다”
    ●안투(安圖)현에도 北노동자 공단 조성
    ●“제재로 추락하던 북한 되살아나”
단독취재 | ‘북·중 밀착’으로 돌파구 찾았다
북·중 정상회담에 이은 남북 정상회담, 다시 북·중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북·중 밀착’ 신호가 잇달아 발신된다. 밀수를 근절하겠다며 국경지역 세관 관리를 접수했던 중국군이 대부분 철수하면서 북·중 밀수가 다시 성행한다.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북한과 중국 양쪽 땅에서 북한 노동자 공단 조성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필자는 신동아 2017년 11월호, 올해 1월호를 통해 북·중 국경지역 통상구(通商口·세관) 관리를 중국군이 접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중국군 무경부대(武警部隊·인민무장경찰부대)가 지난해 8월 중순부터 훈춘(琿春) 취안허(圈河) 세관 등에 투입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주요 광물과 수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신규 해외 노동자 송출을 중단하는 등의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한 직후 내려진 조치다. 부패 세관원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북한과의 불법 교역을 근절할 수 없겠다는 판단 아래 군을 투입해 세관원들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세관 업무를 대신하게 한 것이다. 당시 조치로 훈춘 등 북중 접경지역에서 활동하던 대북 사업가 상당수가 폐업하거나 도산이 속출했다.


“北 밀수 잡는다”며 세관 접수한 중국군 철수

세관을 접수했던 중국 무경부대원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월 말 중국 방문을 계기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갔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무경부대원 철수는 김 위원장의 방중 직전 일부 이뤄졌고, 방중 일정을 끝마친 직후 거의 마무리됐다. 중국 당국의 밀수 단속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소식통들은 무경이 철수한 이후 중국 세관원들이 북한 밀수에 대해 “말없이 눈감는다” “안 잡는다”는 표현을 했다고 전했다. 북중 접경지역의 대북 사업가들은 북한과의 사업이 활기를 띨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북·중 밀착’ 움직임은 옌볜조선족자치주 북한 노동자 공단 조성에서도 확인된다. 옌볜자치주는 시 6개와 현 2개로 구성돼 있다. 자치주의 투먼(圖們)시는 2011년 조선공업원(북한공업단지)을 조성했고, 이듬해 5월부터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수입한 최초의 북한 노동자다. 투먼시의 북한 노동자 공단은 옌볜자치주 내 다른 시를 자극했다. 이웃 훈춘시가 곧바로 북한 노동자 수입을 단행했다. 북한 노동자를 서로 먼저 수입하겠다고 투먼시와 훈춘시가 다투는 일까지 생길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이후 옌지(延吉)시, 룽징(龍井)시, 둔화(敦化)시, 허룽(和龍)시 순으로 북한 노동자 수입이 이어졌다. 

지난해 안투현에도 북한 노동자가 일할 공단이 조성됐고, 이 공단에 최근 12개 공장이 완공됐다고 옌볜자치주 소식통은 전해왔다. 안투현의 북한 인력 공단에서는 북한 노동자 300명을 우선적으로 받기로 했다고 한다. 이들 노동자는 조만간 비밀리에 공단으로 들어올 계획이다. 북한 노동자 신규 고용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제재 어기고 北노동자 비밀리 수입

안투현은 백두산 관광과 인삼으로 유명한 곳이다. 인구는 27만 명. 중국 정부는 백두산을 국가급 자연보호구역으로 관리한다. 안투현에는 연중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는 백산수(白山水)와 와하하(娃哈哈) 등 유명 생수 공장도 여러 개 있다. 백두산 관광과 기업 공장 유치 등으로 안투현은 세(稅)수입이 풍부하다. 

안투현은 지역 경제가 잘 돌아가 옌볜자치주의 다른 지역과 달리 북한 노동자 고용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북한 인력을 들여와봤자 관리하는 데 골치만 썩게 된다는 것이 안투현 지도부의 판단이었으나 이웃 지역 기업들이 북한 인력 고용에 따른 혜택을 톡톡히 보는 현실을 목도하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안투현이 북한 노동자 공단을 조성한 시점도 주목된다. 지난해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최고조로 치닫던 시기로 중국 역시 그 어느 때보다 고강도로 대북 압박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며 제재에 가담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과 중국이 서로의 필요에 따라 북한 인력 고용을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해온 것이다. 

안투현까지 북한 노동자가 일할 공단 조성에 참여하면서 옌볜자치주에서 북한 노동력 고용 계획이 없는 지역은 왕칭(汪淸)현뿐이다. 왕칭현은 백두산 기슭의 산지 지형으로 평균 해발고도가 806m나 된다.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기업 활동이 용이치 않다. 

북한 인력이 일하는 공단을 조성한 옌볜자치주 7개 지역 가운데 ‘북한공업단지’라는 공식 명칭을 붙인 지역은 투먼시뿐이다. 나머지 6개 지역은 ‘경제개발구’ 등의 타이틀 아래 티 나지 않게 북한 인력이 일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北 남양에 중국공단 건설 추진”

유엔 대북제재 조치에도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나선특구)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AP통신이 지난해 7월 22일 보도했다. [나선=AP/뉴시스]

유엔 대북제재 조치에도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나선특구)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AP통신이 지난해 7월 22일 보도했다. [나선=AP/뉴시스]

옌볜자치주 내 대부분 지역에 북한 인력 공단이 조성되면서 북한 노동자 숫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창기 투먼으로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할 무렵 북한과 중국 정부는 옌볜자치주 전체에서 총 20만 명의 북한 노동자를 수용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투먼에 2만 명, 훈춘에 3만 명 등 지역별로 구체적 목표치까지 정해뒀다. 북한 노동력 활용 이후 실제로 그 효과가 검증되자 자치주 곳곳에서 북한 노동력에 대한 요청을 경쟁적으로 하면서 이 목표는 머잖아 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노동자에 대한 중국 기업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북한도 해외 송출 노동자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에는 평양 출신이 우선이었다. 평양에 본사가 있는 회사만 인력을 보낼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런 회사들은 주로 규모가 큰 회사들일 수밖에 없었다. 초창기 해외 송출 인력의 구성도 평양 출신이 90%, 나머지 10%가 지방 출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평양 회사와 지방 회사가 합작한 경우에도 인력 해외 송출을 허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 출신 인력이 크게 늘었다. 이제는 해외 송출 인력의 주(主)는 평양 출신이 아니라 지방 출신이라고 한다. 

공단 조성은 중국 지역 쪽에서만 분주한 것이 아니다.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접경지역 북한 땅에서도 공단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북한 유일의 중국공단은 나진·선봉지구에 조성돼 있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중국공단을 북중 접경지역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당장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투먼시와 마주하는 남양시에서 공업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초 또는 재작년 말 무렵 남양시에 공업단지 조성 허가를 내렸다고 전했다. 남양시는 인구가 적고 경제가 낙후돼 있어 폐허나 다름없는 지역이다. 중국에서 공단을 조성해주면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기에 북한으로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정은 두 차례 방중…美 압박에 ‘북·중 밀착’ 강화

남양시 중국공단 조성 계획은 지난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잇달아 채택되면서 한동안 중단됐다. 사업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으나 3월 말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소식통은 투먼시에서 남양시로 들어가는 통로인 두만강 입구까지 전기선이 들어갈 수 있도록 지하 공사도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전기 부족에 허덕이는 남양시로서는 투먼시의 전기 공급이 무엇보다 반가울 것이다. 

투먼시는 옌볜자치주 시·현 가운데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다. 맞은편에 있는 인구 1만8000여 명의 북한 남양이 시(市)로 승격되자 투먼도 이와 급을 맞추겠다며 시로 승격했다. 당시 투먼시에는 남양시 주민들이 아침마다 ‘남시장’이라는 곳에 들어와 장사한 뒤 오후 4시면 퇴근했다고 한다. 남시장이 활성화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자주 보이게 되자 북한 사람들을 보겠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 가운데는 한국인도 많았다. 그러자 북측에서 이를 문제 삼았고 이후 ‘남시장’은 쇠퇴했다. ‘시장’을 통한 북중 민간 교류의 장을 연 투먼이 중국 최초로 북한 노동자 공업단지를 조성한 데 이어 이제는 맞은편 북한 땅에서까지 중국공단 조성을 준비하는 것이다. 

북한 내 중국공단 추진은 남양시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옌볜자치주 도시와 접한 북한 땅 여러 곳에서 중국공단 건립이 추진된다고 한다. 중국이 이렇듯 북한 땅에서 공단을 건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방의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으로 나와 일하려면 북한에서의 절차가 까다롭고 인력이 나오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아예 접경지역 북한 땅에 공단을 만들어놓고 그곳에서 노동자를 구해 작업하려는 것이다. 

5월 7일부터 1박 2일간 김정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재(再)방문했다. 첫 방중 이후 40여 일 만이었다. 두 번째 방중은 첫 번째와 여러 가지 점에서 비교됐다. 전용 열차가 아닌 전용 비행기를 이용했고, 방문 지역도 수도 베이징(北京)이 아닌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였다. 다롄은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지도부와 비밀 회담을 했던 장소다.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vs CVID

북한 조선중앙TV가 5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의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방문을 보도했다.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5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의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방문을 보도했다. [뉴시스]

5월 8일은 중국이 첫 자국산 항공모함, 001A함의 출항식을 치른 날이다. 중국은 항공모함 구축 등 해상전력(海上戰力) 강화를 통해 미국과 해상 패권을 놓고 경쟁 관계다. 중국 ‘해양굴기(崛起)’의 상징적 ‘시점’과 ‘지역’에서 ‘김정은 방중’이 이뤄진 것이다. 북한과 중국이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을 넘어 군사 분야에서도 ‘밀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롄에서의 두 정상 발언 또한 예사롭지 않다. 김 위원장이 “조·중 사이의 마음속 거리는 더더욱 가까워졌고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로 이어졌다”고 강조하자 시 주석은 “두 나라는 운명공동체이고 변함없는 순치(脣齒·입술과 이)의 관계”라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또 “유관 각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안전 위협을 없앤다면 북한이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고 비핵화는 실현할 수 있다”며 비핵화를 위해서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제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유관 각국이 단계별로 동시적으로 책임 있게 조처를 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추진해 최종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를 실현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오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조치’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 강조하는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대량살상무기(WMD·핵무기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까지 포괄하는 개념) 폐기’와 충돌한다. 

다롄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의 북·중 관계를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예측불허 마초’ 트럼프의 등장에 김정은과 시진핑은 긴장했다. 북한을 폭격하는 일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트럼프의 돌출 행동을 막고자 중국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경하게 대북제재에 동참했다. 그러자 북한의 숨통이 꽉 조여졌다. 이 순간 문재인 정부가 손을 내밀었다. ‘남북, 북·미 대화’ 카드를 제시하자 다급했던 북한은 이를 부여잡았다. 북한은 이후 ‘화려한 이벤트’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월 9일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일행이 참석했다. 그로부터 40여 일 뒤 더 큰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이 3월 말 베이징에서 열린 것이다. 세계 유일 3대 권력 세습의 주인공이 은둔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국제사회의 외교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중국이 왜 북한의 후원국일 수밖에 없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북한을 손에 쥐고 있는 듯한’ 중국의 이미지는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한 달 뒤 남북 정상의 판문점 회동 때문이었다. 극적인 매순간 순간이 생중계 방송되면서 전 세계는 3월 ‘김정은 방중’보다 더 뜨겁게 반응했다. 남·북·미 3자 간 대화가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가 힘을 얻었다. 이 순간 중국은 논외였다. 안달이 난 중국은 미국만을 바라보는 북한의 옆구리를 찌르며 같이 가자고 했지만 북한의 반응은 소극적. 그런데 미국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갈수록 강도를 높이며 북한을 압박했고, 불안하고 화가 난 북한은 보채는 중국을 덥석 잡아끌었다. 미국을 향해 “너희가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는 중국이랑 손잡는다”고 경고한 것. 중국 외교부도 다롄 회동이 북한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혔다.


북한의 현란한 외교술

이렇듯 북한은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과 미국, 중국 3개의 줄을 당겼다 놨다 하며 현란한 외교술을 펼치고 있다. 한반도 외교전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서로의 요구가 분명하게 다른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과연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 것인가.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 안착은 과연 가능할까. 그 결과가 무엇이든 시간이 흐를수록 한 가지만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대북제재로 바닥까지 추락하던 북한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신동아 2018년 6월 호

| 김승재 YTN 기자 · 前 베이징특파원 sj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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