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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만 신바람?

단독취재 | ‘Made in DPRK’ 수출 확대 준비 중

“춤은 韓美가 추고 돈은 ‘왕서방’이 챙길 것"

  • | 김승재 YTN 기자·前 베이징 특파원

단독취재 | ‘Made in DPRK’ 수출 확대 준비 중

  • ● 중국 기업 상대로 투자 유치 교섭 활발
    ●“임가공 아닌 북한산 라벨 붙여 수출하겠다”
    ● 金, 신의주특구 시찰 “현대화하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신의주 화장품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7월 1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신의주 화장품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7월 1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정상회담 상대역이었다. 석 달도 안 되는 기간 3차례나 김 위원장을 만났다. 중국은 역시 북한의 후견국이었다. 최근 북한 경제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의 대북 소식통들은 “과연 중국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먹는다’는 속담이 현재 상황에도 적용된다”고 입을 모은다. 남북 정상의 판문점 회동 생방송과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 두 빅 이벤트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어당기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 와중에 북한으로부터 최고의 실익을 챙기는 존재는 바로 중국이라는 얘기다.


“대북제재 조만간 풀릴 것”

북한은 중국에서 활발하게 투자를 유치 중이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6월 북한 경제계 고위급 인사와 나눈 대화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평양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측 인사들에게 “중국 기업과 적극적으로 접촉해 최대한 서둘러 북한으로 초청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 인사들은 주로 상하이(上海)와 저장(浙江)성 등 상거래의 중심이라 할 남방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교섭하고 있다. 

북한이 중국 기업에 바라는 것은 다양한 분야의 업종에서 공장을 설립해달라는 것이다. 평양은 가능한 한 많은 공장을 설립해 ‘Made in DPRK’ 즉 북한산 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북한 내 공장은 대부분 임가공(외국 기업으로부터 원자재와 함께 주문을 받아 노동자들이 단순 가공만 하는 형태) 방식으로 물품을 제조한다. 이제는 이런 단계를 넘어 직접 완제품을 생산해 당당하게 ‘북한산’ 라벨을 붙이고 수출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해제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인사들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조만간 풀릴 것을 기정사실로 믿고 있다. 

중국 랴오닝(遼寧)성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대북 사업가 C씨는 7월 초 베이징에서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와 면담했다. 점심 식사를 겸한 자리에서 C씨는 북측 인사와 대북 투자와 관련해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C씨는 “한국인 사업가를 비롯해 주변의 여러 사업가가 대북 투자를 원하고 있다며 투자할 만한 사업 분야가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북측 인사는 “우리는 모든 이의 투자를 열렬하게 지지한다. 투자하고 싶은 아이템을 전부 뽑아서 주면 우리가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북측 인사는 또 “지금 남북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은 시기이기에 남측 기업의 투자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국적 불문하고 모든 해외투자를 유치하려는 북측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모든 핵 포기하는 일 결코 없을 것”

주중 북한대사관 관계자의 이러한 언급과 달리 대북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북한 내부에서도 나온다. 중국의 대북 사업가 A씨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북한 고위급 경제계 인사가 조용히 알려준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북측 인사는 A씨에게 “북한 내 특별한 네트워크가 없는 상황에서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한국 기업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북측 인사는 또 “북한은 평화를 위해 핵을 보유하는 것이지 전쟁 목적이 아니다. 모든 핵을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일이 없는데 섣불리 한국 기업이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발언은 북측 인사와 A씨가 아주 신뢰할 만한 관계이기에 나왔을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이제는 평양 상류층 이너서클(Inner Circle·권력 핵심층) 내에서는 조심스럽긴 하지만 정세와 관련해 서로 할 얘기는 다 한다고 전했다. 

북한은 상대가 자신들로부터 무언가를 얻으려 할 때 상대의 애를 태우고 경쟁자끼리 서로 경쟁하게 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는 베이징 특파원 시절 북측 인사들을 접촉하면서 자주 느낀 것이기도 하다. ‘기회의 땅’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지면서 이러한 북한의 모습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5월 북한 노동당 참관단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들른 곳 중 하나가 베이징 기초시설투자유한공사다. 이곳에서 북·중 양측은 중국횡단철도(TCR) 등 인프라 재건 협력을 논의했다. 중국횡단철도는 서울-평양-신의주를 거쳐 단둥, 베이징에 이르는 남·북한과 중국을 잇는 철도다. 중국이 추진하는 신(新)실크로드 전략,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중국은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철도와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구축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해당 국가가 현금으로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없어도 투자했다. 쌀과 같은 현물을 받거나 추후 사용료를 받는 방식으로 중국의 기술과 시설, 장비를 각국에 심고 있다. 당장 이익이 생기지 않더라도 멀리 내다보고 ‘팍스 차이나’를 꿈꾸는 것이다. 북한 철도와 도로 건설에도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韓中 경쟁 붙여 실리 추구… “결국 알짜는 中 몫”

중국은 최근 들어 북한 건설 사업 주도권을 한국에 빼앗기는 게 아닌가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6월, 7월 남북 양측의 잇따른 접촉 때문이다. 남·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 철도·도로·산림 3개 분야에서 분과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면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분과회의에서 어떤 논의를 하는지 중국의 관심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SOC 사업 개발권이 한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보고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중국의 심리를 잘 읽고 있다. 한 손엔 중국을, 다른 한 손엔 한국을 놓고 이리저리 저울질하며 상대를 애태운다. 소식통은 결국 SOC 사업의 알짜 개발권은 중국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줄 수 있는 당근이 훨씬 클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유엔 대북제재 완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한다. 중국과 러시아 유엔대표부가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성명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했으나 미국은 비핵화가 먼저라며 동의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은 6월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안보리 결의안을 보면 북한이 유엔 대북 결의를 이행하는 상황에 따라 유엔의 대북제재는 조정해야 한다. 여기에는 제재 중단이나 해제도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또 “중국은 대북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고 본다. 안보리는 현재의 외교적 대화 국면과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지지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중 접경 지역에선 중국 당국이 제재를 완화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랴오닝성의 소식통은 대북제재로 중국 땅을 떠나야 했던 북한 노동자들이 소규모 단위로 중국의 공장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둥(丹東)의 공장들과 잉커우(營口)의 중국 기업 상당수가 최근 들어 북한 노동자를 30~40명씩 받아들인다는 것. 북한 노동자 가운데는 안보리 대북제재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귀국해야 했던 이들도 포함됐다. 대규모 인력이 들어오면 금세 눈에 띄고 소문도 나니 소규모로 조용히 인력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 이를 눈감아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동아’ 3월호는 중국 A그룹이 대북제재 와중에도 두만강 일대 북·중 접경 지역에서 아주 쉽게 북한으로 기름을 빼돌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유조차가 아닌 개조한 트럭에 천막을 씌운 채 기름을 싣고 와서는 북측이 설치한 호스로 기름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소식통은 최근 이러한 방식으로 북한 나선 특구로 들어가는 기름 밀수가 크게 늘어 제재 이전 공급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북측 인사가 “중국 국영 석유회사가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기로 양국 간에 합의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북제재 완화’ 목소리 높이는 中… 美 의식해 속도 조절 중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이 올해 세 차례 열렸다. [출처·우리민족끼리]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이 올해 세 차례 열렸다. [출처·우리민족끼리]

관광과 항공 등 민간 교류에서도 북·중 관계가 빠르게 복원되고 있다. 6월 29일 중국의 북한 전문 여행사인 ‘IN DPRK’는 “북한 관광총국 선양지국이 6월 북한을 관광한 중국인이 1월에 비해 100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7~8월 중국인 학생들을 위한 북한 단체관광 상품이 출시됐고, 7월 북한 관광 상품 예매는 이미 완료됐다”고 전했다. 여행사 측은 “현재 북한 관련 상품을 더 만들려고 해도 북한에 가는 기차표와 호텔, 중국어 가이드가 부족해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베이징에서는 기차로 북한을 여행하는 13일 일정 ‘북·중 문화 체험 여행’ 상품도 출시됐다. 7월 중순 베이징 기차역을 출발해 선양(瀋陽), 단둥을 거쳐 북한 신의주, 평양, 개성, 판문점을 관광하는 일정으로 비용은 5000위안(한국 돈 85만 원) 정도다. 이 상품 역시 좋은 열차 좌석은 판매 개시 직후 거의 다 팔렸다고 한다. 

이렇듯 북한 관광이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갑자기 여행사에 북한 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이 때문에 북한 단체 관광 상품이 출발 직전 돌연 취소됐다. 또한 상하이와 청두(成都), 시안(西安)에서 평양으로 가는 직항 노선을 열기로 했다가 최근 이 계획을 무기한 중단했다. 북한 단체관광상품을 판매한 중국 현지 여행사들은 환불 조치를 하며 애를 먹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미국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와 여론이 완전한 비핵화 이전 대북제재 완화는 안 된다고 강조하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북한대로 중국 띄우기에 한창이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은 위원장의 세 번째 방중 이후인 6월 24일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 과정을 담은 영화 ‘건국대업(建國大業)’을 방영했다. 이 영화는 200명 가까운 A급 출연진이 출연료도 받지 않고 참여해 화제를 모았고,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2009년 9월 17일 중국에서 일제히 개봉됐다. 7월 1일에는 중국 공산당의 창건 과정을 다룬 영화 ‘건당위업(建黨偉業)’을 조선중앙TV가 방영했다. 1921년 중국 공산당이 성립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영화로 중국 공산당 창건 90주년을 맞은 2011년 개봉했다. 김 위원장의 3차 방중 이후 2주 연속 일요일마다 중국이 중시하고 자랑하는 블록버스터 영화 2편을 TV에서 방영한 것이다. 조선중앙TV는 앞서 김 위원장의 두 번째 방중 직후에는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주석의 아들을 소재로 한 36부작 중국 드라마 ‘마오안잉(毛岸英)’을 매일 2편씩 방영했다. 마오안잉은 6·25전쟁 때 중국 인민지원군으로 참전했다가 미군의 폭격으로 숨졌다. 또 김 위원장의 첫 방중 직후인 4월에는 북·중 친선을 강조하는 기록영화를 연거푸 재방영했다.


북·중 접경 시찰… “손노동 없애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신도군 갈대 종합농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6월 3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신도군 갈대 종합농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6월 3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과 3차 방중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김정은 위원장은 북·중 접경 지역을 잇달아 시찰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은 6월 30일 김 위원장이 평안북도 신도군에서 현지지도 활동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신도군의 갈대 종합농장을 찾아 “신도군을 주체적인 화학섬유 원료 기지로 건설하라”며 갈대를 활용한 화학섬유 생산 활성화 방안 등을 지시했다. 

신도군은 평안북도 서쪽 끝 압록강 하구에 있는 군으로 여러 섬으로 이뤄져 있다. 2011년 북한과 중국이 공동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황금평 경제특구가 신도군 소속이다. 북·중은 당시 공동 경제특구로 황금평·위화도를 지정했는데 이후 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신도군의 한 섬인 신도는 북한 최대 갈대 생산지다. 갈대는 화학섬유 원료로 사용된다. 김일성은 신도를 ‘비단섬’이라고 이름 짓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도군 시찰에 이어 신의주를 방문했다. 신의주는 북한이 2002년 지정한 경제특구다. 홍콩식 일국양제 시스템과 중국의 사회주의식 경제자유지구인 선전(深)특구의 장점을 결합했다. 중국 어우야(歐亞)그룹 회장, 양빈(楊斌)을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하고 특구 개발을 추진했으나 중국 당국이 양빈을 탈세 혐의로 구속하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의주에서 화장품, 방직, 화학섬유 공장을 차례로 시찰했다. 화장품 공장 시찰에는 부인 리설주 여사가 동행했다. 신의주 화장품 공장은 북한이 1949년 설립한 최초의 화장품 생산기지다. 이날 시찰에서 김 위원장은 ‘생산 공정에서 손노동을 완전히 없애고 공업화하기 위한 현대화 사업’을 강조했다. 또 “평양 시내에 신의주 화장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봄향기’ 화장품을 전문 판매하는 상점을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방직공장과 화학섬유 공장 시찰 현장에서 현지 고위 당 간부와 공장 노동자들을 강도 높게 질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신의주의 3개 공장을 시찰하면서 김 위원장은 유독 ‘현대화’를 강조했다.


“시진핑? 우리가 초청했으니 와야지”

김정은의 시찰 이후인 7월 2일 북한 대외경제성의 구본태 부상이 베이징을 찾았다. 대외경제성은 북한의 경제·무역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북한이 신의주와 신도군 일대 개발과 관련해 중국 측과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시진핑 주석도 연내 평양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7월 4, 5일 열린 남북통일농구 취재차 평양을 방문한 남측 기자들이 북측 인사에게 “9·9절(북한 정권수립일·9월 9일)에 시 주석이 평양에 오는 것 아니냐”고 묻자 “우리가 초청했으니 오겠죠. 와야지”라고 답했다 한다. 북·중 밀월이 점차 정점을 향해 가는 현실에서 남·북과 북·미 한·미 한·중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각 나라가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동아 2018년 8월 호

| 김승재 YTN 기자·前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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