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호

북한 경제만 신바람?

문재인 정부의 ‘남북한 철도 연결’ 축복일까?

“천문학적 비용, 불투명한 수익…국고 탕진 가능성”

  • 입력2018-07-2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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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보수 아닌 신설 필요

    • 민간은 투자 외면

    • 대형 선박이 철도 이미 압도

    • 러, 한국에 줄 가스 없다

    • “남-북-러 가스관 연결도 국익 손해”

    북한의 노후된 철도. [동아DB]

    북한의 노후된 철도. [동아DB]

    문재인 대통령의 6월 러시아 국빈방문 이후 한국-북한-러시아를 잇는 경제협력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러시아 방문 중에 문 대통령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면담한 자리에서 “남-북-러 3각 협력과 관련해 앞으로 대북제재가 해제돼 북한 참여가 가능해질 때 3국 협력을 본격 추진할 수 있게 공동 연구·조사 등 사전 준비를 미리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변화를 논의하고 남-북-러 3각 협력 프로젝트 준비 작업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철도·가스 연결에 돈 보따리 풀 태세

    문 대통령은 이전 정부보다 훨씬 의욕적으로 ‘한반도 신경제지도’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의 남-북-러 협력사업은 크게 세 나라 간 철도 연결, 가스관 연결, 전력망 연결로 구체화된다. 

    이런 3대 협력사업은 미·북 정상회담으로 북한 핵 문제가 곧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가스와 철도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중국은 철도 연결을 이미 상당히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철도와 가스 연결 사업에 돈 보따리를 풀 기세다. 막대한 국민 혈세가 소요되는 이 거대 프로젝트에 경제성과 리스크, 그리고 기대효과가 어떠한지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기간에 “철도·전력·가스 등 남-북-러 3각 협력의 주요 사업 구상 가운데 철도연결사업의 추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로드맵도 밝혔다. 우선 한·러 간, 남·북 간 공동연구를 각각 병행해 진행하면서 향후 자연스럽게 남-북-러 간 공동연구와 실질협력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한국과 북한을 잇는 한반도 종단철도는 3개 노선으로 구성된다. 한국 수도권에서 경의선을 타고 평양을 거쳐 신의주까지 간 뒤 중국 횡단철도로 접속되는 노선, 한국 수도권에서 경원선으로 원산으로 간 다음 동해안을 타고 올라가다 청진을 거쳐 남양에서 만주 종단철도로 접속되는 노선, 그리고 청진까지는 위 노선과 같이 가다가 나진과 러시아 하산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접속되는 노선이다. 



    중국은 경의선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0년 약 54km의 ‘나진-하산’ 구간을 정비했다.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은 북한과 철도망이 연결되면 물류 운송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독일에서 부산항까지 물건을 수입해 오려면 해상으로 60일 정도가 걸리지만, 철도-해상 복합 운송 시대가 열리면 35일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면 적어도 4년 뒤 대륙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한다.

    누가 이 비용 댈 것이냐?

    [동아DB]

    [동아DB]

    철도연결사업은 장밋빛 비전을 갖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이 사업은 쉽지 않다. 기존의 북한 철도는 6·25전쟁 이후 지속적으로 노후해져 현대 물류 수송을 하기에 적절치 않다. 전철화, 복선화, 직선화, 고속화를 위해서는 개·보수보다는 노선을 새로 까는 게 더 낫다. 문제는 ‘누가 이 비용을 댈 것이냐’다. 

    이 사업의 가장 큰 수혜자인 북한은 비용 조달 능력이 없다. 그렇다고 비용대비 사업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정부는 남북 간 철도 연결 이후 물류비로 연간 북한은 1억 달러, 한국은 8000만 달러의 이익을 얻는 것으로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그전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교통연구원은 남북 통합 철도망 구축에 최장 30년에 160조 원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실제로 은행이나 민간 투자자들은 남북 간 철도 연결에 거의 관심이 없다. 즉 민간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는 비용 조달이 불가능하다. 우리 정부나 국제사회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몇몇 전문가는 “한국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남북 철도 연결을 떠안는다면 천문학적 비용에 불투명한 수익으로 인해 상당액의 국고를 탕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북-러 철도공동위가 작성한 ‘북한 철도 현대화사업 타당성조사’에 따르면 두만강-평강(781km) 노선 전 구간에서 시속 60~80km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최소 23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한국의 단선철도 일반부 1km당 공사비 146억 원, 도시부 211억 원에 비해 저렴하다. 그러나 고속화, 전철화, 복합 궤도 공사 시에는 더 많은 비용이 추가돼야 한다. 

    정부는 당장 사업성이 높은 경의선 연결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경의선 철도 부설에는 중국도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6월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신의주-개성 간 철도 및 도로의 개·보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일대일로의 연장선상에서 한반도와의 철도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한반도 철도를 중국 동북지방의 발전 회랑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다양한 국제협력기금을 끌어들여 경의선을 구축하면 북한 내부의 물류 활성화는 물론이고 한국과 동북 3성 간 경제협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의 경쟁력은 승객 수송보다는 물류 수송에서 나온다. 철도연결사업이 성과를 내려면 결국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돼야 한다. 부산에서 파리-런던까지 이어지는 대륙 물류망을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이를 위해 2012년 10월 자체 예산 약 3000만 달러를 투자해 나진-하산 구간을 완공했다. 이 구간은 광궤와 협궤의 동시 사용이 가능한 이중궤도라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복선이 아닌 단선에서 전철구간이 아니라는 한계도 갖고 있다. 

    한·러 양국은 경원선과 동해선을 시베리아 철도에 연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동해선의 경우 철로가 설치되지 않은 구간이 많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경원선 정비에도 최소 25억 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공사비에 비해 실제 경제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 물류는 이미 철도에서 선박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2만1000TEU급 선박은 한 번에 무려 2만여 개의 컨테이너를 나를 수 있다. 철도는 보통 60TEU 정도에 불과하다. 앞으로 2만8000TEU급 선박이 보편화하면 선박 운송비는 더 떨어질 것이다. 현재 철도 운송비는 마일당 2.5달러다. 이에 비해 1만 TEU급 선박은 1해리당 0.7달러 수준이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수출 물량의 경우 철도 수송보다는 해상 수송이 훨씬 저렴하다. 수송 거리가 늘어나고 시간이 더 걸릴지는 몰라도 가격은 ‘넘사벽’이다. 물론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 내륙으로 가는 물류의 경우 철도가 경제성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유럽 물량은 해상 운송을 할 수밖에 없다. 

    북한 체제의 불확실성은 남북한 철도 연결의 또 다른 심각한 애로 사항이다. 민간 투자가 불가능한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북한이 신뢰할만한 파트너라는 평판을 얻는 것이 사업 자금 조달에 중요하다. 북한의 도발과 간섭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푸틴이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

    6월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북한 경의선과 연결되는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오른쪽). [원대연,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6월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북한 경의선과 연결되는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오른쪽). [원대연,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문재인 정부는 철도 연결과 함께 남-북-러 가스관 연결도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가스관 관련 주식의 주가가 크게 요동치기도 했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가스 생산국이고 한국은 세계 3위의 가스 수입국이다. 지정학적 문제만 해결되면 가스관 사업은 경제성이 충분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남-북-러 가스관 부설에 관한 계산과 수치 산출은 이미 이뤄진 상태고, 그 부설 경로까지 북측과 합의된 바 있다. 가스관 건설은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가스관 연결 사업의 문제는 러시아에 있다. 아쉽게도 2018년 현재 러시아가 한국에 보낼 천연가스 물량이 없다. 러시아는 극동과 시베리아에서 생산하는 천연가스를 알타이 가스관과 ‘시베리아의 힘’이라는 가스관을 통해 중국에 공급하기로 중국과 계약을 맺었다. 

    푸틴이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도 한국에 보낼 약 750만t의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사할린 가스전을 개발해 한국에 보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할린의 기존 가스전의 경우 미국과의 갈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신규 가스전은 아직 가스를 탐사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마치 한국에 가스를 공급하는 사업에 착수할 것처럼 립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극동 물량에 대한 중국과의 가격 협상을 염두에 두고 한국을 예비 대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선 천연가스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중국으로 갈 가스가 한국으로 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한국-북한-러시아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건설하는 사업은 사실 북한 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러시아 가스 통관 수수료로 연간 1억~2억 달러를 받게 되지만 당장 가스를 사용하기 힘들다. 북한의 경제 수준으로는 가스 사용은 물론이고 가스발전소도 사치다. 북한 처지에서 경제성장에 가장 필요한 자원은 비싼 가스가 아닌 저렴한 전기다. 

    나아가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이 한국의 전략적 국익에 부합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러시아 천연가스의 경쟁 대상은 미국의 셰일가스다. 한국은 미국산 셰일가스로 만든 LNG를 연간 280만t 수입하고 있다. 한국은 최근 미국 셰일가스 LNG의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차 연간 550만t을 수입할 예정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연간 280만t의 셰일가스 물량은 금액으론 약 10억 달러어치로, 미국에 대한 한국의 무역 흑자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미국산 가스 줄이면 무역 분쟁

    반대로 한국이 러시아 천연가스를 수입해 미국산 셰일가스 물량을 줄이면 미국과 무역 갈등이 불가피해진다. 한국으로선 대미 무역 흑자로 인한 갈등을 완화해주는 셰일가스 수입을 줄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남-북-러 가스관 사업을 아직 공식화하지 않았다. 청와대도 원칙적인 추진 의지만 밝혔지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마련한 것 같지는 않다. 러시아 가스 산업의 대내외적인 환경을 제대로 분석하고 북한의 경제성장까지 염두에 둔 현실적인 남-북-러 협력사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철도연결사업도 마찬가지다. 이미 세계 물류는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대세가 됐다. 면밀한 경제성 분석 없이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북한 철도 인프라 사업을 진행해선 안 된다. 항만과 철도, 대북사업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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