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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캄팔라 ‘글로벌피스 리더십 콘퍼런스’

동아프리카, 항구적 평화와 한반도 통일을 말하다

  • | 우간다 캄팔라=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우간다 캄팔라 ‘글로벌피스 리더십 콘퍼런스’

  • ●“분쟁 끝내고 평화 정착시켜 경제개발” 결의
    ●“평화는 정치 안정의 기반”
    ●경제성장률·잠재력 모두 높지만 한국 기업 안 보여…“전략적 사고 필요”
    ●무세베니 대통령 “통일에 패배자 없다…한반도 통일은 우리 모두가 지원해야”
8월 1일(현지시간)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열린 ‘글로벌피스 리더십 콘퍼런스(GPLC) 2018’에 참석한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세계의장(왼쪽에서 세 번째). [GPF 제공]

8월 1일(현지시간)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열린 ‘글로벌피스 리더십 콘퍼런스(GPLC) 2018’에 참석한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세계의장(왼쪽에서 세 번째). [GPF 제공]

2013년 5월 28일. 요웨리 무세베니(Yoweri Kaguta Museveni) 우간다 대통령이 방한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이 한국식 경제개발을 국가 변혁의 주요 모델로 설정하고 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이야기. 같은 달 30일 무세베니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만나 “집무실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필한 서적들이 있다. 평소 박 전 대통령의 비전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박정희’라고도 불리는 무세베니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에도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사실 우간다에 한국은 적잖은 의미가 있는 국가다. 무세베니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각료는 “1960년대에 한국과 우간다 GDP(국내총생산)가 비슷했다. 지금은 아예 비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두 국가는 공히 식민통치를 경험했고 같은 선상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경제규모는 가뭇없이 멀어졌으니 우간다 각료가 뼈아프게 생각할 만도 하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42세 때인 1986년 집권한 뒤 32년 넘게 권좌를 지키고 있다. 무세베니 대통령의 최근 관심사는 ‘분쟁 해결과 평화’다. 우간다는 부룬디 등 인근 분쟁 지역 출신 난민 수백만 명을 받아들이는 국가다. 또 남수단 반군 세력에 경고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일조했다. 에이즈를 효과적으로 막아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장기집권자와 평화중재자, 무세베니의 이 두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까. 글로벌피스재단(GPF) 설립자인 문현진 GPF 세계의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무세베니 대통령을 이번에 처음 만났습니다. 그는 국가를 변화시키려는 결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역의 안보나 난민 문제에도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역내에서 우간다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지정학적으로 우간다는 동서남북 아프리카가 교차하는 곳에 있고 빅토리아 호수도 끼고 있습니다. 또 나일강 수원지도 있어 영향력이 이집트에까지 미칩니다. 덕분에 아프리카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중요한 위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아프리카 지도자들 불러 모아 평화와 관용 논한 무세베니

캄팔라 평화선언에 서명하고 있는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 [GPF 제공]

캄팔라 평화선언에 서명하고 있는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 [GPF 제공]

하이라이트는 8월 1, 2일 이틀간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열린 ‘글로벌피스 리더십 콘퍼런스(GPLC) 2018’이다. ‘GPLC 2018’은 GPF가 우간다 정부, 동아프리카정부간개발기구(IGAD·Intergovernmental Authority on Development), 우간다민간경제협의체(PSFU·Private Sector Foundation Uganda)와 공동으로 주최했다. GPLC가 아프리카에서 열린 건 케냐, 나이지리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문 의장은 “동아프리카 국가 전·현직 정상들은 한국의 산업화에 다들 호의적이다. 서구의 가치가 아프리카의 전통 가치와 상충돼 거부감을 느끼는데, 서양 국가가 아니고 같은 식민 지배를 겪기도 한 한국이 좋은 케이스로 보이기 때문”이라면서 “우간다 정부는 이번 행사를 위해 150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 우간다 경제 수준에서 매우 큰돈이다. 그만큼 의지가 컸다는 것이다. 또 주변 국가 지도자들까지 초청해 역내 행사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주최 측은 ‘도덕적 혁신적 리더십: 지속가능한 평화와 개발’을 콘퍼런스의 주제로 삼았다. 행사에는 무세베니 대통령을 비롯해 가스톤 신임워 부룬디 부통령, 타반 뎅 가이 남수단 부통령, 아마니 아비드 카루메 전 잔지바르 대통령 등 등 23개국에서 1500명의 정상 및 지도자들이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진석·신상진·유재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현지를 찾아 행사에 참석했다. 

루하카나 루군다(Rt. Hon. Ruhakana Rugunda) 우간다 총리는 개회를 선언하면서 “지속 가능한 평화와 개발이 아프리카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주제다. 이 논의는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평화 구축에 힘을 보태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평화와 안보, 개발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우간다 정부는 이번 행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탐욕으로 인해 사람은 타인을 희생시킨다. 유럽 사람들은 화약을 사용해 아프리카를 정복했다. 탄자니아와 우간다 사이의 지역에 소금이 있다. 소금으로 인해 분쟁이 잦다”면서 “죽이고 약탈하는 건 잘못된 행동”이라는 말을 꺼냈다. 

이어지는 연설에서는 ‘관용’이 등장한다. 그는 “관용이 부족한 차별주의자들이 있다. 캄팔라에도 무슬림이 있다. 그런데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무슬림 등 타인에게 억지로 심으려 하면 안 된다. 동성애는 또 어떤가. 만약 주변에 동성애자인 게 알려지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이 알려진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우리는 정체성 자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화의 원칙 지키고 투명성 실현하겠다”

물론 이 지역에서 평화를 이룩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동아프리카는 지금도 분쟁과 갈등으로 반목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 국가에는 여전히 서구 식민통치 시절의 문화와 관습이 잔존한다. 이 가운데 다양한 신앙과 종교가 부족 갈등과 내전의 시발점이 됐다. 후투족과 투치족 간 민족분쟁을 겪고 있는 르완다, 1962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후 내전이 끊이지 않는 부룬디, 종교·인종·문화 갈등으로 내전을 겪고 2011년 독립국가가 된 남수단이 단적인 예다.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는 대화일 수밖에 없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자유와 민주주의가 부족해 전쟁이 일어난다. 그뿐 아니다. 시리아나 이라크, 레바논을 보라. 신의 이름으로 사람을 죽인다. 종교전쟁이다. 하나님이 언제 사람을 죽이라 했나. 이제야말로 상생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가스톤 신임워 부룬디 부통령은 내전 종식을 위해 체결된 아루샤(Arusha) 협정 이야기를 꺼냈다. 이미 3선을 한 피에르 은쿠룬지자 부룬디 대통령은 최근 장기집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신임워 부통령은 “부룬디는 협정을 통해 대화의 중요성을 배웠다. 정치, 시민단체, 여성, 청년 등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원칙을 충실히 지키면서 극복했다. 2020년 외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대통령 선거를 치르겠다. 대화의 원칙을 지키고 공공 부문의 투명성을 실현하겠다. 평화가 사회를 성장시키는 근본이다. 하나의 아프리카, 하나의 국가를 실현하자”라면서 국가 변혁 의지를 표명했다. 

다른 정상급 인사들도 같은 맥락의 연설을 이어갔다. 케냐 대통령 특사로 참가한 유진 아말와(Hon. Eugene L. Wamalwa) 관방장관은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장관들이 모여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문화와 언어의 차이가 빚어낸 어려움이 있었으나, 모든 사람이 참여해 분쟁 해결을 모색했다”면서 “평화는 정치 안정의 기반이다. 발전은 창의성, 혁신, 기업가 정신 증진 노력에 달렸다. 향후에도 정치 분쟁이 국가 의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흐보아 말림(H.E Amb. Mahboub Maalim) 동아프리카정부간개발기구(IGAD) 사무총장은 “8개 국가가 가입한 IGAD를 초청해주신 건 동아프리카 국가 변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라는 의미로 생각한다. 항구적 평화와 개발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해주시고, IGAD 회원국가의 리더십이 액션플랜(실행계획)을 마련하도록 지도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 의장은 주제연설에서 “아프리카의 가능성은 풍부한 자원과 고귀한 영적 유산 그리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갈망하는 젊은이에게 있다. 아프리카의 긍정적인 변화는 반드시 아프리카 지도자들에 의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아프리카 대륙이 겪고 있는 분쟁과 갈등 등 중대한 장애물 극복을 위해 포괄적인 비전과 폭넓고 장기적인 전략으로 이 가능성을 발현하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한국, 아프리카서 전략적 사고해야

아프리카에서 평화 안착과 도덕적 리더십이 시급한 이유는 또 있다. 경제 개발 여건을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 의장은 “아프리카에서 도로 등 사회 인프라가 미비하고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까닭은 안보 불안이나 부패 탓에 외국인들이 투자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투자를 받아 국가를 부흥시켜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라도 도덕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콘퍼런스의 세부 세션 중 하나는 ‘기업가 정신과 평화와 개발을 촉진하는 투자’였다. 

잠재력은 차고 넘친다. 아프리카개발은행에 따르면 2017년 동아프리카의 경제성장률은 5.6%였다. 아프리카개발은행은 동아프리카가 2018년에는 5.9%, 2019년에는 6.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무역협회도 2016년 5월 ‘새로운 블루오션, 동아프리카’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우간다는 아프리카 내륙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면서 “경제성장률 6~7%의 지속적 성장이 기대되며 물가상승률 또한 6%대로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은 우간다 인구가 2050년에 1억 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아프리카의 소비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직면해 내수 시장이 더 커지기 어려운 한국 경제에도 기회의 땅인 셈이다. 

하지만 직접 돌아다녀본 우간다에는 한국은 보이지 않고 중국과 일본의 존재감만 컸다. 현지 사람들이 기자에게 가장 많이 꺼낸 질문은 “Are you Chinese?” 즉 중국 사람이냐는 것이었다. 아니라고 답하면 이내 ‘Japanese’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제조업과 농업 등 아프리카가 키우고자 하는 사업 분야에 중국 측이 적극적으로 투자한 결과다. 시내에 돌아다니는 차량의 80% 이상은 일본 기업 로고를 달고 있었다. 

현지의 한인 사업가는 “우간다에 사는 중국인이 4만 명 이상”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그는 “중국인들은 그들끼리 모여 살아 영어가 늘지 않는다. 대신 한국 사람들은 우간다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다 보니 영어도 늘고, 이게 또 기회로 이어진다. 아직까지는 우간다 내에서도 현지 기업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다 보니 되레 우리처럼 한국인이 운영하는 기업이 수주할 기회가 많다. 잠재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우간다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이 미미한 데 대해 문 의장은 “답답하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진출한 까닭은 그들이 아프리카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지도자들이나 기업가들이나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세베니 대통령 등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한국 경제 발전에 호감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지역에서 리더십을 쥐고 경제개발 과정에서 적극적 역할을 해서 큰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세계경제 발전사를 살펴보면 선진국일수록 기존의 경제구조와 사회관계 속에서 혁신적인 기술, 과감한 정책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산업화 시기에 펼쳐온 산업구조나 경제정책은 아프리카의 ‘압축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특히 한국의 아프리카 원조 전략은 서방 선진국들과 달리 경제 인프라 및 생산 부문 원조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은 아프리카와의 인적, 물적 교류를 넘어 경제, 문화, 청년교류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협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그 교두보로서 우간다와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해 9월에 ‘한·아프리카재단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 법률의 주요 내용은 우리 정부가 한·아프리카의 관계 활성화를 지원하고 민간 교류와 우리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 등 경제 교류가 확대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통일 지지하겠다는 무세베니

이날의 백미 중 하나는 한반도 통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겠다는 무세베니 대통령의 말이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이미 유엔 총회장에서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지지한다는 연설을 한 적이 있다. 

그는 2013년 방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안녕하십니까. 감사합니다”라는 한국어 인사를 하면서 “이 두 마디를 과거 김일성 장군에게서 배웠다. 과거에 여러 차례 방문했기 때문”이라고 말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아프리카에서 반식민주의 운동을 전개할 때 북한과 교류하게 돼 한국어를 배웠다는 이야기다. 물론 우간다는 지난해 자국에 머물던 북한의 군사전문가와 무기 거래상, 북한 회사의 대표를 추방해 북한과 멀어졌다. 그럼에도 남북을 모두 오간 그간의 전력 때문에 무세베니 대통령의 말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한국의 통일 문제는 우리 모두가 지원해야 하는 합법적 절차다. 한국 사람들 모두 다 같은 사람이다. 왜 갈라져 살아야 하는가? 학생시절에 김일성을 몇 번 만났는데 떡과 인삼을 많이 받았다. 한국 사람들이 갈라져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전쟁을 극복해야 한다. 용납할 수 없다. 한국 통일을 위해서 노력하자. 통일에는 패배자가 없다. 통일을 하면 건강해지고 강력해질 것”이라면서 GPLC 2018이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시아 평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문 의장은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 무세베니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지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인근 아프리카 권역 나라들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interview |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세계의장
“남북·북미 회담으로 통일 더 어려워져”
문현진 GPF 의장. [GPF 제공]

문현진 GPF 의장. [GPF 제공]

● “유해 송환 큰 실적이지만 비핵화 없으면 미국 국민 크게 실망할 것” 
● “북한이 처음 협상 테이블 나왔지만 새 결과 도출 못해” 
● 통일은 민권 문제로 접근해야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3남인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세계의장은 2009년부터 통일운동가를 자임하고 있다. 그가 설립한 시민단체인 GPF가 그의 활동 무대이자 영향력의 발원지다. GPF는 헤리티지재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도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미국 정가에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8월 2일과 3일(현지시간) 두 차례에 걸쳐 우간다 캄팔라에서 문 의장을 만나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에서 통일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봤나?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하면서 북한 정권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지금처럼 간다면 향후 북한의 합법성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이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 과연 통일을 원하는 욕구가 커지겠나. 장기적으로 볼 땐 통일이 더 어려워질 거다. 북한이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와 새로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걸 놓쳤다.” 

-크게 변한 게 없다?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 않나? 


“트럼프 대통령도 딜레마에 빠졌을 거다. 유해 송환은 큰 실적이긴 하지만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 국민은 크게 실망할 것이다.” 

-수년 전부터 북한으로부터 방북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직접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서 설득하는 건 어떤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남북 간 교류의 문이 열렸을 때 정치권과 종교계, 기업 모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북한에 들어갔다. 통일은 생각하지 않고 말이다. 북한은 그걸 이용했다. 북한 정권이 생명을 연장하고 핵을 개발한 것도 그때 벌어진 일이다.” 

-한국의 젊은 세대 중 통일을 원치 않는 비율이 높다고 나온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통일 비용이 많이 소요돼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현재 고령층은 늘고 젊은 층은 줄고 있다. 양질의 교육을 받은 젊은 노동인구는 많은데 직업이 없다. 복지 정책이 강화돼 세금도 더 걷어야 한다. 내수 시장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 경제의 미래가 어둡다. 한국 정부가 경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 북한에 있다. 그 반대로 북한이 경제개발을 하는 데 필요한 건 남한에 다 있다.” 

-통일을 민권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무슨 뜻인가? 

“대한민국처럼 발전한 나라에서 고통받는 동포를 외면하고 있다. 미국·남아공에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있었을 때도 세계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같은 나라 안에서 그냥 두고 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일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통일을 민권으로 규정하면 미국과 남아공에서 벌어진 인종차별에 전 세계가 분노하고 도와주려고 한 것처럼 한반도 문제에 세계가 공감하고 지원해줄 수 있는 근거와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신동아 2018년 9월 호

| 우간다 캄팔라=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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