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인터뷰

‘남북평화 기수’ 최문순 강원도지사

“마지막 공직 꿈은 통일도지사”

  •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남북평화 기수’ 최문순 강원도지사

  • ● 北 로봇 발전 속도 우리보다 빠른 듯
    ● 고성 통일특구 만들어 ‘통일실험’ 해보자
    ● 2021 동계아시안게임 남북 공동개최 목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MBC 노조위원장 시절 파업하다 1년간 해직됐을 때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조영철 기자]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MBC 노조위원장 시절 파업하다 1년간 해직됐을 때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조영철 기자]

최문순(62) 강원도지사는 어느새 ‘남북평화 기수(旗手)’가 됐다. 결정적 계기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북한의 극적인 참가와 단일팀 출전은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달궜다. 공동집행위원장으로서 올림픽 준비를 진두지휘한 최 지사의 위상도 높아졌다. 이어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강원도민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했다. 최 지사는 3선 고지에 올랐다. 도의회도 여당이 장악했다. 시장, 군수 당선자 수도 야당에 앞섰다. 

선거 압승은 최 지사의 ‘평화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 8월 중순 열흘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평양에서 열린 제4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축구대회 강원도 선수단 단장 자격이었다. 그가 이끈 방북단에는 경제계 인사들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8월 하순 진행된 인터뷰는 방북 뒷얘기로 시작됐다. 

9박10일간 북한을 보고 왔다. 뭐가 가장 많이 바뀌었나. 

“평양 시내가 엄청 환해졌다. 새 아파트가 많이 들어섰다. 주상복합아파트가 많았다. 관광객도 늘었다. 중국을 비롯해 대만, 유럽 등지에서 온 관광객이 눈에 띄었다. 택시도 많아졌다.” 

평양은 전시성이 강하지 않나. 


“많이 약해졌다. 전엔 혁명열사릉, 단군릉만 보여줬다. 이번에 가니 안경점, 수산물 판매장 등을 보여주더라. 동상에 꽃다발 바치는 의식도 없었다. 공연도 정치색이 옅어졌다. 주체사상은 끄트머리에 조금 들어간 정도였다. 전국에서 잘하는 아이들을 뽑아 연습시켜서 그런지 수준이 높았다. 다음에 강원도로 초청하려 한다.” 

구체적으로 얘기됐나. 

“제5회 아리스포츠컵 대회를 강원도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10월 28일 개막한다. 그때 예술공연단도 함께 와달라고 요청했다. 올 것 같다.”


10월 축구대회에 예술공연단 초청

아리스포츠컵 대회의 기원은 최 지사가 MBC 사장일 때 설립한 중국 쿤밍(昆明) 국제축구학교다. 2000년대 중반이었다. 축구에 소질 있는 남북한 학생을 모아 훈련했다. MBC와 남북체육교류협회가 지원했다. 그것이 축구대회로 발전했다. 아리는 ‘아리아리’의 준말이다. 5회 대회는 춘천 원주 강릉 세 도시에서 분산 개최된다. 4회 평양대회처럼 6개국 8개 팀이 참가할 예정이다. 

“6회 대회를 원산에서 열기로 했다. 북한이 온 국력을 모아 개발하는 곳이 바로 원산갈마관광지구다. 명사십리 해변 뒤쪽으로 굉장히 큰 규모의 복합리조트틑 짓는다. 원래 내년 4월 개장할 예정이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계 최고’를 지시해 10월로 늦춰졌다고 한다.” 

김정은이 열심히 하는 모양이다. 

“스위스에서 공부해선지 교육 시스템도 북유럽 방식으로 바꿨다. 어떤 분야는 우리보다 앞섰다. 대표적인 게 로봇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2륜 로봇, 2학년 때 3륜 로봇을 만든다. 3학년 때 프로그램을 짜고 4학년 때 발표한다. 5학년 때는 영어로 발표한다. 영어교육법이 우리와 완전히 다르다. 듣고 말하는 실전 영어다.” 

최 지사도 영어과 나오지 않았나. 

“맞다. 우리 영어는 평생 배워도 안 된다. 요즘 다 늙어 말하기 듣기 공부한다(웃음).” 

그는 강원대 영어교육과, 서울대 대학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스포츠 경기 말고 성사 가능성이 높은 대북사업을 꼽자면? 

“나무 심기다. 강원도에서 3년 동안 길러놓은 묘목이 있다. 그걸 북한에 옮겨 심는다.” 

그건 그냥 북한에 주는 건가. 

“북한에 나무를 심어주면 기후변화기금, 탄소배출권이 나온다. 그걸 받아 다시 묘목을 키울 생각이다.” 

북한 산림 상태는 좀 나아졌나. 

“많이 좋아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10년 내로 녹화사업 마치라우’ 해서 엄청 심었다고 한다(웃음).” 

지도자 말 한마디로 결정되는 체제라 효율성은 좋겠다. 

“그렇다(웃음). 정치 구호가 줄고 ‘최첨단 돌파’ ‘최고 품질 생산’ 따위의 구호가 넘쳐난다. 로봇이나 인공지능(AI) 분야는 우리보다 더 빨리 발전하는 듯싶다. 규제도 풀고 법도 개혁개방에 맞게 고쳐놓았다. 외국인 투자, 합자, 합영이 가능하도록 열어놓았다.” 

많은 국민이 남북 정상회담 이후 기대감에 부풀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가라앉았다. 북·미회담 성과도 잘 안 나오고. 강원도만 움직이는 것 같다. 

“답답하다. 경제협력(경협)이 돼야 국민이 좋아할 텐데 정치 문제에 발목이 잡혀 진도가 안 나간다. 비핵화라는 게 몇 년 걸린다. 상당히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나는 북한이 3~4년 전부터 (핵 포기를) 결심했다고 본다. 평창올림픽 참가나 원산갈마지구 개발, 자본주의 정책 도입만 봐도 그렇다. 장마당이 사라지고 상점이 생겨났다. 전엔 국가가 다 가져갔는데 지금은 추가 생산분을 개인이 가질 수 있다. 그러자 생산량이 늘었다. 생산량이 느니 내다팔 게 생기고, 돈이 돌아가니 상점과 백화점이 생겼다.”


“와 그렇게 미국 눈치 보나”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킬까. 

“이제 와 핵을 고집하는 건 힘들다고 본다. 다시 만드는 것도 그렇고.” 

우리 정부는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도 없지 않나. 

“저쪽에서도 대놓고 말한다. ‘와 그렇게 미국 눈치 보나. 우리한테 맡기라우.’” 

그의 구성진 이북 사투리에 동석한 사진기자와 함께 배를 잡고 웃었다. 

“협상할 때도 그러더라. ‘그거, 미국에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웃음).” 

강원도가 추진하는 주요 경협 사업이 10개나 되더라. 대북 규제가 풀려야 뭘 할 수 있을 텐데. 


“그렇다. 돈이 들어가는 사업은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못 한다.” 

육로, 해로, 하늘길 연결 등 계획대로만 되면 좋겠지만…. 

“대한민국 살길이 그것밖에 없다. 지방에서는 인구절벽과 고령화를 절감한다. 생산가능인구가 점점 줄어든다. 그 속도가, 강원도가 가장 빠르다. 시골에 가면 전부 어르신이다. 62세인 내가 막내다. 경제활동이란 게 없다. 생산과 소비가 없다. 일자리도 줄고. 나라 전체가 인구절벽 시대에 접어들었다. 올해부터 강원도 인구도 줄어든다. 업체가 문 닫는 건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다. 그 영향도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소비 감소다. 그나마 다행인 게 북한에 2500만 인구가 있다는 사실이다. 철도 도로 항만 공항 학교 은행 댐… 전부 우리가 지어야 한다. 안 그러면 경제 발전 활로가 없다.”


애 하나 낳을 때마다 50만 원씩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강원도는 내년부터 출산 부부에게 월 50만 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둘 낳으면 100만 원이다. 

“인터넷에서 젊은 층 반응이 뜨겁다. 정부에서는 금액이 너무 많다며 말리지만. 프랑스 정책을 본뜬 거다. 프랑스는 월 75만 원씩 지급한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출산율이 2.0이다. 우리도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처음 당선됐을 때 연임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느덧 3선이다. 도민이 계속 지지하는 이유가 뭘까. 

“저쪽이 잘 못하는 거지(웃음). 강원도는 전쟁 지역이자 분단 지역이다. 춘천만 해도 전쟁 피해자가 엄청 많다. 속초 아바이마을에는 실향민이 모여 산다. 전쟁 끝난 지 70년 다 돼간다. 분노와 원망이 평화에 대한 갈망으로 바뀌었다. 그것이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그의 득표율은 자유한국당 후보의 2배였다. 선거 때 그의 딸이 유세에 나서 화제가 됐다. 

딸이 1등공신이라는 말이 있다. 

“(웃음) 모르겠다. 걔 때문에 더 찍었는지….” 

미모로 인기를 끌었다. 엄마 닮았나 보다. 

“(웃음) 아유, 걔 때문에…. 당신 딸 맞냐고, 손녀 아니냐고, 놀림 많이 당했다. 손녀라는 말에 엄청 충격받았다.”
다들 숨을 헐떡거리며 한참 웃었다. 

늘 주변 예상을 깨고 도전하는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다음엔 대권인가? 


“그건 주제넘는 소리고…(웃음). 한 가지 해보고 싶은 건 통일도지사다. 강원도는 남북이 갈라진 상태다. 세계적으로 도가 분단된 곳은 여기밖에 없다. 그쪽도 명칭이 강원도다. 도지사가 둘 있는 셈이다. 결선 투표를 제안하려 한다(웃음).” 

남북통일 이전에 강원도부터 통일하는 것도 괜찮겠다. 멋진 이벤트가 될 듯 싶은데. 

“그렇다. 고성군이 정확히 반반 나눠졌다. 고성을 통일특구로 만들어 통일 실험을 해보면 좋을 것이다.”


“어휴, 사람이 있어야지”

통일 철학이 있다면? 

“퍼주기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협이라는 게 결국 다 우리 사업이다. 서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이번 방북길에 은행, 건설회사 경영자가 동행했다. 남쪽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골 전통시장 가서 장사 잘되냐고 물어보면 ‘어휴, 사람이 있어야지’ 하고 한숨 내쉰다. 그 말에 답이 있다. 사람이 있어야 뭘 만들고 사고팔고 할 게 아닌가.”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통일해야 한다? 

“그렇다. 그런데 통일이라고 하면 좌우가 붙어버린다. 평화라고 해야 시비가 없다. 경협을 추진하면서 평화 프로그램을 꾸준히 가동해야 한다. 문화·스포츠 교류를 통해.” 

여러 대북 프로젝트 중 재임 기간에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 남북 공동 개최다. 이게 단순히 경기장만 같이 쓰는 게 아니다. 조직위원회도 공동 구성해야 한다. 사람, 돈, 조직, 제도 등 모든 것을 함께해야 한다.”


신동아 2018년 10월 호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목록 닫기

‘남북평화 기수’ 최문순 강원도지사

댓글 창 닫기

2018/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